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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세계 - 관찰과 실험으로 엿보는 식물의 사생활
제임스 B. 나르디 지음, 오경아 옮김, 주은정 감수 / 돌배나무 / 2021년 8월
평점 :
<정원의 세계>를 읽으며 정원 안에 다양한 생물들의 상호작용을 엿볼 수 있었다. 세밀화로 그려진 식물의 구조들을 보면서 다시 고등학교 생물 시간으로 다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당시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배웠던 이론들이 아직까지 기억 안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는지 <정원의 세계>에 나온 각종 식물의 구조와 관련된 이름, 세포, 내부 구조를 통칭하는 말들이 귀에 익숙하게 들려왔다.
"식물은 우리를 동반자로 받아들이고, 그 사생활의 관찰을 허락하고, 우리가 맘대로 배치한 환경에 적응하려고 애를 쓴다. 환경에 적응하는 식물에 대해서는 존중이 필요하다"
관찰과 실험으로 엿보는 식물의 사생활이라는 부제처럼 식물은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인간들에게 공여하고 있다. 식물의 살이를 통해 인간의 생활적인 면에 많은 이로움을 얻는다. 가령 예를 들면 이렇다. 고구마는 따뜻한 곳에 저장해야 되고 양파는 최소한 4도 이하로 떨어지는 기온은 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감자와 양파는 함께 보관해서는 안 되며 다 익은 사과는 고구마와 함께 있으면 고구마의 싹을 제어한다는 생활 속 지혜를 얻는다. 호르몬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정 호르몬으로 당근의 쓴 맛이 생성된다.
생물에 관련된 책은 늘 읽던 책과는 궤를 달리하는 책이라 약간의 부담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새로운 용어와 분야는 굳어진 뇌를 다시 소성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집중해서 읽게 되고 그림과 설명을 번갈아 가면서 대조하게 된다. 그림이 워낙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설명이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그림을 자세히 보게 되면 어려운 설명 부분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태주 시인이 말한 시구가 생각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식물도 자세히 보니 정말 다채로운 곤충들이 함께 서식한다. 쥐, 두꺼비, 쥐며느리, 지렁이는 수많은 뿌리와 식물들 사이에서 통로를 만들어 땅속 세계를 공유한다. 호박의 꽃과 줄기를 두고 쥐와 두꺼비, 수분매개곤충, 포식곤충, 해충, 잡충들이 공생한다. 식물이 생태계에 선사해 주는 선물과도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학교 교실 안에서도 유용하게 실험 참고 자료로 <정원의 세계>를 활용할 수 있겠다 싶다. 식물이 빛에너지를 사용하여 성장하는 방법과 같이 서로 다른 화분 속 식물들을 일정한 기간을 두고 빛의 노출 시간을 달리하거나 토양의 조건을 달리했을 때 식물의 생장 정도를 비교하는 실험에서부터 시작하여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보관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과학적 사고를 위한 실험들을 따라하며 과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인들도 한 번 자신의 분야와 전혀 다른 편에 놓인 책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읽어볼 것을 권해 본다. 처음에는 낯설겠지만 비슷한 분야의 책들을 자주 접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꽤 익숙하게 여겨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정원의 세계>는 나에게 식물에 대해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달리하게끔 만들었다. 이제 지나가는 길목에 피어있는 잡초조차도 우습게 그냥 넘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해 보게 된다. 내부의 복잡한 식물 구조를 알게 된다면 말이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