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베이스로 움직이는 직업을 가진 자의 비애는, 프로젝트 사이트가 바뀔 때마다 거길 가서 상주해줘야 한다는 것.

 

어렸을 때는, 그것도 나름 재미였는데, 이젠 나이가 들어서인지 싫다 싫어... 하고 있는데 이번엔 급기야 애매한 지역인 송도에서 프로젝트를 하게 되어 버린. 작년에 같은 곳에서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매일 출퇴근하다가 나중엔 병까지 나고 너무 바쁠 땐 호텔까지 잡아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엔... 근처에 방을 잡아 버렸다. 4개월. 내년 3월까지다.

 

남들은 대학교 더 어리면 고등학교 때도 집나와 독립해서 잘도 살지만, 나는 이 나이 먹도록 결혼이란 것도 안 했기 때문에 몇 개월을 혼자 나와 사는 게 처음이다. 흐미. 참... 이게 몇 개월 나와 사는 것도 준비할 게 왜 이리 많은 건지. 살림살이 사는 데 익숙치 않은 나는 이마트에서 물건 하나 사는 데도 못 찾아서 몇 바퀴를 뺑뺑... 주말엔 힘들어 뻗어버렸다.

 

오늘 아침, 옷가지 몇 개랑 싸들고 나오는데 마음이 괜히 휑.... 부랴부랴 와서 짐 풀고 출근하고 하루종일 정신없이 지내다가 퇴근이 늦어졌고. 그래서 잘 때 밑에 깔려고 산 매트리스 도착시간에 못 맞춰서 전화로 한 소리 듣고 허겁지겁 좇아와서 끙끙 거리며 매트리스를 방으로 운반. 잘 뜯어서 펼치니 애개 넘 작다... 라는 생각.. 하다가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소용없어.. 하며 눈 질끈 감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위에 패드 하나 깔고 이불 놓고 베개 까지 놓으니 좀 그럴 듯 해보이기는 하더이다.

 

저녁을 못 먹어서 어쩔까 하다가... 그냥 근처의 스타벅스로 와서 내가 좋아라 하는 호박당근케잌과 커피로 오늘의 분주함을 달래고 있다. 이러고 있으니 왠지 싱글 라이프를 이해할 것만 같은 느낌 아닌 느낌. 겨우 하루...ㅎㅎㅎ 오늘은 수퍼문도 뜬다는데 들어가는 길에 맥주나 한캔 사가서 그거나 봐야겠다 싶기도 하고. 작은 오피스텔이라 좀 썰렁해서 잠이 올까 걱정이긴 하다. 한 일년 살면 이것저것 갖추고 살겠는데 4개월 그러니... 음식 해먹을 도구 같은 건 아예 쳐다도 보지 않았고 그냥 옷이랑 이불이랑 책.... 이랑..ㅎㅎㅎ;;;

 

 

 

이걸 들고 나왔는데, 좀 후회가 된다. 썰렁한 방에서 어려운 사람들 이야기 읽으며 허무함과 답답함을 곱씹을 생각 하니, 이건 아니지 싶다. 아직 인터넷 신청을 안해서 뭘 보기도 그렇고. 일단 보기는 보되.... 그냥 일찍 자야겠다 싶다... 쩝.

 

아. 영화나 다운로드해갈까? 흠... 암튼, 이 책 말고 다음엔 좀 밝은 책... 으로 다시 가져오자. 여기 오기 전에 앞의 몇 장 읽어본 결과, 상당히 음울한 책이겠다 싶단 말이지. 세상도 음울한데. 불가능이 가능이 되는, 놀라운, 퐌타스틱 월드이기도 하지만. (짜증 팟)

 

일단 먹고, 일좀 하고.... 나의 일생 처음의 한시적인 싱글 라이프를 누려보자... 오피스텔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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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나린 2016-11-14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허전하기도 하고 준비할게 많아서 바쁘시겠어요.그럴땐 좀 잼난책을 읽으시는것도 괜찮을듯 합니다^^
혼술도 좋구요~~맥주한캔의 여유~~ㅎ

비연 2016-11-14 23:34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안 그래도 맥주 한캔 중요~ 수퍼문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