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토요일과 일요일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쓰게 된 것도 오래 된 일은 아니다 싶다. 주 5일제를 적용하는 회사들에 다녔지만, 항상 일에 부대껴서 주말 하루는 나가야 했었던 것 같고, 그렇게 회사 일을 하지 않더라도 정신없이 사람들 만나느라 허덕거리며 다녔던 적이 많았다. 물론 내가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 것도 '나의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내가 나 하나만을 바라보며 나의 일을 차분히 하는 시간들을 즐기게 되면서부터 '나의 시간'이 온전해졌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일요일은 대부분 집 앞 투썸플레이스에 나온다. 노트북을 들고 나오기도 하고 그냥 책 한권만 들고 나오기도 하고. 가끔은 엄마를 불러서 팥빙수라도 하나 먹고 들어가기도 한다. 일을 하기도 하고 이렇게 알라딘을 도닥거리기도 하고 어떨 땐 이메일 정리를 하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이 평화로움이 너무 좋다... 라는 생각이 오늘따라 많이 든다.

 

 

 

에드 맥베인의 소설을 사두고 바로 읽지 않는 것은, 반칙이다... 라고 본다. 그래서 이번에 구매한 책 중에 제일 먼저 잡아 들어서 결국 어제 하루 만에 다 읽어 버렸다. 누누히 얘기하지만 이 그리 길지 않고 그다지 복잡하지도 않으며 상당히 일반적이고 시시한 농담들이 수없이 오고가는 이 책의 매력은 무엇인가를 읽기 전에 꼭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맞아 이거야 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미국 사람들이 딱 좋아할 만한 수위의 대화체 구성, 통통 튀기는 대화 속의 유머와 해학, 경찰을 '직업'으로 가진 다양한 연령층,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의 생활 모습... 유혈이 낭자하거나 대단한 추리나 엄청난 액션이 나오지 않아도 이 시리즈는 읽을 때마다 푹 빠지게 된다.

 

물론 사람마다 호불호는 있겠으나, 내가 좋아하는 류는 이런 책인 것 같다. 아 에드 맥베인의 책을 이렇게 열심히 내주는 피니스 아프리카에에게 얼마나 고마운 지 모르겠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찔끔찔끔 여기저기서 일관성 없이 나오던 이 시리즈를, 꽉 다잡고 쭈욱 내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거 중간에 안 내게 되면 서명운동이라도 할 참이다. 87분서 시리즈를 전부 내주세요! 라고.

 

 

오늘은 할 일이 꽤 많다. 이젠 미룰 수 없을 정도로 일정에 쫓기고 있는 터라 아침에 작심을 하고 노트북만 하나 달랑 들고 왔다. 책을 들고 오면 자꾸 책을 읽게 되니, 과감히 일 다하고 집에서 읽으리라 하고 가방에서 빼버렸다. (훌쩍) 바빠지면 여기저기 다니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묘한 심정인지라, 괜히 가을여행에 기웃기웃거려보기도 하지만... 추석 때 부모님과 여행을 일주일 가기로 예약되어 있으니 (예약하느라 정말 힘들었다. 멀리도 못간다ㅜ) 그거 하나 바라보고 열심히 이 일들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라고 굳게, 굳게... 마음을 다지고 나왔노라... 여기서 선포. (ㅎㅎㅎ)

 

다음 책은 뭘로? 잠시 고민하다 나왔는데, 아무래도 읽다 만 <백치>를 다 읽어야겠다 해서 다시 꺼내놓고 나왔다. 상권 거의 다 읽어가던 중에 다른 책들을 읽느라 저기 멀리 밀쳐두었었다는. 내친 김에 하권까지 완독해봐야지. <백치> 다음엔 <악령>을 읽고 싶은데, 그렇게 긴 호흡의 독서를 시간이 허락할 지 모르겠다. 한 달만 어디 쳐박혔다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헛된 희망을 다시 한번 품어보며... 이제 일하자. 휘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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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9-11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제 외출중에 이 글을 보고 ‘나도 빨리 까페가서 책 읽어야지, 그리고 그러고 있다고 댓글 달아야지‘ 생각했는데, 결국 그냥 집에 돌아왔어요. 책은 무겁게 계속 가지고다니고.... 집에 와서 책을 읽으려 햇지만 한 장 읽으니까 꾸벅꾸벅 잠이 오고.. ㅠㅠ
제 주말은 그래서 책 한 장도 안읽고 날려버렸어요 ㅠㅠ

비연 2017-09-11 20:27   좋아요 0 | URL
ㅎㅎㅎ 다락방님 댓글에 웃음이~ 그런 날이 있어요. 책을 낑낑거리고 들고 다니다가 그냥 집에 오는 날. 어제가 그런 날이었던 모양이에요. 근데 정말이지, 요즘은 책 읽는데 왜 이리 졸린 걸까요. 꾸벅꾸벅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