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주년 삼일절이고, 달력에 빨간날로 되어 있지만, 난 휴일 근무 중. 사실, 근무라고는 하지만, 아 능률 정말 안 올라서... (원래 휴일 근무라는 게 효율이 매우 낮은 게 진리) 자다가 먹다가 졸다가 하다가 뭐 그러고 있으니 벌써 6시다. 원래 목표가 5장이었는데, 이제 겨우 2장 만들었구만. 우짤 것이냐. 우짤 것이냐!

 

이 기세라면, 주말에도 근무해야 할 듯. 다음 주 화요일에 내부 리뷰가 있고 금요일에 어디 들고 가서 얘기한다니, 적어도 수요일까지는 다 나와야 하는 건데 반도 못 만든 건... 역시 나의 태만, 게으름.. 그리고 하기 싫음. 일이 점점 하기 싫어지니 아이디어도 안 나고 시간만 줄줄 새고 있는 느낌인데.. 이건 여행을 다녀와도 안되고 산책을 다녀와도 안되고... 우째야 하는 것인지.

 

요즘은 신문이나 포털도 지저분한(!) 이야기 투성이라, 참 어이가 없어서 더 의욕이 안 생기기도 한다. 하긴, 지금의 분위기는 의욕을 가져야 하는 분위기가 맞다. 이제 드디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고 우리는 연대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한 사람의 용기가 이렇게 번져나가 많은 사람들을 분연히 일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여성으로서 사회생활 하다보면, 성희롱이나 가벼운 추행 정도는 안 당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고. 술자리에서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 대상으로 삼는 행위나 말들은 얼마나 많았던가. 나처럼 냉정하고 찔러도 피도 안 나올 것처럼 생겼다는 평을 받는 (정말 이런 얘길 하는 사람이 있었다 ㅜ) 사람도 그런 자리에 가면 '얼음'이 된다. 그러니까 이게 뭐지? 이런 얘기가 왜 내 앞에서 나오는 거지? 저 사람은 왜 자꾸 옆에 붙는 거지? 이게 꿈인가? 소설인가?... 이런 느낌에 아득해진다는 거다. 그게 젊은 여성들이 흔히 겪는 일이다. 막상 그런 말과 행동을 접하면, 어쩔 줄을 몰라하게 된다는 거. 어떤 미친 넘들은 아니 그 때 얘기했어야지, 왜 듣고 있었어? 너 왜 가만히 있었어? ...라고도 하고 더 나아가 그냥 너도 좋았던 거 아니야? 라는 미친 소리도 하지만, 그런 건 말이다. 너네가 군대에 갔어. 신입이야. 근데 병장이 불러. 그리고 그냥 몽둥이로 냅따 때려. 그냥 마구. 아무 데나. 그런다고 생각해보렴. 그럼 소리가 나올까? 이게 현실이라고 생각될까? 그런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단다.

 

심지어, 여성들에 대한 성희롱/추행은 아주 작은 거라도 매우 기분 나빠지는 일이기 때문에 평생 머릿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니 심한 (이것에 정도가 있다면 말이다) 성추행이나 심지어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면, 약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자고 남자들만 봐도 몸서리가 쳐지는 상태가 되고도 남을 게다. 그건 그냥 알 수 있다. 어떤 정신 상태인지. 어떤 끔찍함인지. 그런데 거기다가 대고 그럴 수도 있지, 그런 건 빨리 잊어버려, 사회생활 하려면 그런 일도 참아내야지 (이런 얘긴 여성상사들도 많이 한다, 사실) 등등등 말하는 건, 거의 테러다.

 

급흥분했다. 휴일에 회사에 혼자 앉아 나 혼자 글쓰며 화내고 있으려니... 좀 난감한 기분이 되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게 그냥 유야무야 되어서 날짜만 가면 어떻게 되는 그런 일이 아니었으면 한다. 경고하고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사회적으로 분위기 조성하고 그런 일을 자행했던 사람들은 처벌, 그게 감옥에 가는 것이든, 일을 못하게 해서 생매장을 시키는 것이든, 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댓가는 치루어야지. 난데없이 그런 일을 당했던 많은 어린(혹은 젊은) 여성들을 생각해보라구.

 

... 더 흥분했다가는 일을 못할 것 같아 여기까지. 암튼 두고보고 있다. 대통령도 엄중히 조치해야 한다고 말한 바, 무엇보다 연대하는 여성들이 있기 떄문에 쉽사리 잦아들지는 않으리라고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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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3-01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 얘기 들으면 심난해요. 미투운동은 더 일찍 시작됐어야 했던 건데.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참았나 싶어요.ㅠ

휴일 날 일하셨군요. 당연히 기분 안 나죠.ㅠ
그런데 앞으론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잖아요.
그때까지만 어떻게......ㅠㅋ

비연 2018-03-02 12:2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 긴세월 참아온 듯.
어떻게 그랬는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심란해지는 요즘에요.

일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건... 그러네요.
그래도 일할 수 있는 지금 시기를 좀 누려야하는 거 같네요.
문득 기운이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