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아 나왔고... 정말 번개같은 속도로 난 주문을 했고. 그런데 <마스터 키튼> 이전 18권(완전판으로)은 몇 번을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리마스터 앞에서 아. 다시 읽어야지 하며 자동반사적으로 책장에서 18권 모두를 낑낑거리면 내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 하고야 말았다..=.=;;
그러니까... 이번이 5번째인가 6번째인가. 이 완전판을 사기 전에 보고 완전 감명 받아서 전 권을 한꺼번에 주문한 후... 시간 날 때마다 보았었다. 봐도봐도 새록새록한 만화라니. 이런 걸 우리는 '고전' 혹은 '명작'이라고 한다. 굳이 꼭 텍스트로 된 책들에만 그런 명칭을 붙이고 싶은 분들은... 그렇게 하시고. 난 만화에도 붙이련다. '명작'은 '명작'인 거니까. 1990년대후반부터 수년 간 쓰여진 이 만화에는 그런 명칭을 붙여도 아깝지 않다 이거다.
다이치 키튼. 고고학자이자, 예전 SAS 특수교관이었고 지금은 보험조사원이라는 명목으로 약간의 탐정 비스므레한 일을 하던 아저씨. 대학 때 결혼한 똑똑하고 아름다운 부인과의 사이에 부인을 꼭 닮은 딸 유리코가 있다. 이혼했다는 게 에러이긴 하지만... 어수룩해보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어낼 줄 알고, 둔해보이지만 민첩하고, 무엇보다 고고학에 대한 그 순수한 열정. 사실 이 부분이 나를 감동시키는 캐릭터이다.
다이치 키튼의 아버지와 딸 유리코. 이 만화는, 여러가지 인간군상을 보여주면서도 이렇게 한 템포씩 쉬어가며 사는 것에 대한 고즈넉함과 유머를 안겨주는 맛이 있다. 아주 자연스럽게. 이렇게 인생을 허비하는 것도 .. 멋진 일 아니냐?.. 이 대목에서 왠지 가슴에 청량함이.. 스윽 지나간다.
아는 것도 많은 키튼. 동생이 저주를 해서 형을 죽였다고 믿고 엇나가지만 키튼은 옛날 이야기를 해주며 그 형도 천국에서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이야기 해준다. 눈물이 핑.... 으흑.
키튼이 존경하는 유리 스코트 교수. 그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 인간이 배우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어떤 곳 어떤 때라도 배울 수 있다고. 그 손녀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얼마나 훌륭한 말인지. 장소 찾고 자리 찾고 환경 찾고 하기 전에... 내게 진정으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는 지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 아닐지. 그리고 그게 있다고 확인되면... 다 무슨 상관이냐. 그냥 하면 되는 것이지.
마지막. 키튼이 드디어 자신의 꿈이자 유리 교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루마니아의 어느 마을에서 홀로 발굴을 시작하게 되고. 긴긴 여정 끝에 돌아 돌아 왔지만 그것이 낭비가 아니었음을... 지금의 나는 이제까지의 나를 합한 것에 알파를 더한 것임을 얘기할 때... 가슴이 더욱 찡해온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지막 페이지. 아마 예전에도 한번 올렸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하나의 남자몫을 하게 된 이온이 키튼에게 점심 먹으라고 부르니.. 키튼이 "배고픈 걸!!" 하면서 짓는 저 웃음. 만화이지만, 그 웃음에는, 긴 길을 걸어온 후 마침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된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넉넉함이 배여 나온다고 느끼는 건 나 뿐 인지. 난 힘들 때 가끔 이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본다. 이상하게 힘이 난다. 이 웃음을 보면. 왠지 나한테 할 수 있다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곧 마스터 키튼 리마스터가 도착할 것이고. 나는 정말 소중히 읽을 것이다. 20년이 지난 키튼의 모습. 유리코의 모습. 친구 찰리, 이온의 모습이 궁금하다. 아마 아버지는 돌아가셨을까. 발굴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니엘은 여전히 그 사업을 하고 있을까. 모두의 인생이 궁금하지만 기대를 갖고 꾸욱 참으며 기다리고 있다. 마치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인생을 느끼는 것 같은 이 감정. 아 이런 만화를 만드는 스토리텔러와 만화가는.... 어떤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