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은 두 번째 연구에서 "비만한 사람(혹은 생쥐)은 날씬한 사람(혹은 생쥐)과는 다른 장내 미생물 군집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가장 뚜렷한 차이는 두 가지 장내 미생물 그룹의 비율이었는데, 비만한 사람은 날씬한 사람보다 피르마쿠테스Firmacutes가 많은 반면, 박테로이데테스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 (중략) ...

당시 연구실에 머물던 대학원생 턴보는 살찐 생쥐와 날씬한 생쥐로부터 미생물을 수확한 다음 두 그룹의 무균생쥐에게 각각 투입했다. 그 결과 둥뚱한 생쥐의 미생물을 받은 무균생쥐는 체지방이 27퍼센트 증가했고, 날씬한 생쥐의 미생물을 주입받은 무균생쥐는 체지방이 47퍼센트 감소했다. (p186)

 

이런. 비만과 날씬의 차이에 미생물의 차이가 있다니. 이런 놀라운 발견이라니. 역시나 이 결과를 보고 언론의 대응은..

 

 

전 세계의 언론은 고든의 발견을 '체중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구원과 사면'으로 취급했다. 미생물을 이용한 신속한 치료가 눈앞에 있는데 엄격한 식사 지침을 고수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세균이 저울 눈금을 조작하는 것으로 밝혀졋는데 칼로리 과잉을 탓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한 신문이 "지방? 당신의 장내 미생물을 탓하라"라고 쓰자, 다른 신문은 "과체중? 미생물이 주범이다"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그 헤드라인들은 틀렸다. (p187)

 

자극적인 기사와 한방으로 해결된다는 컨셉을 좋아하는 것은, 어느 나라 언론이나 마찬가지이다. 과학적인 발견을 해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일인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험결과의 확대적용도 문제이지만, 심지어 오도를 하는 것은 심하게 말해서 범죄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말하자면, 언론은 이렇게 해석했다. 마음껏 먹고 즐기세요. 미생물 한방 맞으시면 전부 해결됩니다. 이런 걸 우리는 '사기'라고 한다.

 

미생물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숙주인 우리도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다른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소화관은 그 속에 서식하는 미생물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공급하는 영양소에 의해 규정된다. 열대우림이 열대우림인 것은 거기 사는 새, 곤충, 원숭이, 식물 때문만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와 햇빛 그리고 땅에서 솟아나는 영양소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숲 속에 사는 동물들을 끌어내 사막으로 보낸다면 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p189)

 

 

만약, 두 무균생쥐, 그러니까 뚱뚱 미생물과 날씬 미생물을 둘다 주입한 두 무균생쥐를 같은 공간에 두고 식물성 먹이만 제공한다면, 기름진 먹이를 좋아하는 뚱뚱 미생물은 발을 붙일 데가 없어서 소멸하고, 날씬 미생물은 이 식물성 먹이를 잘 분해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제 세상을 만나 식물성 먹이를 잘 먹고 뚱뚱 미생물을 튕겨 버린다. 반대도 성립한다는 거다. 먹는 것을 기름지게 주면, 날씬 미생물이 죽고 뚱뚱 미생물이 활성화되어 체중이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미생물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몸에 무엇이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어느 미생물이 제 세상을 만나느냐가 정해진다 이거다. 한 방에 살을 쫘악 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먹는 걸 달리 하는 게 맞다. 이런 결론이 도출되는 거다.

 

이 책은 아직 반 정도 읽었는데... 아 요즘 <비밀의 숲>을 이제야 보게 되어서 완전히 폐인모드로 지내느라 책을 읽을 짬을 못 내고 있다.. 조승우 왜 이리 멋짐... 암튼, 이 책은 진정 재미있고 유익하다. 에드 용의 관점은 놀랍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장인에 가깝다. 과학서적을 이렇게 대중적이면서도 지적으로 쓰기 쉽지 않은데, 진정 대단한 사람을 만난 느낌이다. 생각해보나. 평생 듣도 보도 못했을 미생물 이름을 막 나열하면서도 재미를 주는 책이라니. 상상이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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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27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편 건강 교양 프로그램이 가끔 과장이 심한 건강정보를 알려주곤 해요. 그런 프로그램을 많이 본다고 해서 건강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건강 교양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믿으면 음식 먹는 일이 신경 쓰여서 스트레스가 생길 거예요. ^^;;

비연 2017-12-27 13:3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그런 프로그램은 멀리 하심이... 뭔가 과장이 심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느낌...

cyrus 2017-12-27 13:46   좋아요 0 | URL
저는 안 보는데, 엄마가 본방사수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거 그만 보라고 말립니다.. ㅎㅎㅎ

비연 2017-12-27 14:23   좋아요 0 | URL
홋. 어머니들은 그런 프로를 좋아하시더라구요...ㅎㅎ;;;;
저도 엄마한테 제발 그런 것 좀 보지 말라고 하는데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