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여행하면, 가서 읽을 책 고르기의 즐거움을 뺄 수 없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면 바리바리 몇 권이건 들고 가겠으나 이번처럼 가족여행이고 보면 저녁에 과연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까 싶기도 해서 한두 권 가져가는 게 고작일테지만 말이다. 그러니 더욱 머리가 아파지는 것이고 더욱 설레게 되는 것이고. (크)
지금 읽고 있는 <사피엔스>는 너무 너무 재미있어서 매일 궁금하지만 가져가기에는 좀 버거운 몸체이다.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니 말이다. 지금 10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대단히 흥미진진한 책이라는 것을 고백할 수밖에 없으나... 여행에는 부적합. 하고 옆으로 슬쩍 밀어둔 상태이다. 어제 생각해보니 이 책이 좋겠다 한게.. 바로 요것. ↓
누구 기다리다가 손에 쥔 책이 그날따라 없어서 근처 서점에서 냉큼 사왔던 책이다. 지인이 너무 시간 맞춰 오는 바람에 몇 페이지 못 읽고 넣어두었는데, 매우 흥미로운 설정에 재미난 문체였다. 이 정도면 가볍고, 무게로나 내용으로나, 따라서 여행에 적합하겠다 싶다. 이거 읽고 나서 재미있으면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사려고 보관함에 담아 두었다.
처음 나왔을 때 표지가 참 이뻐요 하고 유념해두긴 했었는데 다시 봐도 예쁘다. 색깔도 그렇고 내용과 무관하지 않은 표지그림도 그렇고... 앙투완 로랭 이라는 사람은 처음으로 접해보았고 조금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라고 감히 생각하는 중이다. 물론, 다 읽어봐야 말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아무튼 이걸로 한 권 낙점.
한 권만 더 가져가야지.. 라고 생각하고 주저없이 고른 건 [Axt] 9-10월 호이다. 표지가 김연수라는 점이 일단 마음에 든다. 사실 김연수의 책은 딱 한 권 읽었다. 그것도 에세이.
대단히 감명깊었다고는 말하기 힘들겠지만, 좋았다고는 말할 수 있는 책이었다. 사람들은 김연수의 책을 많이들 읽던데, 아직 소설은 접해보지 않았고 앞으로의 계획도 모르겠다. 지난 7-8월호를 보고 정유정의 책을 읽은 것처럼, 그래서 다른 책들도 다 읽어버려야지, 팬이 되어버려야지 라고 결심하게 된 것처럼, 9-10월호를 읽고 나서는 김연수의 팬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의 일을 어떻게 알겠는가. 아뭏든, 흥미를 계속 가지고 있었던 작가라서 표지모델 보고 아 이번에도 [Axt]는 사야겠다 했다.
[Axt] 냐 [Littor] 냐 정기구독을 뭘로 할 것인지 아직 정하지 못해서 지금 그냥 서점 가서 구매하는 중이다. 9월에는 결정해야지. 라고 비장해져 본다.
두 권. 조금 아쉽지만, 여기까지 가져가련다. 부모님도 가시는데 저녁마다 책읽는다고 방에 쳐박히는 짓은 집에서나 하는 일이지. 놀러 가서까지 그러면 안되겠다 싶어서이다. 그리고 부모님이랑 가면 저녁에 많이 피곤하다. 의외로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어디 불편하실까봐, 식사 끼니 걸러질까봐, 간 곳이 재미없을까봐... 별로 신경 쓰이게 하는 스타일들이 아니신데도 자식이니까 그런 자잘한 신경근육을 쓰게 되는 듯 하다. 그래서 저녁에 맥주 한잔 함께 하고 수다 떨다가 곯아 떨어지기 일쑤.
그래도 두 분 다 건강하셔서 함께 여행을 갈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을,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에 친구 어머니가 쓰러지셔서 중환자실에 계셨다가 일반실에 계셨다가 왔다갔다 하시고 정신도 약간 오락가락 하시고 몸도 반신마비가 와서 재활을 해야 하고 ... 하는 일이 벌어졌었다. 식구들이 총비상이 걸렸고, 연세드신 아버지 챙기랴 병원에 계신 어머니 챙기랴 다들 혼을 뺀 채 살고 있다. 아직 어떻게 될 지 기약이 없어서 서로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니.. 마음이 너무 아프고... 어머니는 얼마나 불편하시겠으며 혼자 집에 덩그러니 계시는 아버지는 얼마나 쓸쓸하시겠는가.
여행을 간다는 건, 항상 기쁨이다. 내일부터 재미나게 삼사일 다녀오도록 하겠다.
모두들, 즐겁고 건강한 한가위 되시길!
제발 지진은 다시 일어나지 않는 시간들이길 바래본다. 으악.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