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남자는 스티브 카렐라 같은 사람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매우 강렬하게 들었다. 영리하고 경찰의 직감이 뛰어나면서도 아내를 사랑하고 동료를 배려하고 누구에게나 다정함을 주는 사람. 흠. 이 책에선 사실 호스 코튼이라는 87분서에 새로 들어온 경찰이 대두되느라 그다지 전면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묘하게 이 책에서 스티브 카렐라의 진면목을 확인하게 된다. 앞으로 난, 누가 이상형이냐 그러면, 87분서의 스티브 카렐라 라고 할 거다. 제발 이 얘길 알아듣는 사람들이 많기를 바라면서. (그게 누구? 그러면 설명해야 하는...ㅜ)

 

에드 맥베인의 책은 유쾌하다. 경찰들끼리, 경찰과 조사받는 상대방과의, 혹은 경찰과 용의자와의 대화들이 맛깔지다. 통통 튀기며 주고 받는 대화들이 촌철살인이면서 재미있다. 이번엔 마이어마이어 형사의 가족간 대화가 압권이었다. 큭.

 

 

"그 아저씨가 문을 두드리지 말았어야 하는 거야, 아빠?" 수지가 물었다.

"얘야." 마이어가 말했다. "아파트에 있던 그 남자는 살인 용의자였단다. 살인 용의자를 상대할 때 네가 두드려야 하는 건 그놈의 머리뿐이지."

수지가 킥킥거렸고, 싱크대에 있던 사라가 소리쳤다. "마이어!"

"살인자에게 친절하게 대하라고 가르치란 말이야?"

...(중략)...

"스티브는 화났어?"

"모르겠어. 별로 말이 없었어. 미스터 코튼은 카드에다 써 갖고 다녀야 할 거야. '코튼 호스 방문' 이라고. 노크를 한 다음에 그걸 문 아래로 밀어 넣는 거지. 만일 그 친구가 사흘 내내 문을 노크하고 다닌다면 딕스 강에서 건져 낸 시체가 그 친구인지 우리는 신원 조회를 해야 할 거야."

"마이어!"

(p130-131)

 

 

읽으면서 이런 현실감 나는 대화를, 굳이 웃기려는 말을 넣지 않아도 대화만으로도 웃기게 하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에드 맥베인의 재주에 새삼 감탄했지 뭔가.

 

 

"호스, 자네에게 충고 하나 하지."

"뭔데?"

"내가 세계 최고의 경찰은 아니야. 난 내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할 뿐이야. 그게 다야. 하지만 나는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고, 샘 그로스먼과 그의 감식반원들 덕분에 내 일이 훨씬 쉬워진다는 걸 아네. 가끔은 감식반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때도 있지. 가끔은 탐문 수사와 경찰 끄나풀과 개인적인 추리에 의해 해결될 때도 있고. 하지만 감식반이 모든 걸 해결할 때도 있네. 직접 체포하러 나가진 않지만. 감식반이 얘기할 땐, 나는 듣네. 경청하지."

"무슨 뜻이지?" 호스가 물었다.

"자네에게도 귀가 있다는 뜻이야." 카렐라가 말했다. "커피나 마시러 갈까?"

(p53)

 

카렐라의 장점은, 마지막 문장에 있다. 잔소리 같은 충고를 했지만 커피나 한반 마시러 갈까 하면서 마음을 풀어줄 줄 안다는 것. 그리고 누구에게나 겸손하다는 것. 감식반의 샘 그로스먼이 기초적인 감식방법을 알려준다고 해도 끝까지 들어준다는 것.

 

**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는 아직도 번역되어 나올 게 한참 남았다. 그게 기쁘면서도 초조하다. 우잉.

 

 

1956, 01. Cop Hater (경찰 혐오자)

 

 

 

 

 

 

 

  

1956, 02. The Mugger (노상강도)

 

 

 

 

 

 

 

 

1956, 03. The Pusher (마약밀매인)

 

 

 

 

 

 

 

 

1957, 04. The Con Man (사기꾼)

 

 

 

 

 

 

 

 

 

1957, 05. Killer's Choice (살인자의 선택)

 

 

 

 

 

 

 

 

1958, 06. Killer's Payoff (살인자의 보수)

 

 

 

 

 

 

 

 

 

 

1958, 07. Lady Killer

 

 

 

 

 

 

 

 

 

1959, 08. Killer's Wedge (살의의 쐐기)

 

 

 

 

 

 

 

 

 

1959, 09. 'til Death

 

 

 

 

 

 

 

 

 

1959, 10. King's Ransom (왕의 몸값)

 

 

 

 

 

 

 

 

1960, 11. Give the Boys a Great Big Hand

 

 

 

 

 

 

 

 

1960, 12. The Heckler

 

 

 

 

 

 

 

 

1960, 13. See Them Die

 

 

 

 

 

 

 

 

1960, 14. Lady, Lady I did it!

 

 

 

 

 

 

 

 

1962, 15. Like Love

 

 

 

 

 

 

 

 

1963, 16. Ten plus One (10 플러스 1)

 

 

 

 

 

 

 

 

1964, 17. Ax

 

 

 

 

 

 

 

 

1964, 18. He who Hesitates

 

 

 

 

 

 

 

 

1965, 19. Doll

 

 

 

 

 

 

 

1966, 20. 80 Million Eyes

 

??? (실종...)

 

 

1968, 21. Fuzz

 

 

 

 

 

 

 

 

1969, 22. Shotgun

 

 

 

 

 

 

 

 

1970, 23. Jigsaw (조각맞추기)

 

 

 

 

 

 

 

 

1971, 24. Hail, Hail the Gang's All Here

 

 

 

 

 

 

 

 

1972, 25. Let's Hear It for the Deaf Man

 

 

 

 

 

 

 

1972, 26, Sadie When She Died

 

 

 

 

 

 

 

 

1973, 27. Hail to the Chief

 

 

 

 

 

 

 

 

1974, 28. Bread

 

 

 

 

 

 

 

 

1975, 29. Blood Relatives

 

 

 

 

 

 

 

 

1976, 30. So Long as You Both Shall Live

 

 

 

 

 

 

 

1977, 31. Long Time No See

 

 

 

 

 

 

 

 

1979, 32. Calypso

 

 

 

 

 

 

 

 

1980, 33. Ghosts

 

 

 

 

 

 

 

 

1981, 34. Heat

 

 

 

 

 

 

 

 

1983, 35. Ice (아이스)

 

 

 

 

 

 

 

 

 

1984, 36. Lightning 

 

 

 

 

 

 

 

 

1984, 37. And All Through the House

 

 

 

 

 

 

1985. 38. Eight Black Horses

 

 

 

 

 

 

 

 

1987, 39. Poison  

 

 

 

 

 

 

 

 

1987, 40. Tricks

 

 

 

 

 

 

 

 

1989, 41. Lullaby

 

 

 

 

 

 

 

 

 

1990, 42. Vespers

 

 

 

 

 

 

 

 

1991, 43. Widows

 

 

 

 

 

 

 

 

1992, 44. Kiss

 

 

 

 

 

 

 

 

1993, 45. Mischief

 

 

 

 

 

 

 

 

1995, 46. Romance

 

 

 

 

 

 

 

 

1997, 47. Nocturne

 

 

 

 

 

 

 

1999, 48. The Big Bad City

 

 

 

 

 

 

 

 

2000, 49. The Last Dance

 

 

 

 

 

 

 

 

2001, 50. Money, Money, Money

 

 

 

 

 

 

 

 

 

2002, 51. Fat Ollie's Book 

 

 

 

 

 

 

 

 

2003, 52. The Frumious Bandersnatch

 

 

 

 

 

 

 

 

2004, 53. Hark!

 

 

 

 

 

 

 

 

2005, 54. Fiddlers

 

 

 

 

 

 

 

 

**

 

 

그러니까, 내가 찾아본 총 54권 중 번역이 되어 나와 있는 것은 10권. 그 중 피니스 아프리카에 것이 8권. 나머지는 해문과 검은숲, 동서문화사 등등. 주로 초기 작품들만 번역이 되어 나와 있고....  특히 <Cop Hater>라는 첫번째 작품은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제목으로 출간. 이게 대표작이라서 그런가...

 

1970년 이후 것은 아직 번역된 것이 없어 보인다. 피니스 아프리카에가 열심히 펴내고 있기는 한데... 근데 가만 보면 표지는 피니스 아프리카에가 훨씬 낫다. 초창기의 에드 맥베인 영문소설 표지는.. 어쩐지 3류의 스멜이 느껴지는... 그나마 최근에 reprint 되거나 한 것들은 좀 낫지만. 그래도 피니스 아프리카에 만세.

 

2005년에 에드 맥베인이 사망했으니... 죽는 순간까지도 87분서 시리즈를 쓰고 있었다고 보면 되나. 괜히 아연... 2000년대 소설 번역되어 나오는 거 기다리다가 감질 나서 못 사느니 그냥 영문판으로 볼까. 근데 중간중간 이어지는 내용들을 모르고 뒤의 것만 뜬금없이 읽으면 헷갈리지 않을까. 기다려야 하나. 지금 피니스 아프리카에가 뭔가 하나 더 낸다고 하던데. 대략 순서대로 내다가 갑자기 초기의 <살인자의 선택>으로 돌아갔으니. 종잡을 수가 없다. 대충 보면 <Killer's Payoff>가 나올 법도 한데 말이다. 암튼... 기다려 본다. 힘내라, 피니스아프리카에. 글고 힘낸 김에 가마슈 경감 시리즈도 얼른 내는 것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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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잡이 2017-05-06 0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작 소식에 반가워서 덧글 남깁니다 ㅎㅎ 팬까지는 아니어도, 킹의 몸값을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또또 찾아봐아겠네요!

비연 2017-05-06 10:23   좋아요 0 | URL
양손잡이님!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는 진리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셨다니.. 부럽. 다음 신간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비연이구요 ㅎㅎ 다른 작품들도 꼭 보세요. <살의의 쐐기> 이런 책들. 엄지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