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행복감에 찬 그는 인도인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 시시콜콜 늘어놓지 않았다. 그는 아름다운 달빛 아래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그리고 다시금 아름다운 사원을 보면서 그 누구 못지않게 이 땅의 주인이 된 기분을 느꼈다. 무기력한 힌두교인들이 앞서 이 땅을 소유했고 냉담한 영국인들이 그 뒤를 이었다한들 무슨 상관이랴?

 

인도에 가는 길에 집어 든 책은 요즘 한창 붙붙어 읽고 있는 [밀레니엄]이 아니라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이었다. 물론 [밀레니엄]을 읽었다면 기나긴 비행시간이 후딱 지나가서 좋기야 했겠지만(한편으로는 너무 지겨워서 왜 안갖고 왔나 후회도 되지만) 넓은 호텔 방에서 혼자 자야 하는데 밤잠 설쳤을 것이 틀림 없다.

 

인도로 가며 [인도로 가는 길]을 읽고 있는 것은 어쩐지 오글거리기도 한다. 그래서 책 제목을 약간 감추기도 했는데, 뭐 이런 낭만적인 나라로 가는 마음은 편하지가 않다. 위에 아지즈가 이슬람 사원에서의 스쳐지나가는 만남만으로도 우울한 기분을 회복했다면, 나는 좋아하는 나라로 가지만 ㅄ같은 팀장과 함께 가는 출장이라 그저 우울하기만 할 뿐이다. 공항가는 길이 이렇게 설레지 않았던 적이 없다.

 

도착하면 3시간 자고 바로 일에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비행기만 타면 자려고 커피도 못마시고, 홍콩 공항의 인스턴트 음식점에서 노트북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쇼핑도, 공항투어도, 다 지겨울 뿐.

 

이렇게 현실에 좌절하며 내가 꿈꿨던 삶은 다시금 멀어지는 듯 하다. 인도에서 기대치않은 스파크가 튀기를 기대하고, 또 기대하지 않는다. 요즘 사는게 너무 거지같다. 아냐, 이렇게 쓰고 또 생각해보면 회사 이외의 생활은 그리 거지같지도 않다. 회사도 나쁘지 않아. 단지 팀장이 거지같을뿐.... 대체 좋은 상사란 존재하는가?

 

이제 또 비행기 타러 가야 한다. 나의 인도로 가는 길이 평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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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1-12-13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럽당

Forgettable. 2011-12-13 20:59   좋아요 0 | URL
와보면.. 전혀.....=_=
도착해서 인도냄새 맡으니 약간 설레긴 했어요 ㅋㅋ

다락방 2011-12-13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의 인도로 가는길이 평탄하길.

Forgettable. 2011-12-13 20:59   좋아요 0 | URL
난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할라고 수영복도 갖고왔는데 ㅋㅋㅋㅋㅋㅋ
시간이.. 시간이 없어요. 혼자 맥주 한잔 할 시간 조차도.. ㅠㅠ

Mephistopheles 2011-12-13 22:12   좋아요 0 | URL
호텔 수영장이라니요. 반쯤 탄 시체가 둥둥 떠내려오는 갠지스 강에서 몸도 담궈보고 그러셔야....

Forgettable. 2011-12-23 10:03   좋아요 0 | URL
아휴.. 예전에 강에서 항아리에 그런 황톳물 뜨는 여자애를 본적이 있는데 ㅠㅠ 참 마음이 그렇더라구요.

잉크냄새 2011-12-13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부럽네요.
인도는 아직도 못가본 곳이 너무 많은데...다시 가고 싶네요.

Forgettable. 2011-12-13 21:00   좋아요 0 | URL
그쵸? 여긴 완전 다른느낌이에요.
저도 다시 가고 싶어요, 지금은 와있는게 아니에요 ㅠㅠㅠ

2011-12-13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1-12-13 21:00   좋아요 0 | URL
뻘글이 이것이로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정말.. 너무.... 눈물이 날 정도로 바빠 ㅠㅠㅠㅠㅠ

pb 2011-12-13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왓!! 인도로 출장이라니
대체 어떤 숙소에 머무르실지가 가장 궁금+_+
(게스트하우스 말고 인도의 다른 숙박시설이 상상이 안 가서 ㅠㅠㅠㅠㅠ그나저나 추운데 감기조심하세요 ㅋㅋㅋㅋ이맘때 갔다 얼어죽을뻔한 기억이 아직도 ㅠㅠㅠㅠㅠㅠ)

Forgettable. 2011-12-13 21:03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 인도에서 한달 생활비로 썼던 돈 정도를 어제 하룻밤에 숙박비로 더 썼다는??
그냥..... 뭐랄까... 다른 나라였다면 그냥 저냥 괜찮네~ 했을텐데
미친 경적소리와 먼지가 새벽 3시에도 떠다니는 인도이기 때문에 우와~ 우와~~~~ 했어요 ㅋㅋㅋ
얼른 쓰고 호텔 수영장 구경가봐야지.... 수영하고 싶었는데 ㅠㅠ

저도 4년전인가 이맘 때 왔었죠. ㅋㅋㅋ 피비님이랑 한번 얘기 했었던듯!!!!!

pb 2011-12-20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으아 ㅋㅋㅋㅋㅋ부럽네요
그럼 숙소는 일단 좀 괜찮은 곳 머무르신 것 같네요^^ 돌아오시면 이번엔 제발 한 번 봅시다(코님은 왜 또 잠수모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챠...) 델리라면 마스크는 필수!ㅋㅋㅋ(코딱지만 생각한다면..식겁ㅋㅋ)

여튼 건강히 돌아오세요~

Forgettable. 2011-12-22 17:1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벌써 왔습네다. 영혼을 인도에 두고와서 그러지...
신년회 한번 하지요?
코님은 또 시골간게 아닐까요? 대학원 입학전.. ㅎㅎㅎ

전 아무것도 없는 도시 뱅갈로 갔는데, 인도에서 파란 하늘 첨 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짜이사마시고 완전 환호!!!!!>.<
호텔부페보다 훨 맛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