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영화를 다운로드 받아달라고 한 조카 덕분에 돈을 적립해두었더니만, 괜히 나도 보고 싶은 영화를 다운로드 받을까 키보드를 만지작거리게 되더라. 그래서 어제 밤에 <나의 소녀시대>라는 대만 영화를 다운로드 받았다.

 

사실 무지하게 유치하다. 고등학생들의 뻔한 첫사랑 이야기. 폭탄머리의 여자아이가 있고 인기절정의 새침떼기 이쁜 여자아이가 있다. 이들은 이웃. 그리고 학교에는 전교 1등의 엄친아가 있고 조폭 뺨치는 싸움짱인 남자아이가 있다. 당연히 폭탄머리女는 엄친아를 좋아하고 (눈에서 하트 뿅뿅), 싸움짱인 남자아이는 이쁜 여자아이를 좋아한다. 그러다가 행운의 편지(아 이게 얼마만에 보는 것이냐. 대만에도 있었다니!)가 폭탄머리女에게 날아오고, 착해빠진 주인공은 고민하다가 써서는 고약한 담임과, 이쁜 여자아이와, 그리고 싸움짱에게 보낸다. 그런데 싸움짱이 그걸 보다가 차에 부딪혔다 이거지. 그렇게 해서 시작된 둘의 인연.

 

그렇게 이 사건 저 사건 얽히고 섥히면서 둘은 서로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말은 못하고 둘다 다른 애를 좋아할 거라 생각해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폭탄머리女는 사랑의 감정에 잘 보이려고 예쁜 머리모양으로 바꾸고... 그녀의 이름은 그러니까, 린전신(林眞心). 이름부터가...ㅎㅎㅎ 이 린전신은 유덕화팬. 아 나도 그런 배우 있었다. 장국영. 사진 모으고 영화 보고 ... 나의 학창시절이 떠오르는 그 지점. 만우절에 저세상으로 갈 줄은 그 땐 몰랐지. 으흑. <첨밀밀>이라는 영화에서 등려군의 노래가 이들을 잇는 오작교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유덕화가 이 영화에서 이 둘을 잇는다.

 

이 상투적인 영화가 왜 그렇게 마음에 콱 박히던지. 아 정말..ㅠ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봤다니까. 나 이거 왜 이러지. 이러면서 헉헉 울면서 봤다. 둘이 헤어지는데 마음이 막 미어지는... 주책 비연...ㅜㅜㅜㅜㅜㅜㅜㅜㅜ

 

이게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도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이었다는) 인기 있으리라 생각도 못했다가 관객수가 많아서 한참이나 안 내려지고 걸려있었다. 그래서 뭔가 싶어서 봤던 거였는데 말이다, 말이다. 괜히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해서 그런가. 그 아이들의 그 순수함을 보면서 이젠 해져버린 나의 이 마음이 슬퍼서 그런가. 누굴 좋아했던, 아무 사심없이 좋아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그런가. 암튼... 울면서 보는데 참 한심스러웠다... 그래도 해피엔딩이라 좋았고. 근데 남자아이의 성인 배우는... 이런. 환상 깨지게 무슨 강아지 같은 남자가 나타나서... 쩝.

 

암튼 뭐. 유치해도 옛날 생각도 많이 나게 하고, 나쁘지 않았다.. 고 슬며시 고백을 한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있었다고!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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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2016-10-07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상영하기 전부터 벼르고 있었어요. 보고싶어서요.
친구들과 함께 영화관에서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죠.
유치하지만 추억 돋는 영화. ㅋㅋ

비연 2016-10-07 09:55   좋아요 0 | URL
추억돋다... 아 이말이 딱 들어맞는 영화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