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리즈이긴 하다. 엄청 두꺼운 책이 술술 읽히고 마지막에 가서는 아하. 하는 맛도 있고. 무엇보다 해리 홀레라는 형사가 주는 흡인력 때문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는 11부작까지 나왔고... 지금 번역은 9권이 되어 있다. 비채에서 전권을 번역하고 있고.

 

아 근데 이제 너무 괴롭다. 해리 홀레는 이제 거의 만신창이이다. 30대의 전도유망했던 형사는 저리 가고 거의 괴물급의 불사신으로 등극하였다. 얼굴에 긴 흉터 하나 박히는 건 아무 것도 아니고 손가락 잘려서 금속으로 채우고 여기저기 쑤시고 잘리고 뚫리고. 이 책 <팬텀>에서도, 예리한 칼날로 턱 부분에 자상을 입었는데, 병원에도 못 가고 직접 실로 꿰매고 (으악) 그것도 나중에는 떨어져서 덜렁거리니까 다시 한번... 붙으라고 테이프를 붙여두고... 아. 해리 홀레는 살아있는 게 용할 정도다. 그나마 머리는 안 다치니 시리즈가 연명은 할 수 있는 거겠지. 물에 빠지고 말에서 떨어지고 여기저기 채이고 찔리고 문에 끼이고... 읽고 있으면 정말 괴로와서 미칠 지경이다.

 

그 배경은 또 어떠한가. 노르웨이 오슬로라는 동네는 마약 천지라서 대부분이 마약 먹고 뿅.. 간 상태로 지내는 듯 하다. 경찰들도 다 배신자들 뿐이고 이넘 저넘 불륜이고... 으악. 막 불편해진다. 재미가 없지는 않으나, 뭐랄까. 이제 좀 그만해줘. 해리를 놓아줘. 그냥 편하게 살게 해줘... 이런 생각만 든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는 결국 해리가... 끝?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데, 이 이후에도 책을 쓴 거 보면 죽지는 않았나 보다.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게 아니라서 해리 홀레 그만 좀 괴롭히라고 하니까 요 네스뵈가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니.. 라는 투로 대답을 했다는데..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닙니다요. 대부분은 나이가 들면서 좀더 안정되고 좀더 느릿해지고 그러지요. 이제 중년도 훌쩍 넘긴 아저씨를 이렇게 시달리게 해서야 불쌍해서 우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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