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고 나흘이 지났다. 1월 1일에 세운 계획이 있다면, 문자 그대로 '작심삼일'. 지금쯤 그 계획이 무너지고 있음에 약간의 낙망함을 느낄 시기이다. 흠... 근데 올해는 아직까지도 뭔가 계획이란 걸 세우지 못하고 있다.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한다.
새해 같지 않아서이다. 누군가 그랬다. 새해가 온 게 아니라 그냥 지구가 자전했을 뿐이라고. 흠냐. 뭔가 동감이 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너무나 다양하고 전방위적이고 다이나믹한 뉴스들이 계속해서 연이어 나오고 있고 그럼에도 아직 해결난 건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새해란 '아직' 인지도 모르겠다. 그넘의 새해가 언제 올런지. 2말 3초는 되려는 지.
올해는 뭘 할까. 어떻게 좀 재미나게 지내볼까... 머릿속이 복잡복잡하다. 작년에 알라딘에서 서재의 달인이 되었고 북플 마니아도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딱히 다른 해보다 활발히 활동한 것 같지도 않고 책도 그냥저냥이었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부끄러울 뿐이다. 심지어, 내가 심심풀이로 맛집앱에 리뷰를 올리고 있는데 거기서도 올해 'holic'이란 걸 붙여주고는 몇 가지 혜택을 주겠다 연락이 왔다. 음식점 할인쿠폰 주고, 맛집에서 행사도 가지고 뭐 그런 것 같긴 하두만... 이런 건 또 처음이라 약간 당황. 보아하니 주로 대학생들이 당첨되었던데 거기서 중년의 내가 뭘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으헝) 그냥 맛난 음식을 좋아해서 그 정보를 나누고자 꾸준히 올렸을 뿐인데. 사실 할래 안할래? 라고 연락이 와서 안할 수도 있었으나 그넘의 쿠폰이나 등등의 혜택이 탐나서 그만 '할래'라고 보내버린 거지. 막상 된 사람들을 보니 연령층이 넘 낮아서 당황한 거고. 암튼, 작년엔 업무적으로 매우 상당히 꽤 'terrible' 하게 지냈던 터라 가외 활동이 많았던 것 같다. 이런 것도 다 되고.
올해를 시작하면서 뭘 좀 배워봐야겠다 싶어서 신청을 했다. 원래 토요일마다 중국어를 배웠었고 그 지난 몇 년간은 일본어를 했었는데 이번에 중국어 선생님이 학원을 쉬게 되면서 나도 같이 쉬는 방향으로 했었다. 몇 달 쉬었더니 토요일마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 같고 중국어를 어디서 다시 배워볼까 고민하다가 원래 내가 좀 배워보고 싶었던 강좌가 개설되었길래 4월까지 배우는 걸로... 신청하고 거금 투척. 많이 망설였으나 그냥 저질렀다. 왜? 내가 마음 가는 거에 그 정도 투자는 하자 싶어서. 과감 비연. 허허.
중국어는 어쩌지? 사실 일년 정도 다니긴 했는데 영 관심이 생기질 않아서 말이다. 그러니 실력도 안 늘고 답답함의 연속이라 이걸 버려 말아... 라고 계속 생각하는 중이다. 버리자니 좀 아깝고 중국어도 해놔야 하지 않나 라는 약간의 강박감도 있고. 그래서 올해는 한번 혼자 해봐야겠다 하고 있으나, 말이 혼자 공부지, 될리 만무해서 일단 4월까지 다른 강좌 듣고 5월부터 다시 생각하자 라고 고민을 미루어둔 상태이다.
뭐 이렇게 이런저런 생각과 계획 중. 회사에 대한 고민도 계속 되고 있는데 여러가지 요인으로 쉽지 않아서 이것도 큰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불경기이기도 하고 지금 옮기자니 여러 고려사항이 있고 회사라는 곳을 이렇게 재미없게 계속 다녀야 하나 라는 마음도 있어서 계속 생각의 끈은 잡고 있으나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을 갖고 좀 차분히 생각하기로.
잠자기 전에 읽고 있는 책이다... 사실 읽고 있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아주 조금 읽었다. 요즘 많이 피곤하고 저녁에 숙소(?)에 가서는 열심히 일드를 보느라 책 읽을 시간이 급격히 줄었다. 책 보겠다고 누우면 바로 자기 일쑤고. 왜 이리 피곤한지. 아무래도 몸이 피곤 중독 상태로 디톡스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어쨌든, 이 책. 제목과 표지가 너무 멋져서 야금야금 읽고 있기는 하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류라 아껴가며 읽고 있다고 변명을 해두자. 이제 처음 몇 장 읽었으니 뭐라 평하기는 그렇고. 그건 나중에.
존 버거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의 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하나 둘 다 떠나가는구나 라는 생각에 잠시 망연자실했었다. 사실 소설이나 에세이도 좋아하지만 평론도 좋아했고. 집에 안 읽은 책도 몇 권 있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들춰봐야겠다 싶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 죽음에 경중은 없을 테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저 세상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좀더 아쉽고 서운한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존 버거는 90의 나이에 하늘나라로 갔지만 더 살아서 좋은 글을 남겨 주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분이었다. 이젠 과거형의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내가 읽은 존 버거의 책들이다. 돌이켜보니 여러 권 읽었었네. 다시한번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