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토 가나에.  湊かなえ.

 

<고백> 이라는 책으로 첨 접하고 나서 몇 권인가 더 읽다가 이제 그만 읽어야지 했던 작가이다. 일단 뭐, 내 스타일이 아니랄까. 스토리는 참신하고 내용도 군더더기 없는데 왠지 나한테는 좀 이질감이 드는 작가라 책을 읽는 게 불편했었다. 뭐. 그렇게까지 이 작가의 책을 읽을 이유는 없으니까 여기서 그만. 하고 읽지 않고 있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작가가 "오랜만에 아득바득한 마음으로 쓴다" 고 했고 "독자가 어느 순간 '앗!' 하고 순간 정지 모드가 될 법한 이야기를 쓴다"고 했다니 재미있는 뭔가가 준비되어 있을까 라는... 호기심이 문득 들어 구입.

 

솔직히, 이건 스포일이라 말할 순 없지만, 마지막 문단을 읽고 나서 "...?" 라는 느낌을 잠시 가지다가 갑자기 머리가 핑그르르 돌면서 "..아.. 아아아앗!" 이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된 것을 고백한다. 내가 바보라서인지 이런 결말은 예측을 못하고 있다가 퍽. 하고 당했다는 느낌. 이 작가는 역시, 반전의 묘미를 아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덮고 나면 왠지 좀 서늘.. 해지는 느낌까지 선사. 궁금하면... 읽어보면 된다...흐흐흐.

 

 

이 책에서 얘기하고 싶은 건, 사실 반전에만 있는 건 아니다.. 라고 본다.

 

.. 그야말로 히로사와의 단짝인 줄 알았는데, 한심할 정도로 히로사와에 대해 아는 게 없다. ... (중략) 범인 추적은 아무래도 좋다. 그저 히로사와 요시키란 사람이 궁금했다.

(p180)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 사람을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많이 생각했었다. 절친한 사이라고 해도 그 사람을 전부 아는 것은 아닐 거다. 그동안 살아온 켜켜의 시간 속에 묻혀진 그(녀)의 이야기. 감정의 결들. 사람들이 가지는 그(녀)의 모습. 그(녀)가 가지는 사람들의 인상... 이런 것들은 다 이야기할 수도 없고 사실 다 알 수도 없는 거라서... 사람이 사람을 안다는 건 참 단편에 불과하구나 싶었다.

 

주인공인 후카세도 절친이라고 생각했던 히로사와가 죽고 나서 그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시점에서 과연 히로사와의 지난 인생에는 무엇이 있었을까를 궁금해하게 된다. 내가 아는 히로사와가 과연 히로사와 본연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히로사와의 모습은 무엇일까.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면서 히로사와 요시키라는 인물의 윤곽이 좀더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아 나는 그에 대해 참 한정적으로 알았구나 라는 감상을 가지게 되고. 나 또한 이 내용을 읽어내려가면서 누구를 안다 라고 말하는 게 참으로 무의미하면서도 위험한 일이라는 기존의 생각에 살을 더하게 된다. 

 

"그렇게 무턱대고 화낼 필요도 없엇는데. 요시키가 평생 일을 안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딱 일 년. 어디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거나, 거기서 하고 싶은 일이 있었던 건지도 모르는데... 이야기만이라도 들어봐줄걸 그랬어." (p194)

 

무채색의 모습으로 , 투명한 모습으로 늘 상대를 배려하고 포용하는 히로사와 요시키. 대학을 졸업하고 1년 정도 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는 야단을 친다. 직장을 구해야지, 그게 무슨 소리냐. 그리고 그 산같이 믿음직했던 아이가 저세상으로 가고 나니 그것이 후회된다. 들어나 봐줄걸. 왜 그리 몸서리치며 하지 말라고 화부터 내었을까. 그리고 끝내 그 아이가 어디를 가고 싶어했는 지는 알 수가 없어진다. 그 아이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어디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모든 걸 품고 하늘로 떠났으니... 누구나, 가고 나면 후회만 남는다. 그냥 해줄걸 뭘 그리 매몰차게 대했을꼬. 뭐가 그리 시간이 없었을꼬. 하면서... 마음에 가시가 되어 나를 콕콕 찌른다.

 

엄청나게 인상적인 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미나토 가나에의 책 치고는 우울의 끝을 달리지 않아서 가볍게 읽기 좋았다. 이전의 미나토 가나에의 책이 불편했던 이유를 되짚어보니.. 아 그 비통함과 슬픔의 정서가 바닥을 치게 만드는 상황 설정이 힘들었던 것 같다. 이 책 <리버스>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일반적인 내용들이고 그래서 받아들이기도 쉬웠나 싶다.

 

 

뱀꼬리) 미나토 가나에의 책은 번역이 많이 되어 나와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독자들한테 어필한다는 뜻일까. 이 중 두 권 정도 읽었고 (<고백>과 <꽃사슬>) <모성>은 일어 원본으로 도전 중인데 진도가 잘 안 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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