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과 최고 권력자들의 질병에 대한 기록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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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은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의 흐름을 뒤흔들었다. 개인의 병력과 생애를 결합시켜 고찰하는 병력전기학(pathobiography)을 근거로 역사의 중심축에 있었던 각계 각층 지도자들의 질병이 어떻게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는지 고찰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질병과 각종 질병에 걸린 권력자들을 서술하고 있기에 다소 편향적인 기록일 수가 있다. 역사의 서술이라는 것이 지금껏 힘 있는 권력자들 중심으로 되어 왔기에 마치 역사가 그들만의 이야기로 치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현존 하는 역사 기록이 불행히도 왕 또는 유력한 권력자 중심으로 되어 왔기에 불가피하다는 것을 미리 이야기해 두고 싶다. 질병의 기록도 마찬가지다. 서민들이 앓았던 질병은 단 한 줄에 그치지만 권력자들의 병력은 지나칠 정도로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질병이 역사의 흐름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럽의 역사를 바꾼 흑사병, 페스트


14세기 유럽 경제를 주도한 도시국가가 있었으니 '제노바 공화국' 이다. 크림반도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도시 카파는 제노바 상인들의 교역 요충지였다. 1346년 여름부터 타타르인(몽골족)들이 카파 시를 점령하기 위해 포위하기 시작했다. 포위하는 과정에서 타타르군 진영에 서식하던 쥐들이 카파 시로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쥐들과 함께 박테리아에 감염된 쥐벼룩도 유입되었을 것으로 본다. 쥐벼룩이 페스트의 매개라는 사실은 1894년 스위스의 의사 알렉상드르 예르생이 발견했다.


페스트의 발병 원리는 이렇다.

페스트균이 쥐벼룩의 소화가에 장애를 일으킨다. 식도가 막혀 아무것도 삼킬 수 없게 된 벼룩은 굶주림을 극복하기 위해 숙주의 몸을 더 열렬하게 뜯으며 피를 빨아 먹는다. 이때 벼룩의 위 속에 있던 박테리아에 감염된 내용물들이 침샘에 섞여 나온다. 벼룩은 한 마리 쥐에서만 피를 빨지 않는다. 이 쥐, 저 쥐, 다른 동물과 인간도 공격한다.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의 희생양이 된 생물은 죽음을 맞이한다.


페스트는 역사에 곳곳에 등장한다. 기온이 급감한 6세기에 농작물 피해가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걸렸을 때 대규모 발병이 일어났다. 13세기 폭우로 인해 농작물이 대거 피해를 입었고 위생이 불결한 지역과 교역의 발달로 페스트균의 전달 속도는 급속도로 빨라졌다. 전염병이 급속도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좁은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그리고 많은 쥐들이) 밀집되어 있는 도시 같은 환경이 필요하다. 중세 초기는 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에 그나마 피해갈 수 있었다. 반면 영국에서는 664~666년 사이 페스트의 습격을 받았다. 그 이유는 영국 도시 중심으로 목조 건물이 많았고, 목조 건물은 쥐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전쟁 지역에 전염병이 발병하는 이유가 주둔하고 있는 지역의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교통이 발달로 교역의 범위와 속도가 빨라졌다. 페스트는 상인들, 난민들 그리고 여행객과 여행객들의 짐가방을 통해 전파되었다. 당시 직물 교역은 경제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기둥 중 하나였다. 모직물은 벼룩이 서식하기에 매우 좋은 보금자리였다. 벼룩들에게 있어 최고의 서식지는 화물선에 화물과 같이 탑승한 쥐의 털이었다.


중세는 종교의 힘이 강해 페스트가 진노한 신이 세상에 내리는 벌이라고 믿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와 동시에 신을 분노하게 만든 이들을 색출하여 벌하고 싶은 인간의 본능도 어김없이 고개를 들었다. 광신도들의 목표가 된 이들은 이번에도 유대인들이었다.


일반적인 유행병(epidemic)에 비해 범유행병(pandemic)은 전염 지역이 매우 광범위하다. 범유행병은 한 대륙 전체나 여러 개의 대륙이 감염성 질환의 공격을 받는다는 특징을 가진다. 1817년 인도에서 대규모 콜레라가 최초로 발발했으며, 그 전파 속도와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발병 원인은 이상 기후(1815년 4월,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대폭발)로 인한 흉작, 그로 인해 영양분 섭취량이 턱없이 부족해 면역력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뇌졸중을 앓았던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의 이야기다. 그는 대한민국 초기 역사에 큰 영향을 준 결정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원칙으로 강대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국제적 명분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윌슨은 1919년 10월부터 임기 종료 시점인 1921년 3월 사이에 국제 정세가 긴박했음에도 불구하고 뇌졸중으로 인해 아무런 결정을 할 수 없는 권력 진공 상태였다. 동아시아에 식민국가들에게 또 다른 액션을 취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윌슨은 몸져누워 있었야 했다는 사실을 질병의 역사에서 발견하게 된다.


존. F. 케네디에 관한 일화도 질병과 관련하여 무수히 많이 회자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병약했기에 아버지의 기대와는 달리 케네디는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했다. 그렇기에 그는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읽고, 읽고, 또 읽었다. 풍부한 지식과 태고난 매력으로 최연소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병약한 심신으로 인한 독서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기 중 케네디의 병력은 철저히 보안 사항이었다. 추후 공개된 사실은 그가 애디슨병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스테로이드를 수시로 복용해야 했고 척추 이상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할 정도였다. 사망 당일에는 코르셋을 착용하고 있어 몸을 굽히기만 해도 피했을 총알을 고스란히 맞아야했다는 일화가 전해 온다.


프랑스 최장수 대통령이었던 프랑수아 미테랑은 전립선 암을 앓고 있었으며 재임 기간 중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 4선을 역임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자신의 병명을 철저히 보안 사항으로 감추어야했고, 결국 그 사실이 국민들에게 폭로되자 미국은 수정헌법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되, 재임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의 건강은 때때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에 걸림돌이 되어왔고 세계 역사의 굴곡점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지나온 기록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2020년 팬데믹(pandemic)으로 인해 세계 각국 정상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일본 아베총리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각혈까지 토해냈다고 한다. 미국의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트럼프는 과연 재임에 성공할 것인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얼마 전 있었던 국회의원총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국회의석의 3분의 2이상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해 낸 것이 코로나19 전염병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선방한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나타난 결과로 보고 있다. 전염병은 이제 우리 생활에 밀접한 연관성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코로나19 이후 생활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확연한 구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전보다 더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안전에 대해서 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세계 역사가 곧 질병의 역사라는 말이 세간에 두루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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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과 인류의 역사
윌리엄 H.맥닐 지음, 허정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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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전염병을 다시 기억하게 되었다. 옛 역사의 한 조각으로만 생각되었던 전염병의 공포를 경험하며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 』가 다시 재조명 받고 있다. 『페스트』문학전집이 독자들에게 다시 읽히기 시작되었던 것처럼.


이 책의 목적은 55쪽 하단부에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 근대의학의 발전에 따라 질병 전파에 관련된 각종 요인이 분명하게 밝혀지기 이전에 인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말로 이 책이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도 최근 들어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갖게 되었듯이 역사 이전 시대에는 전염병에 대한 어떠한 역학적 조사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문헌에 조차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 윌리엄 H. 맥닐은 인류의 문명사 전체를 '전염병의 역사'로 재조명하고 있다. 인류 전 문명의 흥망을 전명병의 역사로 기술하고 있어 참신한 주제로 다가온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듯이 600명이 채 안되는 부하를 거느리고 멕시코 원정에 나선 '코르테즈'는 인구가 수백만 명이 있는 아즈텍 제국을 정복했다.  '피사로'에 의한 잉카제국 정복 또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하지만 근대의학의 발달에 의해 밝혀진 사실은 치사율이 높았던 천연두의 전염성에 가장 큰 원인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거대한 제국을 무릎 꿇렸던 것은 총과 칼이 아니라 '바이러스'였던 것이다. 당시 원주민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알리가 없었을 것이다. 전염병은 이렇게 면역을 갖추지 못한 이들에게 무서운 결과를 초래했다.


유럽도 위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14세기 페스트의 유행, 19세기 콜레라의 대유행은 인구 감소를 초래했고 사회적 기반 자체를 흔들어 놓았다. 아무런 매개체를 거치지 않고 숙주에서 숙주로 지체없이 감염을 일으키는 전염병(결핵, 홍역, 천연두, 수두, 백일해, 이하선염, 인플루엔자)은 오늘날에도 잘 알려져 있다.


저자 윌리엄 H. 맥닐은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돼지고기 금식 또한 전염병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서아시아의 시골 촌락에서는 돼지가 일종의 거리 청소부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돼지고기는 제대로 조리해서 먹지 않으면 많은 기생충(특히 선모충증)을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기에 감염의 위험성을 감소하고자 돼지고기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또한 나병환자를 철저히 격리시킨 이유도 피부의 직접적인 접촉으로 전염을 막기 위한 제도로 보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는 문명의 중심지에는 전염병이 퍼질 수 밖에 없다. 즉 도시 생활은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 수많은 위험을 지니고 있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비말(飛沫)이 날아가 사람으로부터 전염되는 질병이 촌락보다 도시에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역사장 거대 문명의 중심지로부터 전염병의 위력이 단단히 나타났던 사례들을 통해 인류의 역사가 전염병의 역사임을 다시 실감하게 된다.


인도문명에서는 각종 질병이 침범되지 않게 하려는 동기에서 카스트 신분 차별 제도가 발생되었다고 본다. 고온다습한 지역인 인도 문명지에서 기생충의 공격으로부터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접촉을 최소화하는 일이었고 카스트는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말한다. 인도 문명과 비슷한 환경에 놓였던 메소포타미아에서도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왕이 이끄는 군대가 패배한 이유도 전염병의 역사에서 찾고 있으며 문자로 기록된 자료인 바빌로니아의 '길가메쉬' 서사시에도 대홍수보다 전염병의 재앙을 잘 묘사하고 있다. 중국 황하문명에서 강대한 나라들 조차도 중국 중남부 지역을 함락할 수 없었던 이유를 질병이 창궐하기 최적 기후였던 지역적 특성 때문임을 강조한다.


유럽의 암흑기는 질병의 역사라고 본다. 질병이 창궐한 시기에 기독교가 오히려 급속도로 전파될 이유를 아래의 역사적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독교도들이 지닌 가장 큰 차이점은 무서운 전염병들이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에서도 병든 사람들을 돌보는 것을 일종의 종교적 의무로 간주한 점이다" (137쪽)


전염병의 유행으로 인해 기존의 모든 질서가 무너지고 붕괴했지만 기독교의 교세와 교회는 강화되었다. 기독교는 고난과 질병, 그리고 혼란의 시대에도 잘 적응할 수 있는 사상적, 정서적인 체계를 갖고 있었고 무서운 전염병에 대한 기독교의 포용력은 기독교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과학의 발전은 전염병의 전파 속도를 앞당겼다. 1870년대 이후 급속하게 발달한 기선의 항로망을 따라 배의 속도가 빨라졌고, 만주에 새로 건설된 철도를 따라 전염병은 사방으로 퍼지게 되었다. 13세기 몽골 제국의 확산은 전염병의 역사에서 의미있게 보아야 한다. 식량이나 전리품을 실은 말안장에 숨어든 감염된 쥐나 벼룩은 신속한 몽고군의 이동을 따라 이 병의 전파에 장애가 되었던 바다나 강도 쉽게 건너게 되었다.


"페스트는 유행이 끝나더라도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는 없었다. 불규칙한 간격을 두고 몇 번씩 유행" 한다. 코로나19의 유행은 단시간에 끝날 사건이 아니다. 유럽의 전염병의 역사를 보더라도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삶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유럽이 페스트의 충격으로부터 완전회 회복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100년~130년이었다고 한다. 의학의 발달로 그정도까지 시간이 걸리지는 않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죽음의 위협을 지속적으로 받게 될 것이며 그동안 통용되어 왔던 일상생활의 습관이나 규제는 붕괴되리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페스트의 휴유증으로 인해 라틴어 대신 여러 가지 세속적인 말이 공식문서에 쓰였던 것처럼 코로나19  이후 전 사회적인 제도들 또한 재편될 것은 분명하다. 계층별로 심한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고 임금과 가격구조가 뒤흔들리는 것을 보면 전염병에 따라 역사가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 증거가 되고 있다. 교회의 전통적인 예배 형식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 개혁을 촉진 시킨 것도 전염병의 확산으로 인한 사람들의 전통적인 교회 의식이 바뀐 것으로 분석한다. 페스트의 죽음 앞에 기존의 교회에서 가르쳤던 하나님의 정의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많았기에 기존 교회에 대한 반교권주의가 커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연일 뉴스에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통계가 보도되고 있고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른 교회의 소모임과 행사가 금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종교 탄압이라고 말하기도 하다. 전염병의 역사에 비추어 보면 전염병은 사라졌던 시대는 없었다. 단지 주춤거렸을 뿐이다. 현재에는 팬데믹으로 선포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에 대한 심각성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교회 뿐만 아니라 교육, 경제, 문화 등 전 영역에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최대한 전염의 고리를 끊기 위함이다. 대다수의 인구가 감염되고 면역이 생겨야 전염병의 기세가 꺽인다는 의학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가 전염병의 역사라는 이야기가 뼈 속 깊이 들려온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도 겸허히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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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방어 -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의 놀라운 비밀
맷 릭텔 지음, 홍경탁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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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검, 면역계!

 

양날의 검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듯이 우리 몸의 방어막 역할을 하는 면역 체계 또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잘 활용만 한다면 건강에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겠지만 오용하거나 남용하게 될 경우 자신을 헤치는 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책이다. 책 제목이 시사하듯 '우아한 방어' 라는 뜻도 이중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 몸을 헤치는 각종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세균들로 부터 방어를 잘 해낼 때 아프지 않고 삶을 지속해 갈 수 있지만 우아한 듯 보이나 결국은 자가면역 질환으로부터 생명을 빼앗길 수 있음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우아한 방어는 양날의 검과 같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면역계 중에 '자가면역'의 특성을 띠는 경우가 있다. 아주 치명적인 놈이다. 면역계가 전체 방어 체계를 기만하여 질병이 성장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자가면역은 자기 세포를 공격하는 질병이다. 먼저 우리 몸을 괴롭히는 녀석들을 살펴 보면 재미있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30퍼센트를 죽음에 이르게 한 흑사병은 박테리아로 생긴 질병의 유형이다. 대표적인 박테리아는 대장균, 살모넬라균, 파상풍균, 포도상구균, 매독스피로헤타 등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겪고 있다. 바이러스로 공격으로 생긴 질병의 유형이다. 대표적인 바이러스는 독감, 에볼라, 광견병, 천연두, HIV 등 이다. 아주 고약스러운 녀석들이다. 또 한 가지를 말하면 기생충이 있다. 말라리아원충이 대표적인 것이다.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 이 세가지의 공통점은 인간을 숙주로 삼고 인간을 죽이고 만다. 이들은 이동성을 가지고 있어 숙주를 옮겨 다닌다. 그리고 더 놀라운 점은 변이성 즉 가변적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강력한 유형으로 변질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 자신을 방어할 수 있을까?

 

면역계가 악성종양을 곧잘 보호한다. 암처럼. 평화유지군이 되어야할 면역계가 적과 동침하는 경우다. 나쁜 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하지만 단점은 좋은 박테리아도 공격 대상이라는 점이다. 전염병의 치명적인 속성은 박테리아에서 일어난 몇 가지 돌연변이 때문이다. 사망자는 독감 자체를 이기지 못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면역계가 독감에 보인 반응 때문에 사망한다. 면역계가 온 힘을 다해 강력한 적으로 인지된 것을 저지하면 심한 염증이 뒤따른다. 바이러스는 세포 뒤에 숨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주 정교한 테스트를 통해서도 찾기 힘들다.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 어렵다고 한다. HIV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이다.

 

염증은 질병에 대한 몸의 반응이다. 염증은 곧 자기 자신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몸이 자신을 스스로 공격한다는 흔적이다.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이라는 질병처럼. 류머티스성 관절염도 자가면역의 일종이라고 봐야 한다. 우아하게 방어하는 듯하나 결국 방어 체계가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우아한 방어는 수면 부족, 스트레스, 염증으로 나타난다. 증후군은 구체적으로 병을 유발하는 물질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 붙여진다. 어떠한 증상의 집합으로 나타낼 수 있는 의학적 상태를 말한다. 유전적으로 자가면역 질환에 걸리기 쉽다. 약을 많이 복용할수로고 면역계는 불균형 상태에 이른다. 자가면역 증상을 보인다. 자기 자신을 계속 공격하게 된다. 면역계의 질주를 막기 위해 브레이크를 찾아야 한다.

 

면역계의 질주를 막는 브레이크, 위생 가설!

 

면역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은 자기가 바닥에 떨어뜨린 음식을 먹는 것이다. 너무 깨끗하게 살려고 하지 않아야 면역계가 수많은 박테리아나 기생충, 기타 병원균에 노출되어 그들에게 대응할 수 있다. 위생 가설이다. 우리가 지나치게 청결에 집착한 나머지 면역계의 훈련과 활동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향균성 비누, 표백제, 손 세정제가 면역계를 대신 하고 있다. 자가면역과 면역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수면, 스트레스, 내장, 위생을 들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귀족 질병이라고 한다. 이것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자가면역 질환에 속하기 때문이다. 면역계가 과도한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형제 자매가 많을수록 알레르기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알레르기가 생길 위험이 많아진다고 한다. 자가면역이 모두 증가한다고 한다. 이 또한 위생 가설가 일치한다. 미생물이 풍부한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알레르기에 강하다는 것은 면역계가 작용한다는 뜻이다. 지나친 청결, 항생제 사용은 면역계가 할 일을 빼앗는다. 결국 자가면역이 되어 자기 몸을 스스로 공격하게 만든다. 기후변화보다 훨씬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우리의 환경에서 모든 위험을 제거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안전해지지 않는다. 주변의 모든 위험 요소를 제거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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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곽재식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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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미생물은 극소임에도 멀리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인간에게 유익한 미생물을 통해 우리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미생물과 공생하며 살아가야 할 관계다. "『미생물이 플라톤을 만났을 때』(김동규, 김응빈 공저, 문학동네)


세균도 미생물의 일종이다. 단, 세균이 곧 바이러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세균과 바이러스의 크기를 비교하자면 사람과 사람의 피부에 난 점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바이러스는 백해 무익하다. 반면 세균은 인간에게 유익한 것이 많다. 독감 바이러스,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바이러스'는 생명에 치명적인 경우가 대다수다. 세균은 김장, 청국장,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처럼 인간과 공생하며 살아간다.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와 함께 했던 세균부터 시작하여 앞으로 우주 시대를 맞이하여 함께 할 수 있는 세균에 이르기까지 총만라하여 정리해 주고 있다. 인류가 세균을 육안으로 발견한 것은 렌즈가 발명되면서부터다. 그 전까지는 세균의 실체를 몰랐거나 불분명하여 세균의 현상을 괴담으로 여기거나 미신과 같은 풍속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바다물이 피빛으로 변하면 마치 바다신이 노했다라고 역사 기록에 남겨 후세대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세균의 실체를 발견하면서 녹조 및 적조 현상이 세균 덩어리로 인해 생긴 현상임이 밝혀졌다.


유익한 세균이 있는 반면 생명을 위해가 되는 세균이 있다. 예를 들면 2001년 미국에서 탄저균 공격을 저지른 테러리스트는 탄저균을 아예 간편하게 가루 형태로 만들어서 우편으로 배송한 적이 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황색도도상구균도 주의해야 할 세균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1970년대만 해도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출산을 하는 경우가 많아 파상풍균이 묻은 가위로 탯줄이 감염되어 아기들이 한 해에 무려 7천 명이나 죽어간 사례도 있다.


공기 중의 질소만 빼 낼 수 있는 기술이 없을 경우에는 콩과 식물에 기생하는 세균들에 의해 만들어진 질소로 땅을 비옥하게 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질소 비료 공장에서 만들어진 '질소'로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었다. 질소는 예로부터 화약 재료로 쓰였다. 화약을 만들기 위해 질소가 녹아 있는 흙을 캐내야 했다. 조선에서는 임금이 사는 궁궐 흙에 질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해서 그 흙을 캐내어 썼다는 기록만 남아 있다. 세균은 생활 깊은 곳곳에 유용하게 쓰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씻기만 해도 세균들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대장균들은 사람 몸 속 깊은 곳에 기생한다. 산소에 취약하기 때문에 산소가 들어올 수 없는 대장에 자리를 잡고 살아간다. 어찌보면 세균은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 다음으로 많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세균을 알아야 나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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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품격 - 과학의 의미를 묻는 시민들에게
강양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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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학문이다. 과학이 생활과 멀어지는 이유는 어렵다는 편견, 학자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생각 때문일게다. 강양구 전 「프레시안」과학 담당 기자는 어느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과학을 쉽게 접할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낸다. 본인도 과학자가 아님에도 과학 관련 글을 쓰는 기자가 되었다며. 과학자가 아니기에 과학자가 볼 수 없는 면을 시민들의 입장에서 쓸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이력 중에 가장 잘 알려진 부분은 '황우석 사태'를 최초로 밝혀낸 기자라는 점이다. '황우석 신드롬'에 빠져 대통령까지 힘을 실어 주었던 당시 분위기에서 생명 윤리의 부적절함과 논문 조작을 밝혀낸 최초의 시발점을 제공한 이가 그였다는 점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다. 

 

과학 관련 기사는 연예나 스포츠 기사에 밀려 찬밥 신세로 밀려나기 쉽상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꼭 알아야 할 생활 문제들이 과학 현상과 결부된 것이 많다는 것을 그의 글에서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관한 전 세계적 전염병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현상이 아님을 그의 과거 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각종 바이러스의 공격은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인류의 생존과 직결될 문제로 급부상할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400여쪽에 가까운 분량이 그렇게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한 편 한 편의 기사들이 모여 만들어진 책이며 그때그때마다 나타난 위기 현상들이 곧 과학과 관련된 문제임을 속 시원하게 밝혀주고 있기에 새로운 과학 상식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닥쳐온 위기 현상에 대해 미리 대비하게 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어 『과학의 품격』을 읽는 독자들이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과학에 대해 친근감이 없던 나에게 조차도 이와 유사한 과학책을 더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초지식을 튼튼하게 해 주는 역할도 해 주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아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든지 마음만 먹는다면 한 권 거뜬히 독파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슴에 다가온 글 중에 유독 관심있게 본 글을 꼽으라고 한다면 '집단 지성인가, 집단 바보인가' 라는 글이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으로 초연결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 과연 집단 지성이 세간의 찬양과는 달리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제기하고 있다. '집단 지성'을 발휘하는 그 '집단'의 구성원들 자체가 소셜 미디어로 연결된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럴 경우 그 집단은 똑똑한 지성이 되기보다 어리석은 바보가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주장한다.

 

근거로 제시한 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집단 속의 다른 사람의 터무니없는 예측이 정확성을 흐리게 한다는 점이다. 다수의 틀린 예측이 맞는 예측을 압도해 버리기도 한다. 더 심각한 점은 혼자 정확하게 예측했더라도 자신의 것을 확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개인의 판단보다도 못한 잘못된 결론을 내려놓고도 자신(집단)이 맞았다고 우기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건강한 조직을 위해서는 '다른 의견'이 필요하다.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외치는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부류의 집단이 발휘하는 지성과 다른 소수의 다른 의견을 수정하려고만 덤빈다면 그 집단의 지성은 바보로 만들기 위한 횡포라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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