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난 백년만에 소개팅을 했다. 주선자는 남자가 구려도 욕을 하지 말고, 대신 괜찮으면 고마워하라는 이기적인 부탁을 했다. 신기하게도 남자는 주선자를 닮아 있었다. 주선자는 나를 예뻐라하는 언닌데, 남자를 닮았다고 해서 미안하지만 정말로 눈매가 닮았다. 자길 닮아서 이 남자를 좋아하는건가? 란 생각을 잠시 했다.

 

곱창을 먹었다. 맛있었다. 맛집이라고 했다. 난 소맥을 마셨다. 남자는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소주를 마셨다. 난 조언이랍시고 원래 여자랑 처음 만나면 곱창집엘 오는게 아니라고 했다. 남자는 나니까 온거라고 했다. 기분이 좋았다. 난 소맥을 계속 마셨다. 이자까야로 자리를 옮겼다. 복튀김과 낫또오믈렛을 시켰다. 따뜻하고 좋았다. 주선자가 취하지 말라고 했다며 술을 자제하던 남자는 내가 취하는 기미가 보이자 안심했는지 소맥을 함께 마시기 시작했다. 많은 이야기를 했다.

 

분위기는 무르익어 어느덧 나는 고민상담을 하고 있었다. 술집 안은 조용했지만 나와 남자의 말들이 무척 시끄러웠다. 그래서 난 내 말도, 남자의 말도 들을 수 없었다. 연애를 하지 않아도 친한 오빠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가 말을 했던가 모르겠다.

 

요즘 부쩍 우울해하는 난 남자가 부추기자 약간 울기까지 했던 것 같다. 배려심이 많은 남자는 아니었다. 유머감각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자만심이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취하니 귀여워 보이긴 했다. 정치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회의감을 얘기했다가 대단히 혼났다. 우리나라를 바꾸려하는 의지가 꼭 있어야만 하는걸까? 그냥 외국나가 살면 안되나? 비슷한 발언을 했다가 멍청한 여자 취급을 받았다. 난 딴 건 몰라도 멍청한 취급 받는 걸 너무 싫어한다. 하지만 남자는 '난 잘났는데.. 이런 생각 하죠?' 라며 비아냥거려서 기분이 나빴다. 멍청한 취급도 싫지만 내 자만을 비웃는 것도 싫었다. 지도 오만한 주제에.

 

점점 취해가며 기분이 좋다가, 나쁘다가 했다. 스트레스가 많아서인지 요즘은 술마시면 감정이 컨트롤이 안되는데 그 기복도 굉장히 심하다. 남자의 빈정거리는 눈빛에 점차 내 자신이 병신같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남자의 눈빛이 빈정거렸던 것은 나의 느낌이었을까, 아니면 남자의 진심이었을까? 남자의 마지막 한마디, 성격은 좋네요. 에서 '은'이란 조사타령을 했던가? 그 이후로 눈 떠보니 4개 역이나 지나쳐버린 지하철 안이었다.  

 

난 주선자에게 왕자병쉐키. 란 문자를 보냈나보다. 그러곤 바로 아니라고 정정을 했더라. 아침에 문자를 보고 웃었다. 소개팅에서 개만취를 해버리다니. 술때문에 연애를 못하는 거라고 페북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맞다. 다 술 때문이다. 나 때문이 아니라 술이 문제야.

 

가방을 챙기는데 가방에 남자가 헤어질 때 준 핫팩이 들어있었다. 봉지를 뜯지 않아도 마음이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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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1-0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는 어제 이런일이 있었구나...

Forgettable. 2012-01-05 17:16   좋아요 0 | URL
재미있었어요 ㅋㅋ 언제나 그렇듯 술이 있는 자리엔 즐거움이!

무스탕 2012-01-05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추웠는데 지나간 4개 역을 다시 돌아오려니 짜증났겠어요. ㅎㅎㅎ

2012-01-05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그 2012-01-05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이런 이런.... 결혼해서 좋은 점은 SATC에서의 대사처럼. 누군가를 찾지않아도 된다는거죠. ㅋㅋ
(유부녀로써의 한마디 였습니다.) 하지만 가끔 누군가를 만나서 어색한 시간을 보내거나.. 남편 아닌 남자를 만나는 상상도 합니다. 물론 상상만. ㅋㅋㅋ 우리신랑 처음만난날 제가 무척 취한(^^;;;;) 날 이었어요. 인연은 모르는겁니다. ^^

Forgettable. 2012-01-06 11:42   좋아요 0 | URL
ㅋㅋ 섹스앤더시티를 SATC라고 부르는지 첨 알았어요!!!!!
전 뭐.. 처음 누구 만나도 거의 취해버리니까 어색한 시간은 몇분이나 될라나 ㅋㅋ 전 누군가를 항상 찾고 또 만나고 있는데 이걸 포기할 수가 없어서 결혼을 할 수가 없어요 ㅠㅠ
누군가를 찾지 않아도 되는 삶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도, 부럽기도 하네요 ㅎ

Mephistopheles 2012-01-05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에프터는요????

Forgettable. 2012-01-06 11:43   좋아요 0 | URL
누가 꽐라녀에게 애프터를 신청하겠냐며 ㅋㅋㅋㅋㅋ
애프터란 말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ㅎㅎ

순오기 2012-01-06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래글 연애의 추억도 좋았지만, 난 현재진행형이 더 좋아요~~~~~ 아자아자!!
새해엔 술 때문에 연애가 안된다 하지 말고, 술보다 연애에 퐁당 빠지시기를.....^^
핫팩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자라면 왕자병이라도 괜찮지 않을까요?ㅋㅋ

Forgettable. 2012-01-06 11:4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술취한 저까지 좋아할 수 있어야 해여. 제가 미소녀라면 그런 남자가 널렸겠지만 미소녀가 아니기때문에 ㅠㅠ 술 너무 좋아하는거 다들 감당 못해하더라구요 -_-;;;
술을 끊어야 하남?? ㅋㅋㅋㅋ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순오기님!!

LAYLA 2012-01-06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뭐야 잘난척 하는 남자 밥맛우웩이죠. 진짜 그렇게 괜찮은 남자가 왜 소개팅을 나오냐고요 흥 ㅋㅋㅋㅋ 훈녀는 넘쳐나노 훈남은 귀한 사회현실이 이런 비극을 만들어내는군요

Forgettable. 2012-01-09 09:43   좋아요 0 | URL
요즘들어 느끼지만 훈녀는 왜케 많습니까?
게다가 훈남은 너무 없어서 훈남 보면 정말 말그대로 눈이 '번쩍'(..)
월요일이에요.. 졸려요... 잉여롭고싶습니다. 아흑. 그럼 연애 안해도 행복한데 ㅠㅠ

코카콜라 2012-01-11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야 너 아무래도 알콜 중독에 의한 정동 장애가 의심 된다
아무래도 안되겠어.. 이러다 조울증 올수도 있어

Forgettable. 2012-01-11 11:10   좋아요 0 | URL
왜 코카콜라지?
너 왜 나 알콜중독에 조울증인거 몰라? ㅋㅋㅋㅋ 이미 성격화 된것 같은데 -_-;;

코카콜라 2012-01-11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요즘 코카콜라에 푹 빠졌어 ㅋㅋ
술좀 적당히 마시구 다녀~!!!

pb 2012-01-13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이 정도면 양호하죠
복튀김 궁금하네요. 한 번도 안 먹어봐서.

저도 멍청이 취급당하는 것 질색. 소개팅이고 뭐고 그 자리에서 쌍욕이 먼저 나왔을 듯ㅋㅋㅋㅋ

전 어떤 소개팅남이 만취라 거의 끌고가다시피 해서 모텔에 옮겨놓고 집에 왔는데
다음날 주선자에게 개 욕먹었음;

"그냥 택시태워 보냈다가 강도당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잖아!"라고 항변해봤자
안 조신녀(?!)로 찍혔다면서-_- 참. 내가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닌데 ㅋㅋㅋㅋ

Forgettable. 2012-01-16 13:05   좋아요 0 | URL
ㅋㅋㅋ 모텔에 갖다 넣어놨다니 님도 진짜 대박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거 갖고 안조신녀라니 그 친구도 좀 그러네요~~ 진짜 술취한 사람 감당하기가 얼마나 힘든데 ㅠㅠ
복튀김 있다가 드셔보실래요? ㅋㅋㅋ 동명인데!

일하기 싫어 죽겠음 ㅠㅠ
전 취하면 횡설수설해서 더 멍청이가 되기 때문에.. 당시엔 아무말도 할 수 없었어요. 흑흑

다락방 2012-01-16 16:21   좋아요 0 | URL
아 뽀..뭔가 바람둥이 같아.
복튀김 있다가 드셔보실래요?
이거...멘트 치는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유혹하려는 느낌 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2-01-16 17:08   좋아요 0 | URL
글도 없는 내 서재에 들락거리는 락방을 위해 글을 하나 쓰려고 했지만..
영 안써지네요. ㅋㅋㅋ

전 인생이 유혹입니다. 전 모든이를 유혹해요. 상대방이 유혹 당하든 말든 상관없이.
누군가를 유혹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지요.

다락방 2012-01-17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는 바람둥이 빵꾸똥꾸!
 

그를 처음 봤을 때 나는 다른이와의 관계를 막 시작하려 하던 참이었다. 그는 내 친구의 친구였는데, 전여자친구와의 관계가 틀어져 심적 상황이 안좋다고 들었고, 우리의 술파티에 잠시만 들렀다가 간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과는 반대로 그는 기분이 좋아보였고, 자리를 일찍 뜰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진 상태라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말과는 달리, 그닥 강권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술까지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몰랐다. 하지만 술을 마시고 다같이 취해가기 시작할 무렵 난 그의 강한 눈빛을 언뜻 느꼈다. 그는 어느새 내 옆자리로 와 있었고, 얼핏 들으면 다같이 놀자는 것이었지만 또 얼핏 들으면 데이트 신청 같기도 한 말을 해서 난 그가 날 바라보는 눈빛과 나를 향한 초조한 미소가 신경쓰일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모습 저편에서 당당함이 느껴졌고 그날 새벽, 나는 직감했다. 내가 시작하려고 했던 다른이와의 관계는 이미 끝났다는 것을. 

 

다음날 약속했던 대로 권총 사격장에 가자고 전화가 왔다. 난 전날 숙취가 가시지 않아 쉬고싶다고 얘기했고 숙취가 좀 가신 그 다음날 그는 그의 트럭을 끌고 나를 태우러 내가 사는 아파트 앞으로 왔다. 운전을 하며 그는 내내 담배를 피워댔고 그의 손은 약간씩 떨리고 있었다. 펍에 도착하자마자 우린 또다시 맥주잔을 비워대기 시작했고, 펍 안에 있던 그의 동생과 친구들을 소개시켜주며 그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귀빈 대하듯 정중히 대했다. 그는 신세계와도 같았다. 체크무늬 남방에 가디건, 멜빵과 청바지. 파티를 할 땐 정장, 베레모, 빡빡 민 헤어스타일, 청바지에 청자켓 패션을 당연시하고, Oi 뮤직에 열광하고, 광적으로 싸우고, 백인우월주의를 혐오하는 마초 중의 마초 스킨헤드였다. 

 

그런 사람이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는 건 뭐랄까, 설렌다기 보다는 흥분된다고 해야 하나. 내 평생 애인으로 삼을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해봤던 사람이 눈이 하트가 되어 날 바라보며 웃는데, 머리가 멍해지며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담배를 피우러 펍 밖으로 나와서, 추워하는 내 어깨를 감싸며 그는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평소처럼, 만난지 이틀만에 개뿔 사랑타령이야, 하면서 비웃으려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진심은 무거운 것인줄만 알았는데 그보다도 가벼울 수가 없어서 들뜬 마음이 불안할 뿐이었다. 가벼워서 무거운 마음이 눈발과 함께 흩날렸고 그 때 나는 그 순간이 행복이란 걸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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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12-28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해요 뽀.
이런 글을 써주다니. ㅠㅠ
추천추천.

뭔가 뽀의 가치가 더 빛난다. 흑흑. 멋져요!

Forgettable. 2011-12-28 17:0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역시 락방님은 이런 글을 좋아할 줄 알았지 ㅋㅋㅋㅋㅋ

내가 한가해서 신난 사람은 어쩐지 락방님인듯?!

다락방 2011-12-28 17:14   좋아요 0 | URL
네네네네. 나는 평생 뽀가 한가했으면 좋겠습니다!!!!!

Forgettable. 2011-12-29 11:39   좋아요 0 | URL
저두 제가 한가했으면 좋겠어요 ㅋㅋ 아웅 피곤해

세라비 2011-12-2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정말... 읽으면서 두근두근!ㅠㅜ

죽을때까지 계속 써주게나! 즐퇴근

Forgettable. 2011-12-29 11:40   좋아요 0 | URL
앗 그정도? ㅋㅋㅋㅋㅋ
죽을때까지라고 하니.. 아라비안나이트의 여자가 죽기 싫어서 자꾸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어냈다는 일화가 생각나네 ㅋㅋ

라로 2011-12-29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뭐야요? 이거 2부 있는 거죠???기대기대,,ㅎㅎㅎ

Forgettable. 2011-12-29 11:41   좋아요 0 | URL
2부는.. 또 찬 겨울바람에 마음이 들뜨면 ㅋㅋ 게다가 그날 한가하기까지 해야하고요 ㅋㅋ
아웅 일하기 싫어요!

조선인 2011-12-29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제가 더 설레잖아요.

Forgettable. 2011-12-29 11:42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오랜만 *^^*
마로랑 해람이는 잘도 크네요!! ㅋㅋ

설렜던 날들이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

Arch 2011-12-2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히~) 연애 하기 전의 설렘 같은게 언제적이었던지(먼 산 " ")

Forgettable. 2011-12-29 14:48   좋아요 0 | URL
아이참, (히~) 연애 하기 전의 설렘 같은게 언제적이었던지(먼 산 " ") 3333333333333

글은 이따위로 써놓았지만 현실은!!!!!!!!!!!!!!!!!!!!!!!

레와 2011-12-29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히~) 연애 하기 전의 설렘 같은게 언제적이었던지_2222 ㅠ_ㅠ




추천을 아니 누를 수 없잖아요, 아흥 말랑말랑해졌어요. ^^

Forgettable. 2011-12-29 14:50   좋아요 0 | URL
본의아니게 제가 알라딘 미녀들을 여럿 설레게 했구만요, ㅋㅋㅋㅋ
레와님 안녕? ㅋㅋㅋㅋㅋㅋ 반가워요 ㅋㅋㅋㅋㅋㅋㅋ
아는사람같기 ㅋㅋ

무스탕 2011-12-29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어머~~~~ >ㅇ<
그래서요, 그래서 그 다음엔 어떻게 된거에요. 궁금해 미치고 팔짝 뛰겠잖아욧-!!
얼른 퇴근해서 집에가셔서 한가해지셔서 다음 글을 쓰세욧-!!
^^*

Forgettable. 2012-01-02 17:02   좋아요 0 | URL
그 다음까지 쓰게되면.....
제가 알라딘 뭇 여성들을 여럿 잠못자게 할듯하여 박수칠 때 떠나려구요 ㅋㅋㅋㅋㅋㅋ

아웅 고양이 너무 귀엽네요 >.<

pb 2011-12-30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대박이로군요 ㅋㅋㅋㅋ아 님 글솜씨 보면 할리퀸로맨스 저리가라 할 정도!

Forgettable. 2012-01-02 17:0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사실이 아닌것은 분명하나 기분은 좋네요!!!! ㅋㅋㅋㅋ 무려 할리퀸!!
전향할까요 이쪽으로??? ㅋㅋ

lazydevil 2011-12-30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겟님이 한가니까 좋네요. 신나는 글도 만날 수 있구요...
암튼 포겟님의 넘치는 에너지가 부러워요. 비실비실~~ㅜㅜ

Forgettable. 2012-01-02 17:05   좋아요 0 | URL
마지막 댓글이 감기걸리셨다는 댓글이었는데 아직도 ㅠㅠㅠㅠ
몸이 넘 약하신듯 해요! ㅠ

저야말로 지금 감기땜에 완전 골골 ㅠㅠ
웬만함 병원 안가는데 약받으러 병원 다녀왔네요. 흑 ㅠ

2012-01-01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2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요즘 무척이나 한가하다. 연초 인사조정이 있어 팀을 옮기기 때문에 인수인계서 작성 외에는 별다른 일이 없다. 하지만 인도에서 모든 혼과 에너지를 소진하고 나선,  퇴근 후 술을 마시러 다니기엔 마음이 무척 게을러져 있어서 집에서 혼자 간단히 마시고 만다. 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면 얼굴이 금새 빨개지는데 집에 따뜻해서인지 술 조금에도 쉬이 취하고 쉬이 깨진 않아 좋다.

 

어제도 그런 날 중 하나였는데, [뿌리 깊은 나무]를 시청하며 얼굴을 잘라낸 새우를 잔뜩 넣은 올리브오일 스파게티와 함께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세종과 정기준의 대담이 약간 지루해져서 취중에 지인의 블로그에 댓글을 달며 노는데 그녀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오는 것이 아닌가?! 조만간 술을 먹자며 번호를 교환한지 어언 6개월은 지난듯 한데, 이러다가 결국 못보지 않겠냐며 지금 당장 보자는 제안에 난 흔쾌히 승낙을 하고 집을 나섰다.

 

원래 한 번 들어오면 잘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데, 나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러다 결국 못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도 있었고, 씻거나 옷을 갈아 입지 않고 퇴근 후 귀가한 상태 그대로여서 별 채비 없이 그냥 나가도 됐었고, 술이 약간 모자라기도 했었고, 약속 장소가 동네급(?)이어서이기도 했었고, 등등 많지만 무엇보다도 난 미소녀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언제 어느때, 전국 어디라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미 취한듯 했고, 그녀의 블로그를 통해 그녀의 술버릇은 익히 알고 있었기에 추운 길을 나서며 걱정이 앞섰다. 바람맞으면 어떡하지....? 술마시고 불러낸 사람 바람 맞추기는 그녀의 특기 중 하나였고 나는 그 희생양 중 하나가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잠시 흔들렸지만, 오히려 그녀는 내가 잘 오고 있는지 나의 위치를 10분마다 체크하며 나를 안심시켰다.

 

집에서 키를 잃어버리는 술버릇은 언제 고치실런지, 그녀는 이번에도 키를 찾느라고 조금 늦긴 하셨지만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미소녀를 만날 수 있었다. 우유냄새가 나는 듯한 피부에서 빛이 나는 듯 했다. 둏구나..  풀서비스로 제공한다고 하더니 정말 보자마자 내게 선물을 내밀었다. 급만남인데, 소소한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농담삼아 편지도 있냐 물었더니 정말로 있었다. 나의 닉네임이 의미심장하다는 쪽지.... 그 외의 글은 사랑 고백 한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문장 한줄.

 

우린 동동주집에 가서 백세주와 소주를 시켜 들이 부어 섞고는 한치를 시켰다. 그녀는 오십세주 한잔에 오십병을 들이킨 것 마냥 급속도로 취해갔고, 난 남이 취하면 못취하는 성미라 그나마 취했던 술도 점점 깨어갔다 -_-; 가끔 멀쩡한 정신으로 취한 사람을 볼 때 (이런 경험은 지금껏 딱 2번 있는데, 내가 매번 먼저 취해버리기 때문) 놀라는 건 취한 사람의 눈이 빛나기 때문이다. 눈에 별이 총총 이런 느낌이 아니라 눈알 전체가 빛을 발하는 느낌이랄까..

 

뭐 여튼, 그녀의 대표적인 술버릇 중 하나가 필름불태우기란 걸 알기 때문에 난 누구에게도 쉽게 할 수 없었던 내 얘길 거리낌 없이 했고, 영광스럽게도 그녀는 들어주기도 하고, 말인지 당나귄지 모를 말도 주절주절 하기도 했다. 재미가 없다고 내게 화를 내기도 했고, 먼길을 와줘서 고맙다고도 했고, 드디어 만나서 너무 좋다고도 했고, 어쩐지 약간 슬퍼하기도 했다.

 

흘러가는 말, 말, 말들.

단연코 나보다 어리다고 생각해서 늙은 언니를 오라고 했다고 막 그랬는데, 알고봤더니 나보다 언니래서 대단히 놀랐지만 여전히 난 그녀를 어린이 취급했다. 택시비 왜 안주냐고 했더니, 준다 했다고 진짜 달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 처음 봤다며 화를 냈다. 우리의 화제가 재미없다며 섹스 좋아하냐고 물어서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몸도 잘 가누지 못하면서 기어이 날 지하철 타는 데까지 데려다 주고 그녀는 사라졌다. 집으로 혼자 오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그녀가 편지와 함께 준 하루키의 [잡문집]이 가방도 없는 내 손에 들려 있었으니까. 는 아니고 오십세주가 뒤늦게 올라와 만취해버려서 집에오는 길 필름 폭발했기 때문에.

 

미소녀들은 마음 놓고 잘도 취한다. 왜냐면 미소녀가 취해서 꼬장을 부린다 해도 그 모습을 미워할 사람은 없으니까. 취해서 내게 꼬장을 부려도, 횡포를 부려도, 나는 그녀들과의 만남이 즐겁다. 다음엔 맨정신에 만나서 같이 취해요.

 

(이 글을 불태워진 그녀의 필름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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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2011-12-27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필름은 님 얼굴외에 하나도 기억나는게 없는데
기분은 완전 업업업!되어있었어요:D
다시 한 번 감사~

Forgettable. 2011-12-27 23:3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즐겁게 남아있어 다행이군요 ㅋㅋㅋㅋㅋ 저도 롤러코스터 탄 기분이었어요!! >_<

타자치는 스누피 2011-12-28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 옆에 있었던 듯 생생한 묘사와 서술 재미나게 읽고 갑니다. 미소녀들은 비슷한 데가 많은 모양입니다.
겪어 본 사람만이 아는;;; 환상특급 같은 스릴과 서스팬스!!

Forgettable. 2011-12-28 09:1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정말 겪어 본 사람만 아는 ㅋㅋㅋㅋ
그나저나 스누피오빠님이시네요.. 바운티가 먹고싶어진다능 `-`)

세라비 2011-12-28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한...미소녀 좋지!

아. 나도 술친구가 많았으면 좋겠구나.

Forgettable. 2011-12-28 16:2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술친구는 딱 몇명만 있으면 됨 ㅋㅋ
그마저도 없으면 나처럼 티비나 모니터랑 술 마심 되지요!

무해한모리군 2011-12-28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끼 잡문집은 그냥저냥이였는데 이 글은 좋네요 ^^
안녕.

Forgettable. 2011-12-29 11:43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전 하루키의 에세이가 좋다고 해서 약간 다를거라 생각하긴 했는데....
ㅋㅋㅋㅋㅋ 수상소감 부분에서 딱 막히네요 ㅋㅋㅋㅋㅋㅋ

아이는 잘 크고 있나요?
안녕 이라고 하지 말아요. 쓸쓸하다.
 

병원에 갈 일이 있어 반차를 쓰고 회사를 나섰다. 예약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근처 도서관으로 향했다. 쑤퉁의 단편집을 읽으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았다. 일정이 있는 관계로 책등을 훑으며 제목을 소설 읽듯이 읽고 낯익은 소설을 발견하는 재미는 접어두었다. 바로 중국소설 코너로 가서 [이혼지침서]를 꺼내들었다. 편히 앉기 위해 구석진 곳에 있는 쇼파에 가서 앉았으나 그다지 편하지도 않고 찬바람이 들기도 해서 히터 옆자리 책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첫번째 이야기는 '처첩성군'.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천모모씨의 네번째 첩의 이야기였다. 중국의 부자들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부의 끝을 보여준다. 동시에 빈의 끝을 보여주기도 한다. 휘몰아치는 파도에 휩쓸려 둥실둥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부유함과 가난함의 달고 쓴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작가가 어떤 형태로 쓰든 상관 없이 부잣집 첩의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마치 공주님이 나오는 동화를 읽는 것만 같다. 하지만 쑤퉁인데, 동화일리가 없지.

 

쑤퉁은 어찌하여 손을 살짝 대어도 금세 찢어질 것 같은 날카로운 여자의 마음을 그리 잘 아는지 매번 감탄할 뿐이다. 따지고 보면 남자의 마음이나, 여자의 마음이나, 한 끝 차이 인 것일까. 천모모씨의 네번째 첩은 대학교육을 받다가 집안이 기울어 취집을 한 여성인데, 첩으로 가더라도 부잣집을 선택하는 것을 당연시할 정도로 무심한 여자다. 소위 쿨해보이는.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천모모씨의 마음을 얻지 못해 안달복달하고,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며 예측불가능한 여자로 변해버린다. 가슴에 불을 품고 있으면서 얼음인 양 가장하니 그것이 폭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을 그녀는 몰랐던 것일까.

 

은근하게 불안한 마음을 안고, 병원 가기 전에 읽기에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난 나보다 불행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을 필요가 있었다. 삶에 찌들어 사는게 사는게 아닌 그럼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나는 그들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살며 절대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던 상황과 부딪쳤지만 그래도 그녀보단 낫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매일 같이 같은 장소에서 우물을 바라보며 그 밑바닥을 꿈꾸는 그녀보다도 내가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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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1-12-27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보다 불행한 사람의 이야기"를,

왜 멀리서 찾고 있어요. 제가 있잖아요.ㅋ

아... 다시 보니,
"삶에 찌들어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했다"는 거구나... 오독했군.

저 아니네요.ㅋ

Forgettable. 2011-12-27 13:50   좋아요 0 | URL
그니까.
수철오빠는 이상오빠처럼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잖아요.
비록 오리처럼 겉으로는 고고해보이나 속으로는 오리발을 차고있을지는 몰라도....

다락방 2011-12-27 14:22   좋아요 0 | URL
뽀...백조가 아니라 오리...........라고 한거에요, 지금? 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1-12-27 15:35   좋아요 0 | URL
수철오빠한테 백조라고 하면 오빤 기분나빠할거에요.

다락방 2011-12-27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읽어볼래요. 마음을 얻지 못해 안달복달하는 여자의 마음을 나도 읽고 싶어요. 나도 그랬던 때가 분명 있었으니까요.

Forgettable. 2011-12-27 13:52   좋아요 0 | URL
쑤퉁은 정말 모든 책 다 추천입니다.
한권도 버릴 게 없어요!
그런데 그 마음이 할아버지의 마음이라.. 공감이 되진 않을거에요. 다락방님이 부잣집에 첩으로 취집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게 아니라면.

다락방 2011-12-27 14:22   좋아요 0 | URL
난 언제나 왕의 첩이 되고싶었어요. 부인의 내조는 빡셀것 같아서.

Forgettable. 2011-12-27 15:3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그럼 얼른 읽어요 이번주 일요일이 1일!

잉크냄새 2011-12-2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에는 지금도 A4 용지의 크기로 전단지가 가끔 붙어있어요.
여자 얼굴이나 전신 사진 붙이고 신체사항 기술하고 뒤에 자신이 이런 문구를 붙이는 이유에 대하여 설명하고 맨 마지막에 몸값이라고 해야 하나요, 어쨋든 금액이 적혀있어요.
읽어보면 대부분 잘 나가던 부친의 사업이 망하고 현재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런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그냥 같이 사는 조건, 애를 낳아주는 조건에 따라 금액이 다르게 적혀있어요.
그냥 부익부 빈익분이란 말에 떠올라서 적어봅니다.

Forgettable. 2011-12-27 15:38   좋아요 0 | URL
헉 그것이 정말이군요. 이여자도 부친의 사업이 망하고 자살하셔서 대학을 포기하고 시집을 가게 된거거든요. 정말이구나..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군요.
중국에 대해선 정말 아무 관심 없었는데.. 중국 문학을 접하면 접할수록 어떤 나라인가 자꾸 궁금해져요.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어떤가요, 지내보시니?!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한 중국 책이 많을텐데 우리나라엔 번역이 많이 안되어 있는 것 같아요.

잉크냄새 2011-12-28 13:36   좋아요 0 | URL
덧붙이자면 진위 여부는 알수 없지만 그 전단이 합법적임을 알려주기 위해 벌률회사의 공증을 거쳤다는 문구도 마지막에 적혀 있어요.

중국은 뭐랄까요. 그 넓은 땅덩이 만큼이나 다양합니다. 음식, 생활 습관...기타 등등 엄청나게 많은 문화가 공존합니다.

Forgettable. 2011-12-28 16:26   좋아요 0 | URL
전단을 붙이는 것이 합법적인 것이란걸까요. 아니면 전단에 쓰인 내용이 검증받았단 것일까요?
관광으로 사는거 말고, 그 언어를 사용하면서 그 문화에 녹아 살아보고 싶어요.
인도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한국 한번 안오세요? 오시면 술한잔 하시죠?! ^^

잉크냄새 2011-12-29 10:03   좋아요 0 | URL
당연히 당사자에 대한 공증이죠.
출신이라든지, 배경이라든지 하는 당사자와 관련하여 쓰여진 글이 거짓이 아님을 공증받았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은,,,자주 못가게 되네요.ㅎㅎ

라로 2011-12-2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왜 글자가 잘 안 보일까요???
그나저나 취직한거에요???축하해요(뒷북이라도 이해를,,ㅜㅜ)
저도 통 알라딘 뜸했거든요,,^^;;
그나저나 대전엔 언제 오시나요??

Forgettable. 2011-12-27 15:39   좋아요 0 | URL
아 폰트를 맑은 고딕으로 해봤는데.. 나비님 컴에 그폰트가 안깔려있나봐요!!
그럼 깨져서 보일거에요 ㅠ

저도 알라딘 요즘 완전 뜸해서...
일이 좀 한가해져서 다시 기웃거리고 있어요. 글 쓰는 것도 관성, 안쓰는 것도 관성인 것 같아요.
초대해주셔야 가지요!! ^^
 

이제 행복감에 찬 그는 인도인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 시시콜콜 늘어놓지 않았다. 그는 아름다운 달빛 아래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그리고 다시금 아름다운 사원을 보면서 그 누구 못지않게 이 땅의 주인이 된 기분을 느꼈다. 무기력한 힌두교인들이 앞서 이 땅을 소유했고 냉담한 영국인들이 그 뒤를 이었다한들 무슨 상관이랴?

 

인도에 가는 길에 집어 든 책은 요즘 한창 붙붙어 읽고 있는 [밀레니엄]이 아니라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이었다. 물론 [밀레니엄]을 읽었다면 기나긴 비행시간이 후딱 지나가서 좋기야 했겠지만(한편으로는 너무 지겨워서 왜 안갖고 왔나 후회도 되지만) 넓은 호텔 방에서 혼자 자야 하는데 밤잠 설쳤을 것이 틀림 없다.

 

인도로 가며 [인도로 가는 길]을 읽고 있는 것은 어쩐지 오글거리기도 한다. 그래서 책 제목을 약간 감추기도 했는데, 뭐 이런 낭만적인 나라로 가는 마음은 편하지가 않다. 위에 아지즈가 이슬람 사원에서의 스쳐지나가는 만남만으로도 우울한 기분을 회복했다면, 나는 좋아하는 나라로 가지만 ㅄ같은 팀장과 함께 가는 출장이라 그저 우울하기만 할 뿐이다. 공항가는 길이 이렇게 설레지 않았던 적이 없다.

 

도착하면 3시간 자고 바로 일에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비행기만 타면 자려고 커피도 못마시고, 홍콩 공항의 인스턴트 음식점에서 노트북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쇼핑도, 공항투어도, 다 지겨울 뿐.

 

이렇게 현실에 좌절하며 내가 꿈꿨던 삶은 다시금 멀어지는 듯 하다. 인도에서 기대치않은 스파크가 튀기를 기대하고, 또 기대하지 않는다. 요즘 사는게 너무 거지같다. 아냐, 이렇게 쓰고 또 생각해보면 회사 이외의 생활은 그리 거지같지도 않다. 회사도 나쁘지 않아. 단지 팀장이 거지같을뿐.... 대체 좋은 상사란 존재하는가?

 

이제 또 비행기 타러 가야 한다. 나의 인도로 가는 길이 평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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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1-12-13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럽당

Forgettable. 2011-12-13 20:59   좋아요 0 | URL
와보면.. 전혀.....=_=
도착해서 인도냄새 맡으니 약간 설레긴 했어요 ㅋㅋ

다락방 2011-12-13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의 인도로 가는길이 평탄하길.

Forgettable. 2011-12-13 20:59   좋아요 0 | URL
난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할라고 수영복도 갖고왔는데 ㅋㅋㅋㅋㅋㅋ
시간이.. 시간이 없어요. 혼자 맥주 한잔 할 시간 조차도.. ㅠㅠ

Mephistopheles 2011-12-13 22:12   좋아요 0 | URL
호텔 수영장이라니요. 반쯤 탄 시체가 둥둥 떠내려오는 갠지스 강에서 몸도 담궈보고 그러셔야....

Forgettable. 2011-12-23 10:03   좋아요 0 | URL
아휴.. 예전에 강에서 항아리에 그런 황톳물 뜨는 여자애를 본적이 있는데 ㅠㅠ 참 마음이 그렇더라구요.

잉크냄새 2011-12-13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부럽네요.
인도는 아직도 못가본 곳이 너무 많은데...다시 가고 싶네요.

Forgettable. 2011-12-13 21:00   좋아요 0 | URL
그쵸? 여긴 완전 다른느낌이에요.
저도 다시 가고 싶어요, 지금은 와있는게 아니에요 ㅠㅠㅠ

2011-12-13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1-12-13 21:00   좋아요 0 | URL
뻘글이 이것이로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정말.. 너무.... 눈물이 날 정도로 바빠 ㅠㅠㅠㅠㅠ

pb 2011-12-13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왓!! 인도로 출장이라니
대체 어떤 숙소에 머무르실지가 가장 궁금+_+
(게스트하우스 말고 인도의 다른 숙박시설이 상상이 안 가서 ㅠㅠㅠㅠㅠ그나저나 추운데 감기조심하세요 ㅋㅋㅋㅋ이맘때 갔다 얼어죽을뻔한 기억이 아직도 ㅠㅠㅠㅠㅠㅠ)

Forgettable. 2011-12-13 21:03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 인도에서 한달 생활비로 썼던 돈 정도를 어제 하룻밤에 숙박비로 더 썼다는??
그냥..... 뭐랄까... 다른 나라였다면 그냥 저냥 괜찮네~ 했을텐데
미친 경적소리와 먼지가 새벽 3시에도 떠다니는 인도이기 때문에 우와~ 우와~~~~ 했어요 ㅋㅋㅋ
얼른 쓰고 호텔 수영장 구경가봐야지.... 수영하고 싶었는데 ㅠㅠ

저도 4년전인가 이맘 때 왔었죠. ㅋㅋㅋ 피비님이랑 한번 얘기 했었던듯!!!!!

pb 2011-12-20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으아 ㅋㅋㅋㅋㅋ부럽네요
그럼 숙소는 일단 좀 괜찮은 곳 머무르신 것 같네요^^ 돌아오시면 이번엔 제발 한 번 봅시다(코님은 왜 또 잠수모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챠...) 델리라면 마스크는 필수!ㅋㅋㅋ(코딱지만 생각한다면..식겁ㅋㅋ)

여튼 건강히 돌아오세요~

Forgettable. 2011-12-22 17:1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벌써 왔습네다. 영혼을 인도에 두고와서 그러지...
신년회 한번 하지요?
코님은 또 시골간게 아닐까요? 대학원 입학전.. ㅎㅎㅎ

전 아무것도 없는 도시 뱅갈로 갔는데, 인도에서 파란 하늘 첨 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짜이사마시고 완전 환호!!!!!>.<
호텔부페보다 훨 맛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