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는 내내 속상했어요. 

엄마의 눈물바람과 아빠의 분노를 등지고 도대체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 싶고. 내가 잠시 넋이 나가 있었던건가. 모든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 눈 떴을 때 이불 속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계속 했어요. 울면서 잠도 못 자고 불안하고 돌아버릴 것 같아서 당장에라도 집에 가버리겠다고 다짐도 했어요. 

그런데 공항에 딱 내리니깐 막 두근두근 해요. 외국 냄새가 막 나니깐 왠지 설레더군요. 앞으로의 생활이 기대가 된다거나 멋진 미래를 상상하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여기까지 오게 만든 내 자신을 믿겠다는 자신감에 설레었어요.

푹 자고 오늘은 뱅쿠버의 명소라는 스탠리 파크에 다녀왔어요. 자전거를 타는 내내 뱅쿠버는 정말로 아름다운 도시다. 라는 혼잣말을 몇번이나 했는지. 사진이라도 올려서 자랑하고 싶지만 컴퓨터 없이 백패커 침대에 누워서 아이팟으로 작성중이라 추후에 ㅎㅎ 뱅쿠버는 조용하고 깨끗하고 친절하고 풍경만큼 공기와 소리, 모든 촉감들도 아름다운 도시에요. 동양인이 많다고 해서 시드니의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전혀 다르네요. 자전거 렌탈 가게에서 만난 한국인 알바생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한국인이라 반가워서 죽을뻔 한 정도 ㅋㅋㅋ

숙소로 오는 길에 서점에 들려서 디킨즈의 [Bleak House]를 사버렸어요. 뱅쿠버 단기 여행중에 읽을 예정이었던 포스터의 [모리스]를 단숨에 다 읽어버려서 초조한 마음이 생겨나고 있었는데 디킨즈의 책을 살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더불어 캐나다 꽃돌이들은..........

아 정말 죽여요.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서 예전에 삔데 또 뼈서 얼음찜질하고 있는거랑. 오자마자 아이팟 케이스를 잃어버린 거랑. 혼자여서 포기해야하는 뱅쿠버 밤문화만 빼면 좋아요. 아주 좋아요. 계속 좋았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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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5-11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럴때 바로 아이팟이 유용한거로군요!!

그러게요. 계속 좋았으면 좋겠어요.
:)

Joule 2010-05-11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쫌만 기다려요. 제가 막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중이니깐... 음... 한 5킬로쯤 더 빼면 내가 구하러 막 달려가...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캐나다 꽃돌이라... (심호흡 듬뿍) 사랑해요. (.. )( '')

Kitty 2010-05-11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잘 가셨군요!
저도 한국 오는 비행기에서는 10시간 내내 자는데 한국 떠나는 비행기에서는 항상 잠이 안오더라고요.
매년마다 한국 왔었는 데도 매번 한국 떠날 때면 엄마 울고 저 울고 -_-
앞으로 익숙해지시면 더 재미있는 일이 많이많이 생기실 것 같아요! 얼른 정착하시고 소식 많이 들려주세요~

Joule 2010-05-11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한테도 주소 알려줘 봐봐요. 나도 막 안 되는 잉글리시로 펜팔하는 기분으로 편지 써보게요.

하이.
마이 네임 이즈 줄모.
하우 아 유?
아임 파인. 음... 아이 씽크.... 유 아....음.... 뷰디풀?
썸타임즈 유 메이 필 로운리, 벗 해피엔딩 이즈 굿! ㅡㅡb


무해한모리군 2010-05-1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돌아오기 싫어서 또 눈물바람이 날걸요!

밤문화 도전해보세요 어서어서어서

L.SHIN 2010-05-1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불어 캐나다 꽃돌이들은..........

아 정말 죽여요"

ㅎㅎㅎㅎㅎㅎ 뽀게님 때문에 못 살아~
다음엔 사진도 함께 해주세요. 그나저나, 좋다니 다행입니다.^^

머큐리 2010-05-11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무사하게 도착했음을 축하해요 ^^

꽃돌이 인증 없음 무효인거 아시죠???

자하(紫霞) 2010-05-1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돌이라는 말에 가슴이 뛰는군요,허허~
밤문화는 안정을 찾으신 후에...
동생이 거기 살았었는데 백인들이 동양인들 목을 따는 일이 종종 있다라고
적나라하게 말하더군요.
미안해요~뽀님 겁줘서~

LAYLA 2010-05-11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불어 캐나다 꽃돌이들은..........

아 정말 죽여요.

---------------잘 가신 거에요 궁디팡팡팡ㅇ팡파아팡ㅍ앙!!!!!!^^

turnleft 2010-05-12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랍슨 스트릿에 가시면 제일 먼저 들리는게 한국말일걸요? ㅎㅎ
안정을 좀 찾으신 후에는 빅토리아에 꼭 놀러가 보세요~

순오기 2010-05-12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도착해서 적응하고 있군요.^^
힘내시고 씩씩하게 잘 지내고 와요~

카스피 2010-05-12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나다로 여행가셨군요.넘 부럽습니당^^

비로그인 2010-05-1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불어 캐나다 꽃돌이들은..........

아 정말 죽여요.









여기에 감동받아 추천한 1인.

Forgettable. 2010-05-1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인터넷이 구려서 한번에 올릴게요 :(

다락방님. 아이팟은 최고에여. 캐나다 대중교통은 물론 타임테이블까지 꿰고 있는 구글맵이 작동되거등요. ㅋㅋ 짱 ㅋㅋ

선물로 줄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언제 올릴 수 있을지 ㅠㅠ

쥴모양님. 저를 구하는게 문제가 아니에요. 여기에 오셔서 캐나다 꽃돌이들로 눈을 씻으면 쥴모양님 자신을 구원하시는 겁니다. ㅋㅋ주소는 나오면 바로 알려드릴게요. 꼭 편지 써주세요. 저도 답장할래요. 

하우즈잇 고잉??
러블리ㅡ 어도러블 투데이*^^*

이런 인사를 나누는 초꽃미녀를 봐서 다리 삔 아픔까지 잊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어요. ㅋㅋ

아 키티님. 그런거군요. 십년동안 매년 눈물바람으로 인사해야 하는 거였군요ㅠㅠ 갑자기 키티님이 대단해 보임. 원래 대단하신 분이깅 하지만 그래도 ㅠㅠ 이걸 어찌 매년 합니까 ㅠㅠ 

이별은 언제나 최악이로군요. 

휘모리님. 밤문화 무서워요. ㅋㅋ 혼자 술마시기 뻘쭘하기도 하고 ㅋㅋ 나중에 친구 사겨서 가보고 얘기 해 드릴게용ㅋㅋ

엘신님. ㅋㅋ 살아야죠. 꽃돌이두고 못살면 안되죠. ㅋㅋ

사진은 노력해 볼게요. 제가노트북을 안들고와서ㅠㅠ

머큐리님. 꽃돌이에 왠 관심을 이렇게 ㅋㅋㅋ 사진 인증이 왜 필요하신겁니까 ㅋㅋㅋ

Forgettable. 2010-05-12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리베리님. ㅎㅎ 한국인이 한국인 목도 따는 세상인걸요. 너무 걱정 마세요. 복불복이니깐요. ㅋㅋ 이게 아니고 ㅡㅡ 저 소심해서 혼자 바도 못가는데요 뭘 ㅋ

어이쿠 랄라님. 제 궁디 터져나가겠다능ㅋㅋㅋ 저 변태처럼 선글라스 끼고 힐끔거려요 ㅠㅠ 미치겠음 ㅠㅠ

턴님 안그래도 오늘 엄청 많이 봤어요ㅡㅡ 어젠 학원 수업 시간이어서 없었나봐요 ㅡㅡ 오후에는 정말 많더군요..........

순오기님. 걱정이 태산이지만 아직은 걍 놀며 잘 지내려고요 ㅋㅋ언제나 격려 감사해요 ^^

카스피님. 여행이라기보단 거의 생활에 가까운 것 같아요. ㅋㅋ 아직까지는 무척 좋습니다. 

쥬드님. 그러고 보니까 꽃돌이에 감동 받은 분들만 추천 했나봐요. 다섯명ㅋㅋㅋ 정말 감동할만 해요. 진짜. ㅎㅎㅎ ㅠㅠ 

알리샤 2010-05-1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도착했군요!
벌써부터 보고싶어요. :)

lazydevil 2010-05-13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경을 넘어가니 역시 아이폰보다 아이팟이 유용하다는 깨달음~~~!!
캐나다 통신원 포겟님의 베엥~쿠버 브리핑 반가워요.

다락방 2010-05-13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언제 어디서 국경을 넘어갈지 모르니 아이팟을 사야겠어요. 음..

Forgettable. 2010-05-13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리샤님. 건강은 좀 어때요??
전 알리샤님이 보고싶어해주시니 좀 더 오래 있을까 싶기도 하네요. ㅋㅋㅋ

데빌님!!!!!!
뱅쿠버 포겟통신원의 브리핑이 맘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ㅋㅋ
놀러 오세요:)
저 궁금해서 캐나다 오시도록 한동안 브리핑을 하지 말아볼까ㅡ (언제나 있는 제 도끼병의 한 증상일 뿐이오니 그냥 패스해주세여)

락방님. 아직도 안질렀냐능 ㅡㅡ

2010-05-13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6 0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체오페르 2010-07-0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많은 분들이 그렇듯...
캐나다 꽃돌이...최강입니다.ㅋㅋㅋ

아름다운 남자들도 좋지만 저는 꽃순이들이 궁금한데 어떤가요? 압도하고 계신가요?ㅎㅎ

가시기전에 고민을 많이 하신것 같은데(오래전부터 서재활동 하며 많은 분들과 아시는것 같은데 저는 막 뽀겟님 서재와서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릅니다.^^;) 재밌게 새로운 생활을 즐기고 계신것 같아 다행이네요. 내 자신을 믿겠다는 자신감...Gooooood!

Forgettable. 2010-07-07 04:54   좋아요 0 | URL
전혀요. 여기 여자애들 예쁜 애들은 정말 너무 예뻐서 ㅋㅋㅋ 기죽어 지내고 있어요!!!!

가기 전에 물론 고민이 많았지만, 99프로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올 수 있었어요. 딱 기대했던 정도 만큼의 고난이 있지만 기대했던 거니까 나쁘지 않고요, 요즘은 일도 하고 여행도 하고 아주 재밌게 보내고 있습니다. ^^
 

1. 점을 뺐다.  

평범한 피부과에서 뺄까, 입소문이 났다고 하는 신빙성 없는 병원에서 뺄까,  

고민하다가 결국 가까운 신빙성없는 병원에서 뺐다. 3일짼데 아직 아물지 않는다. 이대로 빨갛게 패여있을까봐 극도의 공포심에 사로잡히는 순간들만 빼면 견딜만 하다. 이제 나이가 있어서 피부 재생속도가 늦는 거라고 위안하고 있다.  

2. 내시경을 했다. 

일반 내시경을 할까, 수면 내시경을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일반내시경을 했다. 엄마가 마취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없다고 해서, 난 엄마 차를 타고 집으로 가야 했기에 그냥 일반 내시경을 했다. 2~3분만 견디면 되니까 뭐. 한 번 해봤으니까 더 무서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했다. 딱히 수면 내시경을 포기한 걸 후회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괴롭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아주 힘들었다.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물이 나오는 걸 모를 정도로 목구멍의 이물감이 괴로웠다.  

3년 전에 그랬듯이, 아무 이상 없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씁쓸해했다.  

3. 운전 면허증을 땄다. 

도로주행 시험을 보고 있는데 경찰차가 삐용삐용 싸이렌을 울리며 우측으로 차를 대라고 했다. 그 상황에서 난 차를 아주 잘 댔다. 조금 전 우회전을 할 때 보행자가 없어서 보행자신호를 위반한게 신호위반이었던가, 운이 나쁜 예로 들던 실격자들의 사연의 주인공이 되는 건가, 덜덜 떨었다. 하지만 내 잘못이 아니라, 차에 달고 하던 번쩍거리는 경조등(?)이 문제였다. 

살면서 가끔 운이 나쁠 때가 있는데 그 때가 지금이 아니어서 무척 다행이었다. 

4. 사람들을 만난다. 

군산에 갔다가 군산에 있는 친구와 함께 전주에 가서 영화를 봤다.  

영화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내가 경주 여행을 할 때의 메이트가 저질체력이라 돌아다니며 계속해서 투덜댄 것에 대해서 한참 불평을 해대서, 이 친구는 힘든데도 힘든단 말을 하지 못하고 참았다고 해서 무척 미안했다.  요즘 나는 다리만 튼튼해져서인지 걷는 것에 대해 무감각해졌는데, 이게 메이트들을 힘들게할 수도 있다는걸 알았다. 문제는 저질체력인 친구들에게 있었던 게 아니라 나이에 걸맞지 않게 미친듯이 걷는 버릇이 들어버린 내 습관에 있었다.  

난 걸음이 느리고 뭘 봐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어서 오히려 '뭔가를 해야한다.'는 여행자들과 트러블이 있으면 있었지 한가로운 여행자들과 트러블이 있을리는 없다고 생각해왔다. 사람이 변하긴 변하는 것인지 어째 난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로 계속 변모해가는가보다. 나도 나를 모르겠다. 

요즘 계속해서 상처주는 나의 '말'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다. 고치고 싶은데, 언제나 그렇듯 입에 체를 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계속 노력해왔던 일이었는데 잠시 수수방관 했다고 다시금 지적을 받다니! 

취향은 변하지만 타고난 성정은 변하지 않는것인가.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술과 책과 맛있는 음식을 마련해두고, [신데렐라 언니]를 함께 보고, 촛불과 음악을 아낌없이 주며 나를 사랑해 마지 않는 까칠한 나의 친구에게 무한한 감사와 애정을 전한다. 

P.S 이 페이퍼를 쓰게끔 한 충격!내시경체험기!를 기대해 주신 분께도 애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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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0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계단을 오르고 있으신거죠? 그래보입니다. 잘 다녀오시고요.. ^^

Forgettable. 2010-05-03 10:46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고맙습니다 :)
돌아오신건가요? 서재에서 종종 뵈어요!!

계단을.. 한동안 오르지 않기로 결심해서 이게 힘든건가 싶기도;

머큐리 2010-05-0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운전면허증 취득을 축하합니다...ㅋㅋ 내시경으로 검사한 내부(?)가 건강한 걸로 보아 피부도 나이를 극복하고 곧 재생에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ㅎㅎ

Forgettable. 2010-05-03 10:47   좋아요 0 | URL
호호호

하지만 며칠간 연이은 음주때문에 도대체 새살이 올라오기는 올라올 것이냐는 공포감에 또 휩싸여 있고요. ㅠㅠ 아, 얼른 아물고 싶어요;

어젠 저녁시간 잘 보내셨는지..ㅎㅎ

순오기 2010-05-0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기 전에 숙원사업 다 해치우고(^^) 부담없이 다녀오겠군요.
건강한 거 축복이에요.^^

Forgettable. 2010-05-03 10:47   좋아요 0 | URL
네. 이제 짐만 싸면 되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

2010-05-02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3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3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4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고보니 저도 점 뺀지 좀 되었는데 벌써 점박이가 되어가네요;
아무튼 운전면허증 딴거 축하드려요 ㅎㅎ 이제 현대인의 발을 가지게 되셨네요.
전 왠지 운전을 하게 되면 사회의 교통안전에 대한 도전으로 비춰질 것 같아 포기했어요;
상처주는 말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이번 학기에 듣는 심리학 과목에서 배웠는데,
일단 상처주는 말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걸 하는 빈도와 하게 되는 원인을 체크한 다음,
그걸 대체할 다른 행동, 예컨데 칭찬하기, 노래하기-_- 등을 습관들이면 된다더라구요.
말은 참 쉬운데;; 어려워요. 그래서 심리학인가 봐요.

Forgettable. 2010-05-03 10:51   좋아요 0 | URL
저 벌써 엄마차 운전 해봤어요! 엄마가 옆에서 계속 밟으라고;; 참..........
아직 운전은 무서워요. ㅠㅠ

심리학은 무척 어렵군요! 비난하려던 걸 자제하고 칭찬, 혹은 노래를 하라니! 아, 제 취약점이에요 ㅠㅠ
왠지 칭찬을 하려 하거나 인사치레, 노래를 하려면 낯이 뜨거워져서 ㅠㅠ
어려워요, 어려워.

벌써 5월이네요 코님. 교정기를 낀 첫 주 즐겁게 잘 시작하시길 :)

Joule 2010-05-03 22:01   좋아요 0 | URL
근데 제가 노래하면 사람들이 '차라리 그냥 나를 욕해'라고 할 텐데 그럴 땐 어떡하죠. 흐음.

Forgettable. 2010-05-04 12:41   좋아요 0 | URL
오히려 노래를 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려던 원래의 계획도 달성하고, 동시에 착한 사람도 되고.

오호, 은근히 묘안인데요!ㅋㅋ

잉크냄새 2010-05-0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나다로 잠시 떠나신다는 글을 보았네요.
어디서든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Forgettable. 2010-05-04 12:44   좋아요 0 | URL
아, 잉크냄새님! 고맙습니다. :)
제가 캐나다 간다고 서재도 못하는게 아닌데 다들 인사하러 찾아와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헤헤

글 자주 올려주세요!

Joule 2010-05-03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포지 님 캐나다 사신다니깐 꼭 환영회 받으세요. 왠지 잘해주실 듯. 가시기 전에 전번이라도 미리 따놓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괜히 걱정이 태산.

Forgettable. 2010-05-04 12:48   좋아요 0 | URL
네. 거하게 환영해주실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ㅎㅎ
아, 쥴님의 염려를 받는 저는 무척 행복합니다...♡ 자주 소식 전할게요.

Arch 2010-05-06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를 바꿨군요! 뭔가 풀어야할 것 같은데요. ^^

다락방 2010-05-0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서재를 바꿨네요!!

Arch 2010-05-06 16:29   좋아요 0 | URL
찌찌뽕!

Forgettable. 2010-05-0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거친 남자의 서재같지 않아요? 껄껄

Arch 2010-05-06 16:30   좋아요 0 | URL
아니, 뽀 서재 같아요. 흐흐흐
거친 남자를 노렸다면 무효.

다락방 2010-05-06 16:56   좋아요 0 | URL
미치겠다. ㅎㅎㅎㅎㅎ 껄껄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0-05-08 10:20   좋아요 0 | URL
방명록에 가보시면 알리샤남의 '남자'발언이 있다고요. ㅋㅋㅋㅋ
전 폭탄을 가슴에 품고, 퍼즐을 풀어야 하는 치열함으로 고독하게 살거에요.
 


 



 

 

   

 

바래고, 지워지고, 버려진 것들.  

저물녘의 아픔이 날 깨우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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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5-0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의 사진은 계속 볼 수 있는거죠??

Forgettable. 2010-05-03 10:53   좋아요 0 | URL
그럼요. :)

순오기 2010-05-0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사진 좋다!!!

Forgettable. 2010-05-03 10:54   좋아요 0 | URL
호호 고맙습니다!!!

뷰리풀말미잘 2010-05-0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중간 사진 내가 아는 사람이에요?

Forgettable. 2010-05-08 16:28   좋아요 0 | URL
역시 실루엣만으로도!
 

계속해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고 있다. 친구도 만나고, 그리웠던 풍경도 마음에 새기고, 무거운 가방, 거친 가방끈에 어깨를 혹사시키면서 지칠때까지 돌아다닌다. 이번 여행에서는 뭐, 언제나 그랬듯이 카메라와 핸드폰의 밧데리가 모두 방전되어 있는 상태였던 바람에 풍경을 글로 묘사하는, 전혀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무모한 시도를 해보았다. 

숨이 트길 기다리는 씨앗과 그 씨앗을 품고 있는 흙.
정돈된 논밭을 가로지르는 강줄기
경북 지방의 수북이 피어난 포도나무 위의 하얀 눈송이 꽃
불규칙적으로 드문드문, 또는 홀로 덩그러니, 또는 마구잡이로 저마다의 꽃을 피워내는 꽃나무들.
유년기의 연약한 연두빛 나뭇잎
서울 거리의 규칙적인가로수 배열이 지겨웠음을 알게 해주는 불규칙의 미학.  

사진찍기를 습관화, 취미화 한 뒤로 풍경 묘사는 부질없는 것이었고, 따라서 책에서 읽는 풍경 묘사 역시 띄엄 띄엄 읽었다. 그러나 내가 보는 풍경에 비해 사진은 순간적이고 단편적인 것일 뿐이라는 걸 카메라 없는 이번 여행에서 알았다. 바라보는 이의 감정이 담겨 더 아름다운 이 풍경은 글로 남겨질 때 지속적이고 포괄적이며 사진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영원성을 갖는다.

그리고 언제나 빠지지 않는 술. 술.. 술...... 

좋았던 피부는 아련한 옛 시절의 추억일 뿐이고, 식도염은 아무리 약을 챙겨 먹어도 더 심해질 기세. 술이 덜 깨어 하는 면허 강습은 거의 음주 운전 수준. 술김에 내뱉은 헛소리는 누군가의 기억에 아로새겨질 뿐이고. 나의 기억은 그에 비례하여 사라져만 간다. 술을 마시지 않아면 우울하고, 마시면 몸이 견딜 수 없다. 몸이 견딜 수 없음보다 마음이 견딜 수 없음을 더 괴로워 하는 나는 마실 수밖에. 

 
요즘 들어 나는 친구들의 웃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시리다. 극도의 조증이 찾아온 것만 같아 보이던 친구의 높은 목소리는 평소의 우울함과 극명하게 대비되어 그것이 슬펐고, 드디어 부모님을 설득하여 제 갈길을 찾은 친구의 뿌듯한 미소 뒤에는 그 동안의 스트레스와 앞으로의 불안감이 엿보여 그것이 슬펐고, 이별의 아픔을 걷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한 친구의 깔깔거림에는 아직도 예전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아 그것이 슬펐으며 겨우 겨우 시간을 맞추어 만난 친구의 반가운 미소에는 삶의 피로함이 엿보여 슬펐다. 

이것은 나의 마음이 슬프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들을 다시 또 언제 볼지 모르겠는 결심을 해버린 무모한 나의 결심에 대한 후회인지, 정녕 우리 모두가 힘든 시간을 감내하며 살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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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2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자요!
그만 슬퍼하고요!
한번 슬퍼하기 시작하면 끝이 잘 안보여요. 그러니 슬픈 생각은 그만하고 자요.

Forgettable. 2010-04-26 11:54   좋아요 0 | URL
심란합니다. ㅎㅎ
날씨는 왜 이모냥인가요? 저 위내시경 받으러 가야되는데 못가겠어요 ㅠㅠ 우울해 우울해-

블랙먼데이 보내고 계신가효?

다락방 2010-04-26 11:56   좋아요 0 | URL
나도 심란해져 버렸어요. 마지막 만남이라는 말에. 알고는 있었지만. 하아-

이건 무슨, 블루블랙 먼데이야. ㅠㅠ

Forgettable. 2010-04-27 11:21   좋아요 0 | URL
블루블랙으로 염색할까 생각중이에요.
ㅋㅋ

아포지 2010-04-26 0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도염은 술 마시면 오래 가요...

원래 떠날 날자가 다가오면 마음이 좀 ... 거시기 하답니다.

오늘의 문장은 "좋았던 피부는...." ^^

Forgettable. 2010-04-26 11:57   좋아요 0 | URL
저 정말 미치겠어요. ㅋㅋㅋ 마음이 울렁울렁 거려요 ㅎ

apogue님.. 남의 불행을 기꺼워하시는 분이었던 거에요? ㅠㅠ 저 요새 진짜 피부땜에 고민이 많아요.ㅠ
여튼 따듯한 댓글 고마워요^^

Mephistopheles 2010-04-26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 같은 분을 위해 캡슐형 소주, 와인, 맥주가 나와야 하는데 말이죠.
위장에서 캡슐이 폭 터져서 식도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알콜....

Forgettable. 2010-04-27 11:23   좋아요 0 | URL
전 빈속에 소주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주는 화끈함을 사랑하는데요..
(식도염이 걸린 이유를 이 댓글 쓰면서 알아챘을 뿐이고)

아이디어는 정말 최고네요. 취기를 조절할 수도 있겠어요!!!

아포지 2010-04-2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대략 십년 동안 역류성 식도염 꾹 참고.. 술 마시니까.. 그럭저럭 적응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넘 걱정하지 마세요. 심하게 부담스럽다는 느낌이면, 물 건너가기 전에 꼭 병원에서 마무리 하고요. 건너가면, 일단 "식도염"이 영어로 뭔지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으니까요.

Joule 2010-04-27 04:0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식도염이 영어로 뭐예요? 쿨럭.

아포지 2010-04-27 08:41   좋아요 0 | URL
풐ㅋㅋ 이걸 물어 보시는 분이 있을 줄이야... esophagitis라고 합니다.

Forgettable. 2010-04-27 11:25   좋아요 0 | URL
뭐, 저도 한 5년 된듯;;
하지만 요즘은 좀 심각해서 얼른 가봐야겠어요. ㅠㅠ
그냥 일반내시경을 하면 무척이나 괴롭겠지만 짧게 끝나니 참을만 하기는 한데, 그 고통을 아니까 또 선뜻 할 수 없고.. 이 딜레마에 술만 늡니다;;;

식도염을 영어로 찾는 불편함을 덜어주셔서 감사해용. ㅋㅋㅋ

lazydevil 2010-04-27 14:41   좋아요 0 | URL
esophagitis, 이제 발음이 문제네요^^

Forgettable. 2010-04-28 19:51   좋아요 0 | URL
영어로 발음할 일이 없도록 내일 내시경 받을겁니다. ㅠㅠ

lazydevil 2010-04-29 18:01   좋아요 0 | URL
포겟님, 기운내시고... 충격!내시경체험기!! 기대합니다^^

머큐리 2010-04-2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떠나기 전에 망가진 피부 확인해야 하는데...ㅋㅋ
떠나기 전 일정에 머큐리 얼굴 보기 꼭 넣어주세요... 영화나 한 편???

Forgettable. 2010-04-27 11:26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워낙........ 바빠서요. ㅠㅠ
하지만 머큐리님 얼굴은 보고 갈게요. 곧 연락하겠슴당 ^^ ㅋㅋ

자하(紫霞) 2010-04-26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도염, 위내시경...
예전같음 "자~가는거야!"했겠지만...
지금은 몸사리시는 것이 어떠실지...
그나저나 뽀님은 예술가기질이 있으신 듯...

Forgettable. 2010-04-27 11:27   좋아요 0 | URL
그니깐요. 몸 사려야 해요. 예전 같지 않아요.

오호 예술가 기질이라, 제가 좋아하는 평가인데요! 히히
기질은 있으나 능력이 없죠.. (울적)

다락방 2010-04-27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따 오후까지 좀 자둬요!!

Forgettable. 2010-04-27 11:5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 할일 많은 여자에요. 인터넷 쇼핑해야해요-

2010-04-2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사진은 너무 순간적이고 단편적이에요. 그런데 전 그걸 동영상을 보면서 깨닫게 되어 카메라를 구입할 때 동영상 성능을 검색하게 되더라구요-_- 역시 전 어쩔 수 없는 전자기기 덕후인 것 같다능;
술은... 왠지 술 마시고 나면 다음 날 머리가 아파서 요새 안 마시고 있어요. 숙취는 아니고 뭐랄까... 그러니까 전날 술을 마시고 나면, 다음날 아침엔 쌩쌩하고 활기차다가-_- 저녁 쯤이 되면 갑자기 두통이 심해지더라구요.
사실 스트레스성 두통이야 늘 가지고 다니는 거지만, 유난히 그게 심한 듯 싶어요. 어쨌든 몸에 뭔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나니 저절로 줄여지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늙어가는 걸 느끼고 있어서? 라기보다는 부모님께서 늘 건강 이야기를 하셔서 저도 고민을 하게 되더라구요.
이제 인생의 피크는 지났고, 남은 건 늙는 것, 몸이 점점 말을 듣지 않는 것, 망가졌을 때 회복이 더뎌지는 것, 쉽게 부서지는 것 등이라고 생각하면 무척 우울하네요 ㅠ

Forgettable. 2010-04-28 19:57   좋아요 0 | URL
순간적이고 단편적이며 프레임에 갇혀있죠. 진짜 그래서 광각을 샀는데도 아직 마음에 안 찰 때가 많아요. 필카 찍다가 디카 찍으니 너무 선명한 느낌이 또 싫더라구요 ㅎㅎㅎㅎ 제 욕심의 끝은 어디?
동영상도 괜찮은 대안이지만 그림을 배워보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전 요새 매일매일 술마시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오전에 일정을 다 마치고 와서 집에서 쉬는데 집에서 쉬는게 너무 좋아요. ㅠㅠ 술 마신 다음날 오후에 두통이라.. 진짜 이상하네요. 전 생리때 편두통 말고는 별로 두통이 없는 편이라서 잘 모르겠어요. 피부가 안좋아지고 위가 약해져서 고생이죠 뭐..

인생 피크가 언제길래 지났단 말입니까?!!!
제 인생의 피크는 아직 오지도 않았어요!
코님은 과음을 하는 편도 아니고 적절한 운동도 해주시는 편이잖아요. ㅠㅠ 저는 어떻게 살라는 거냐능 ㅠㅠ 아직 멀었어요.. 멀었다구요.. 멀었어...(왠지 의기소침)

2010-04-28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1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4-28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뽀님 진짜 가는구나~~~~그럼 언제 돌아와요?
아직 가지도 않은 사람한테 돌아올 걸 묻는 나는, 진짜 아줌마구나~!ㅋㅋ
음~ 뽀님 가기 전에 내가 만나기는 어려울 거 같고, 문자로 송별할게요.^^

Forgettable. 2010-05-01 11:11   좋아요 0 | URL
아, 제가 가는 것도 몸만 가는거고 알라딘에는 계속 있을 건데 너무 소문이 동네방네^^;;;;

저 금방와요. 1년이면 금방이에요.
문자로 송별해주시는 마음만으로도 무지무지 감사해용^^

후애(厚愛) 2010-04-29 0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신다는 글 보고 안부인사 남기로 왔어요.
그동안 서재 뜸했는데... 죄송해요.ㅜ.ㅜ
한번 뵙고 싶었는데... 많이 보고싶을거에요.
항상 건강 챙기시고요. 식사도 꼬박꼬박 챙겨드셔야 합니다.
잘 다녀 오세요.^^

Forgettable. 2010-05-01 11:12   좋아요 0 | URL
후애님, 물리적인 거리는 오히려 후애님과 가까워집니다. 하하^^;
캐나다로 가거든요 ㅎㅎ

그리고 저 알라딘 떠나는거 아니에요 ㅠㅠ 조금 뜸해질 수는 있겠지만요.
말씀대로 건강하게 잘 다녀올게요 :) 고맙습니다~!

2010-04-30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1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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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들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전쟁에 길들여진 말들은 소리를 내야 할 때와 내지 않아야 할 때를 구분한다. 풀이 무성한 초원에서 자라난 말들은 달릴 수 있을 만큼 달렸고,, 달릴 수 없을 때에도 달렸다. 말들을 달리다가 엎어지거나 창에 찔려 무릎이 꺾였다. 피보다 먼저 거품이 솟아나왔다. 맹렬하게 뛰던 심장이 관성을 놓지 못한 채 여전히 가쁘게 뛰었다. 숨이 완전히 끊어질 때까지, 혹은 끊어진 뒤에도, 말의 몸에서는 아지랑이처럼 김이 피어올랐다.

 
   

첫 문장의 주어는 어느 영웅도, 어느 패자도 아닌 '말'이었다. 말이 쓰러지는 모습은 마치 목련이 지는 것처럼 덜컥하는 아픔을 자아낸다. 말의 최후를 이처럼 꽉 차게 묘사한 글도, 영화도, 그림도, 사진도 난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처음부터 녹록치 않은 독서가 될 것임을 직감했고, 고되던 독서를 겨우 마쳤다. 

내게 인내심은 쥐뿔만큼도 없다. 

여행은 길어야 한두달, 시험을 보면 벼락치기, 다이어트를 하면 한달 내에 10키로 감량, 인간관계의 지속 여부도 첫 만남에서 결정, 하물며 서재에 쓰는 글도 길어야 3시간이면 마친다. 무수한 충고에도 퇴고 따위 고려해본 적도 없다. 허나 타고난 성정에 반하는 것을 원하는 습성 때문인지, 이 오랜 기다림의 서사가 나를 무척이나 흔들었다.

   
 

 섭정왕이 세자의 어깨를 잡았다.
"나는 벗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합니다. 언젠가는 적이 될 것이나, 그것을 기다려야 하는것 또한 운명인 것입니다. 나와 세자가 그런 자리에 있습니다."
"그날을위해 8년을 기다렸습니다."
"......."
"대왕은 나의 적입니다." 

섭정왕의 입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러나 미소가 사라진 뒤에 남은 것이 싸늘함이 아니라, 그렇게 보아도 된다면, 그것이 그리움이었다. 8년전 세자를 볼모로 호송하는 적장이었던 도르곤... 그가 조선의 벌판에서 새우던 밤을 기억하는 것이다.

 
   

자그마치 10년이다.  

기억력마저도 인내심 없이 사라져버리는 나는 이 10년의 세월을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렸다. 어느 누구에겐들 이 10년이 쉬웠을까. 사방이 적이었고, 언제나 죽음을 곁에 두고도 기다림을 알아 보좌에 오르게 된 도르곤에게도, 뜻은 달랐으나 언제나 세자의 옆에 서서 고독을 나누며 언젠가 꼭 올 세자의 시대를 기다리던 봉림에게도, 죽을 수 없어서, 그럴 수밖에 없어서 살던 흔에게도, 온갖 무간지옥을 살면서도 그래도 살아야겠다던 만상에게도. 사연없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마는 그래도. 그래도. 작가 김인숙이 풀어내는 이야기 속, 심양에 살던 조선인들의 사연이, 그들의 세월이 나는 참 아팠다.

그들 모두에게 기다림은 쉽지 않았지만, 기다림 끝에 얻은 영광도, 좌절도 모두 허망하다. 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기다림은 그 끝이 허망하더라도 기다린 그 세월 때문에라도 영광이 되고, 빛나는 패배가 되고, 또다른 시작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과도하게 나뭇가지를 흔들어서 벚꽃잎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보다 무심하게 바람을 일으키는 나비 날개짓처럼 글을 쓴다. 그 바람에 읽는 내 마음이 울린다. 정돈된 문장 속에는 세자 저하의 몸 속에, 막금의 몸 속에, 흔의 몸 속에 가득찬 울음처럼 삐져나오려고 기를 쓰는 슬픔이 가득 차있다. 억지로 애국심을 조장하지 않고, 조선의 역사에 대한 사랑을 불러 일으킨다. 조선의 역사에 환멸 빼고는 무지밖에 없었던 내게 사랑과, 알고자 하는 욕심과, 다정함을 불러 일으킨다. 

빤한 신파에도 울음을 터뜨리는 나는, 계속해서 울음을 삼키고, 고인 눈물을 말리며 책을 읽었다. 그것이 [소현]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며.  

비루하고 오만했던 나는 역겨운 조선의 역사를, 한심한 한국 현대문학의 현실을, 앞으로는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나를 비웃기 위해 지금껏 이 소설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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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4-2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현, 궁금했는데~ 뽀님 리뷰 보니까 꼭 봐야할 거 같은 생각이 불끈!
첫 문장은 마치 김훈이 쓴 거 같아요. 남한산성에 이어지는 소현처럼...

Forgettable. 2010-04-27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다른 어떤 분은 김훈의 첫문장이랑 비교해두셨더라구요.
전 김훈 별로 안좋아하는데, 은근히 비슷한 문체인 것 같은데도 나름의 독특한 맛이 좋아서 이 책은 참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