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걸 읽고 있다. 1,000페이지쯤 된다. 내가 왜 이걸 읽고 있지? 갸우뚱하면서 읽고 있다. 뭔 말인지도 잘 모르겠고 뭔 말인지 알고는 싶은 건가 의아스럽기도 하고. 6월까지 한번 쭈욱 다 읽을 생각인데... 될까? 아 몰라.

 

오늘은 5월 30일. 내일이면 5월이 끝난다. 사람들이 시간이라는 걸 측정자를 만들어서 세월 흘러가는 걸 느끼게 한건, 잘한 건지 못한 건지. 뜯겨가는(물리적으로 뜯지는 않지만) 달력을 보며 한숨 짓는 나를 보면, 못한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2017년의 반에 거의 다다랐다는 게 믿겨지냐고. 한 일도 없는데. 하겠다고 한 일은 하나도 못한 것 같은데. 이런 걸 우리가 '허송세월'이라고 부르는가.

 

 

 

 

 

 

 

 

 

 

 

 

 

 

 

 

 

 

이렇게 약간 무력하고 쓸쓸하다 할 때는, 잔잔한 일본 소설이 제격이다. 일본 작가들은 참 재미있는 것이, 정말 끔찍한 소설들도 많이 쓰는 작가들이 있는 반면, 이렇게 잔잔하기 그지없는 소설들을 잘 쓰는 작가들이 있다는 거. 영화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조미료 하나도 안 친 신선하고 담백한 유기농 야채를 먹는 느낌. 청량함. 잔잔함. 깨끗함. 이런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 책도 그럴 것이라 예상하며 펼쳐 들었다. 그래그래, 세월 간다고 그만 투덜거리고 이런 책으로 마음을 좀 정화하렴, 비연.. 이런 심정인 것이다. 얼른 집에 가서 이 책을 읽고 싶어 좀이 쑤신다. (... 라기 보다는 회사 있기 싫은 거 아닐까? =.=;;)

 

가을이 되어 바람이 선선하게 불고 금방 어둑어둑해지는 저녁을 바라볼 때만, 외로움을 느끼는 건 아닌 것 같다. 요즘처럼, 낮에는 찬란한 햇빛이 반짝이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바람이 살갗을 스치는 시기에 외로움이 더 절렬하게 다가오기도 한다는 거. 내 심정이 요즘 그렇다. 뭐라 설명하기는 그런데... 아뭏든 덕분에 집중력 제로 무력감 최고조 이런 상태. 괜히 사람들을 만나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떠들고 술을 마시고 해봐야 남는 건 적막감과 사무치는 그리움 뿐이라 이제 당분간 자중하며 지내기로.. 마음 먹어본다. 여행.. 도 가고 싶은데, 묘하게 이런 심정으로는 여행 계획도 잘 안 짜진다. 결국은 집에 틀어박혀 음악 들으며 책이나 읽는 게 해법.

 

다음 주는 5일에 휴가를 내어서 본의 아니게 며칠 쭈욱 쉬게 생겼다. 정말 여행 계획 짜다가 집어 치웠고 ... 어떻게 지낼까 생각 중이다. 하루는 나가서 전시를 보고 주변에서 사진을 찍을까. 또 하루는 어느 카페에 틀어박혀 책 쌓아놓고 읽을까. 또 하루는... 휘릭 차를 몰고 나가서 바다나 보고 올까. ... 마음 속에 뭔가가 불쑥불쑥 올라오곤 하는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이러다가 매일 10시쯤 일어나 점심도 아닌 것이 아침도 아닌 것이 그런 밥을 먹고는 또 퍼져 자다가 저녁 먹고... 운동이나 꾸역꾸역 하며 하루를 마감하는 나흘이 될 수도... 있다.. (가능성 제로라고, 양심상 말하기 어렵다 ㅜㅜ)

 

영화는 하루 봐야겠다. <노무현입니다>. 이 영화는 꼭 혼자 볼 거다. 예전에 <변호인> 보러 갔다가 대성통곡을 한 경험이 있어서, 영화 보는 내내 질질 짤 것으로 예상되는 내 모습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다. 가기도 전에 울거라고 생각한다니. 사실 나는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에는 그다지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거칠고 늘 분노에 차 있는 모습이, 버거웠다. 생각은 옳으나 처리하는 방법이 세련되지 못해서 빚어지는 많은 일들이 아쉽기도 하고 화도 났었다. 그래, 그랬었다. 하지만, 퇴임을 하고 사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사람이 대통령일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너무 시기상조의 일이었던 것이기는 하나 행운이었다 싶었다.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마음속 깊이 퇴임한 대통령의 멋진 모습을 남겨주실 것을 기도했었다... 이번에 정권이 교체되고... 다시한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측은지심이 발동한다. 대중은 열광하고 역사는 그의 존재를 인정할 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인간적으로는 참 외로왔겠다, 참 힘들었겠다 싶어서 가슴이 따끔하다.... 그래서, 혼자 가서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고자 한다.

 

그나저나... 나의 오월은 종합검진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수면내시경으로 끝날 나의 종합검진. 멋지지 않은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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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5-30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자격증을 준비 중인가 봅니다. 수험 교재로 보이는데 엄청난 두께군요. ^^;

비연 2017-05-30 20:49   좋아요 0 | URL
흠흠... 한번 해볼까 싶은데... 이 나이에 하려니 머리가 딱딱..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