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성근 감독이 경질 혹은 사의를 표명했다는 기사가 떴다. 한화는 감독의 무덤이긴 한 모양이다. 김인식 감독도, 김응룡 감독도, 심지어 김성근 감독도 난관 극복이 안되는 팀이었다니. 한화 프론트인 박종훈 단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모양인데, 김성근 감독은 어느 팀에 가서나 마지막엔 늘 그렇게 끝나곤 해서, 그게 한화라고 특별할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김성근 감독은 왜 실패했나. 라는 이야기들이 회자되고 있다. 사실 좀 웃긴 건,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을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한화로 올 때는 거의 난리 수준이었었다. 고양 원더즈를 거치면서 그 이미지가 많이 희석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왕년의 잘 나가던 프로야구팀 감독이 2부 리그 감독으로 가서 후진 양성에 힘쓰는 모습이, 심지어 거기 있던 선수가 프로야구팀에 스카웃이 되기도 했던 미담이, 그 분이 온다면 뭔가 제대로 된 야구를 할 것이다 라는 기대감을 고무시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화는 그룹이나 구단이나 팀이나 리빌딩이 필요한 곳이었고 강성인 김성근 감독이 가면 팀을 기초부터 좀 만들어주지 않을까 라는 열화와 같은 성원이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마무리된 게 아쉽다. 감독의 스타일이 변화하는 프로야구 세계와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해도 노장의 마무리가 가장 나쁜 형식에 속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예전엔 감독의 독단적인 재량으로 선수들을 혹사시키다시피 해서라도 실력을 올려주면, 선수도 좋아했고 프론트도 좋아했었다. 경기가 끝나고도 연습을 시킬 수 있었고 1군에 대한 재량권이 컸었고. 그렇게 해서 따라오면 선수로 크는 것이고 못하면 뭐 그대로 쭈그리 하다가 슬그머니 사라지게도 되는 것이었지.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 훈련량이 많기로 유명하고, 안되면 피곤한 선수들이라도 잡아서 더 시키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게 요즘 같이 선수들 몸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분위기에는 맞지 않는 것이고. 무엇보다 프론트가 감독의 고유 권한이라고 생각되는 부분까지 관여하는 것에는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서 자꾸 부딪히게 되는 것이고.
어쩌면... 회사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현장에서 자기 재량권을 충분히 가지게 해줄 것이냐 본사에서 이들을 컨트롤 하는 것에 권한을 더 줄 것이냐가 항상 딜레마 중의 하나니까. 프로젝트 매니저는 현장 사정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간섭하고 귀찮게 하면 일이 되느냐 불평하고, 본사에서는 회사의 룰이라는 것을 제대로 지켜가며 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것인데 그것도 안하느냐 응수하는 게 일상적인 일인지라. 어느 것이 옳은 지는 모르겠다. 사실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인 듯 해서.
김성근 감독은 실패했나? ... 이 평가는 좀더 지켜보아야 할 문제이고. 그냥 나는, 이제까지 프로야구에서 헌신한 한 노장 감독이 적절한 형태로 물러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느 감독이 헌신을 다해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자괴감이 들지 않겠는가 라는 아쉬움이 커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 라는 것과 무관하게.... 밝히자면 개인적으로는 김성근 감독을 좋아한다. 무리하는 면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야구만을 생각하고 야구를 위해 일생을 바치는 모습이 일면 올곧다고 생각한다. 타협을 할 줄 모르는 것이나, social이 부족한 것은 그런 태도의 부산물이지 않을까. 그렇게 한 분야에 몰입하여 살았던 사람에게는 응당한 대접을 해주는 게 옳다라는 생각이 들어 몇 글자 끄적여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