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이 이제 열흘 남았다.

 

다시한번, 시간 빨라 시간 빨라.

나이 먹을 수록 자기 나이의 2배속으로 시간이 간다고 하더니만, 어쩐지 체감은 십배속이다.

 

한 해가 끝날 때는 늘 자기 반성과 신년에는 어떻게 살아야지 하고 결심한다. 이건 뭐. 나한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누구나 그 해를 마감하는 입장에서 뒤를 회한으로 돌아보고 앞을 희망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겠지. 이제 슬슬 송년회에 지쳐가면서 (아 정말 몇 주째 이게 왠 난리굿인지) 약속을 그만 잡고 머리를 비워야겠다 싶으니 그런 생각이 드는거다. 올해 나 어떘지?

 

내년에 나 어때야 하지? 를 생각하기 전에 올해의 나를 돌아보다 보니 아... 올해는 정말 엉망인 한 해였구나 라는 걸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 아무 생각 없었고, 아무 것도 열심히 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중국어를 배운다고 몇 달동안 주말마다 갔었지만, 예습 복습 없이 해서 하나도 늘지 않았고 그나마 다니던 강좌가 폐강되어 학원을 안 다닌 지도 몇 달 째이다. 결국 학원을 안 가니 중국어는 하나도 보지 않게 되고 지금 내 머릿 속에는 중국어가.... 없다. 어떻게 없니? 라며 아무리 뒤적거려도 안 보인다, 중국어.

 

그 밖에도 하겠다고 한 것 중에 이룬 게 무엇이 있는가. 성질 좀 그만 부려라 했는데 그것도 전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며칠 전 알라딘에서 고백했다시피) 엄마 아빠한테 잘 하자 했는데, 여전히 신경질 중이다. 나 자신을 위한 투자를 하겠다고 몇 가지나 To-Do List에 적어두었지만, 하나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다이어트는.... 더 쪘다. 오늘 아침 체중계가 나에게 알려 주었다.

 

독서도 덜했다. 정신을 빼고 사니, 책읽을 시간이 넘쳐나도 쉽게 잡지 못했다. 읽겠다던 인문사회 책은 그닥 더 읽어내지 못하고 역시나 머리 비우고 읽기 좋은 추리/스릴러에 시간을 투여한 경우가 많았다. 영어책이나 일어책도 열심히 읽겠다 했으나... 한 권... 읽다가 버려둔 책들이 책상 위에 즐비하다. 넘어질 것 같다. 도로 책장에 꽂아야 하겠다.

 

뭐 이런저런... 다 생각해도 뾰족히 내세울 만한 일을 하지 않은 한 해였다. 문화생활도 꽝. 올해는 클래식도 별로 안 가고 뮤지컬은 더더군다나 잘 안 가고... 영화는 좀 봤는데, 좋은 영화를 찾아가 보기보다 집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야밤에 본 게 더 많다. 멋진 중년이 되겠노라 다짐해서, 차림새나 얼굴에도 신경 좀 쓰자 했는데.. 거울을 보니... 풀어진 라면 같은 여자가 날 바라보고 있다. 짜증 게이지 급상승중.

 

아뭏든 그리하여, 2016년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나에게 만족스러운 게 하나도 없다, 이거다. 아 하나 더 불만스러운 거.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살았다는 거. 치사하고 비굴한 행동이었는데, 그렇게 해서 받는 스트레스를 역으로 풀려고 했다는 게 더 우습다. 그런다고 풀리나. 인상만 투덜이 스머프로 변할 뿐이다. (이미... 철푸덕 ㅜ)

 

2016년 나의 마무리 단어는 '空'.

머리도 비었고 마음도 비었고... 허무한 한 해였다.  (몸은 안 비었다. 지방으로 그득이다)

나머지 열흘동안 대략 마무리하고 2017년에는 좀 현실적인 할 일들을 생각해봐야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6-12-22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2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12-2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글 읽다가 저도 급 반성모드예요.
정말 시간 이렇게 빨리 가기예요?!? ㅠㅠ

비연 2016-12-22 19:2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정말 시간... 치사합니다. ㅠㅠㅠ 전 열흘 내내 반성해도 모자랄 만큼 올해 정말 아니었어요.
우리 잘 마물하고 내년엔 좀더 나은 시간들 보내기 위해 홧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