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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의 복음 - 그들의 삶과 철학
E. T. 시튼 지음, 김원중 옮김 / 두레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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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디언 사회는 과연 원시적이었는가?
인류학적 통찰에 의하면 원시적이라는 말은 미개한 또는 야만적인 뜻이 아니라 '최초의', '본연의', '가장 근원적인'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디언 문명은 미개한 문명이 아니라 인류가 지금까지 이어온 가장 근원적인 문명인 가장 잘 보존된 문명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인디언 종족들은 자신들만의 고유의 언어를 지니고 있었으며 모두 다 위대한 영의 존재를 인정했다. 서구 백인들의 물질적 지향의 삶이 아니라 누군가 세계를 지었고 그 세계를 주관하는 영적 지향의 삶을 고수했다. 아메리카 땅에 발을 디딘 백인 선교사들은 자신들이 믿는 종교만이 곧 선이며 인디언들이 믿는 영적인 존재는 야만적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인디언들은 다음과 같이 반문한다.
"아,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당신의 신은 일주일에 딱 한 번 오시는군요. 저의 신은 매일 매일 언제나 저와 함께 계시는데 말입니다" (33쪽)
기독교의 교리를 전파하기 위해 온 선교사들도 군인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고 한다. 잔혹하게 인디언들을 죽이고 점령해야 할 대상자로 여겼다고 한다. 물론 일부의 선교사들은 인디언들의 생활을 보며 이들의 삶이 진짜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삶이라고 동경하고 아예 인디언 종족들과 함께 살기를 소망했다고 전해온다.
인디언들의 문화를 보면 이기적인 백인 문화와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인디언들은 누가 하루 종일 얘기를 한다고 해도 말을 도중에 방해하지 않는 게 삶의 원칙이었다고 한다. 예의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법도로 여기며 철저하게 자녀들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쳤다고 한다.
모든 악의 뿌리가 탐욕인데 인디언 사회에서는 탐욕이 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인디언 사회에서는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에 대한 사회적인 반감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이 가졌으면 당연히 부족 사람들과 함께 나눠가지는 것이 그들의 관습이었다. 병들고 곤경에 처한 힘없는 모든 노인들을 돌보고 지원했다. 그리고 노인들을 대단히 존경했다.
"내가 분명히 말하건대 나는 이 이상의 친절과 진정한 기독교 정신을 어디에서도 본적이 없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나이든 사람, 과부들과 고아들을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돌보았다" (30쪽)
역사에 기록된 가장 잔인한 사람들이 중세의 기독교인들이라고 한다. 사람을 산 체로 불태워 죽였으니 말이다.
오늘날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며 평화의 정신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인디언들의 제도를 살펴 보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도 우선 시 해야 될 일이다. 자연을 이익의 수단으로 보지 않는 정신, 눌러 앉아 있는 땅의 개념을 소유적 자산이기보다 다시 돌려 주어야 하는 공공재로 바라보는 그 정신이 우리 인간들이 되찾아야 할 순수한 정신이 아닐까 싶다. 인디언들만큼 자신의 삶을 절제하며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한 사람들이 지구상에 그 어느 누구도 없었다고 한다. 자신의 정욕을 절제하기 위해 금식하며 신체적 힘을 소모하기 위해 애썼으며 성적인 부도덕함을 수치스럽고 더러운 처사라고 생각했다.
인디언 사회를 읽으면서 성경이 지향하는 공동체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