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평온하다고 할 수 있을까. 마음 속에선 수많은 마귀들이 바글거리고 있다. 미움과 피곤과 불만과 불평과 증오와... 아... 써놓고 보니 내 속이 좀 불쌍하다. 마귀들도 어떻게 저런 흉측스러운 이름들의 마귀들을 자라게 두었을까. 하지만 겉으론 평온하다. 개인적으로나 회사적으로나 너무 일이 없어 탈이다... 라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생각했다.
회사에서 엎어진 프로젝트들은 일어날 줄을 모르고, 그것 때문에 내가 겪고 있는 수모(?)와 자괴감들이 내 속에서 마귀를 더 키우고 있다. 아주 기름을 붓고 있다. 이를 어쩌나.. 라는 걱정이 이제 극에 달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어쩌겠는가 싶은 것이고. 지금은 반쯤 포기 상태로 이 시기가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기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엄청나게 평범한 삶. 회사 출퇴근하고 조금 먹고 많이 걷고 약간 읽고 있다. 어제는 <질투의 화신>을 보는데, 내가 손 발을 넋놓고 있는 것이 문득 마음에 안 들어서 털실을 꺼내 들었다. 작년부터 세이브 더 칠드런에서 하는 '신생아 모자뜨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데 (https://www.sc.or.kr/moja/index.do) 올해 시즌 10이 이번달 24일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에 언제고 털실을 들어야지 했었다. 그게 어제였던 거지.
사실 솜씨는 별루다. 처음이고 뜨개질을 좋아라 하지만 그닥 재주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텔레비전이라는 걸 보고 있으면 왠지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질투의 화신>은 여전히 재미있고 기발하지만 중반전을 넘어가고부터는 몰입도는 떨어지는 편이라 딴 생각이 난 거지. 보라색과 주황색의 실이 내게 있고 오늘 또 실을 주문했다. 작년엔 4개 떠서 보냈는데 올해는 시간 날때마다 떠서 6개까지 떠보리라. 라는 것이 나의 목표 아닌 목표다. 개인적으로 얼마나 심심하면, 이런 목표를 세우냔 말이다. 뭐 어쨌든.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에 방점을 두기로 했다.
스트레스가 쌓이니 아무리 걷고 적게 먹어도 몸무게는 그대로이고, 심지어 뱃살은 더 튀어나오는 기분이다. 이럴리가 없잖아! 라고 하지만 매일 아침 보이는 체중계의 숫자와 육안으로 확인되는 내 가슴과 엉덩이 중간쯤에 살의 형상으로 비죽이 튀어나온 것을 보면 할 말은 없다. 스트레스가 이리 무서운 것이냐.
장황하게 썼지만, 요약하자면 심심하다는 거다. 아. 비연은 심심하다. 머릿 속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 심심함과 무료함을 견디며 인생을, 나의 하나밖에 없는 인생을 이렇게 보내도 될까 라는 것 때문에 괴로와지고 있다. 그다지 가치있어 보이지도 않는 이눔의 회사를 그만두고 일단 좀 쉬어볼까? 라는 생각을 하루에 거짓말 좀 보태서 100번은 하는 것 같다. 오늘같이 월급날이면 그 횟수는 조금 준다. 한 50번 정도로? 비루한 일상이다.
요즘 이걸 보고 있다. 쉽고 재미있다. 상품을 잘 팔리게 하는 것은, 그저 요란하게 꾸며대는 것에 있지 않고 사람에게 다가가는 데에 있다. 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을 색상과 구조와 배치 등으로 하는 것이다... 뭐 이런 얘기인데 꽤 솔깃하고 납득이 가는 이야기이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원래부터 이 일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겠지. 이런 일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마구 부러워지기도 하고. 나중에 책방을 할 꿈이 있는 나로서는 허투루 지나갈 만한 책은 아니라서, 아주 곱씹어가며 읽고 있다. 앞으로 공간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면서. 물론, 그 날이 언제 올 지는 ... 아무도 몰라...;;;; 얼른 왔으면 좋겠지만... 내 개인적인 바램일 뿐.
심심한데 단풍 보러 갈까? 하다가... 주말에 단풍 보러 갔다가는 빨간 바지 입은 엉덩이들만 보다 올 것 같다 접음.... 근데 왜 등산복은 빨간색이 많을까. 바지조차. 단풍이랑 어우러져 아주 정신이 다 사나왔던 과거의 기억들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