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는 내내 속상했어요.
엄마의 눈물바람과 아빠의 분노를 등지고 도대체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 싶고. 내가 잠시 넋이 나가 있었던건가. 모든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 눈 떴을 때 이불 속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계속 했어요. 울면서 잠도 못 자고 불안하고 돌아버릴 것 같아서 당장에라도 집에 가버리겠다고 다짐도 했어요.
그런데 공항에 딱 내리니깐 막 두근두근 해요. 외국 냄새가 막 나니깐 왠지 설레더군요. 앞으로의 생활이 기대가 된다거나 멋진 미래를 상상하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여기까지 오게 만든 내 자신을 믿겠다는 자신감에 설레었어요.
푹 자고 오늘은 뱅쿠버의 명소라는 스탠리 파크에 다녀왔어요. 자전거를 타는 내내 뱅쿠버는 정말로 아름다운 도시다. 라는 혼잣말을 몇번이나 했는지. 사진이라도 올려서 자랑하고 싶지만 컴퓨터 없이 백패커 침대에 누워서 아이팟으로 작성중이라 추후에 ㅎㅎ 뱅쿠버는 조용하고 깨끗하고 친절하고 풍경만큼 공기와 소리, 모든 촉감들도 아름다운 도시에요. 동양인이 많다고 해서 시드니의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전혀 다르네요. 자전거 렌탈 가게에서 만난 한국인 알바생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한국인이라 반가워서 죽을뻔 한 정도 ㅋㅋㅋ
숙소로 오는 길에 서점에 들려서 디킨즈의 [Bleak House]를 사버렸어요. 뱅쿠버 단기 여행중에 읽을 예정이었던 포스터의 [모리스]를 단숨에 다 읽어버려서 초조한 마음이 생겨나고 있었는데 디킨즈의 책을 살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더불어 캐나다 꽃돌이들은..........
아 정말 죽여요.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서 예전에 삔데 또 뼈서 얼음찜질하고 있는거랑. 오자마자 아이팟 케이스를 잃어버린 거랑. 혼자여서 포기해야하는 뱅쿠버 밤문화만 빼면 좋아요. 아주 좋아요. 계속 좋았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