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밀려서 서울로 복귀하지 못하고 송도에 주말까지 머물러 출근을 했다. 매일 새벽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는 생활이라 송도의 아침을 본 건, 그러니까 어둠이 낮게 깔린 송도 이외의 모습을 본 건 오늘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어둠 속의 송도는 화려한 빛들이 난무하는 곳이지만, 민낯의 송도는 어쩐지 낯설고... 황량하다. 아직은 여기저기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고 텅빈 공간들이 군데군데 꺼벙이 머리 빠진 것마냥 보이는 터라 뭔가 정감이 가는 동네는 아니다.. 또 느끼며 오늘 출근했다.
아침에 오면서 오늘 못 들은 손석희의 어제 앵커 브리핑을 들었다. .. 대단한 사람이구나, 아니 언론인이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늘 잊지 않고 집요하게 파내는 누군가가 있기에 이러한 일들이 이루어질 수 있었구나 라는 깨달음이 왔다. 뭔가 이루어낸 게 있는가 지금? 이제 시작일 뿐. 차분히 시작을 누리고 나아갈 바를 하나하나씩 확인하고 해내야 할 때가 아닌가.
... 세상 돌아가는 얘기는 각설하고.
(사실, 정치 얘기나 이런 건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워낙 시국이 시국이라 요즘은 이런 얘기로 계속..)
알라딘에서 올해의 내 독서기록을 정리해준 것을 보니... 올해 책 읽는 것에 어지간히도 소홀했다 싶었다. 작년보다 책을 29권 덜 구매했고(헉!) 우리 동네 상위 0.5%... 주로 읽은 건 소설류. 영미, 프랑스, 추리/스릴러, 일본소설들... 세계의 소설들... 그리고 철학, 인문학, 에세이 등등등. 소설을 좀 멀리하고 인문학 분야를 많이 읽자 라는 계획이었는데 지켜지지 못한 것 같고 책도 더 사고 더 읽고 하자 했는데 그것도 꽝으로 보인다. (빅데이터 분석의 놀라움이란)
올해도 다 지나가니, 책 구매부터 한번 더 하고 내년도 독서계획은 잘 세워서 실천해봐야겠다 라는 마음이다. 나이가 들수록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이해하고 하는 게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에 계속 초조할 뿐이다. 독서를 뭘 그리 초조해하며 하냐.. 라고 한다면 좀 무안스럽긴 하지만,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쓰고 싶은 것들도 있는데 어쩐지 시간만 훌렁훌렁 가고 있으니.
송도 숙소에도 책을 한아름 가져다 놓았으나 잘 읽혀지지 않는 게 흠이다. 혼자 있으니 이상하게 집에선 자주 먹지 않던 맥주를 찾게 되고 맥주를 마시며 책 읽는 것엔 익숙하지 않은 터라 지나간 일드를 보거나 영화를 다운로드받아 보게 된다.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인 일드 <파트너>를 시즌별로 아주 차곡차곡 보고 있고 지난 한달간 다운로드 받아 본 영화도 서너편 되는 것 같다. 물론 피곤해서 보다가 자고 보다가 자고 해서 며칠을 두고 보긴 하지만 말이다. 하하.
얼른 일 끝내고 집에 가서 쉬어야지... 우선 책부터 구매좀 하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