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마지막 월요일. 여러가지 일들이 있어서 머리가 복잡했다. 마음도 복잡하고, 정신도 산란하고. 아 잘 시작해야 할텐데... 싶어서 출근길 한 정거장 먼저 내려 스타벅스 커피를 한사발 샀다. 흰색 상의를 입어서 혹시 칠칠맞게 쏟을까봐 조심 또 조심해서 걸어왔다.

 

자리에 앉아 우선 물티슈로 책상을 깨끗이 닦았다. 물티슈에도 유해한 성분이 있을텐데 장갑을 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지만 그냥 몇 번 더 닦고 잊었다. 노트북을 꺼내고 전원을 꽂고 마우스를 on 시키고... 그러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엄마.

 

집에 일이 있어서, 황급히 받는다고 받는데, 손가락에 스벅 커피컵이 걸리는 걸 느꼈다. 찰나의 순간. 이후 보인 건 내 놋북 키보드 위에 다 뿌려진 커피. 멍... 다른 사람들이 튀어와서 놋북을 들고 나는 정신없이 휴지를 마구 뜯어 닦기 시작했다. 책상 위 가득한 커피. 아. 아까와. 내 스벅커피. 한모금 마셨는데. 다 노트북 키보드에 헌납했구나. 그나저나 내 노트북은?

 

일단 전원을 끄고 연결된 것들을 다 해제한 후 세로로 세우니 커피물이 줄줄... 내 커피가 저 키보드 뒤 메인보드에 다 들어갔겠구나. 묘하게 CSI의 한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사람의 혈관을 파고드는 독극물들의 형상이 그려졌다. 파고들고 있구나... 으악. 정말... 이런 대형 사고가.

 

얼른 들고 유지보수하는 데로 갔다. 접수를 하니... 이건 말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라며,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본인 과실이라 본인이 메인보드 교체 비용 같은 거 내야 한다... 라는 말을. 그래서 "얼마..?" "요즘은 메인보드에 다 달려 있어서 아마 60~70만원... 될겁니다" ... 뭬라구?

 

다 말렸다고 가져오긴 했는데 역시나 키보드가 좀 묵직. 아 정말. 이거 액땜일 거라 믿는다. 나쁜 일을 미리 보내는... 그렇게 오전을 날리고 나니 오늘 하루가 참... 힘겹네, 힘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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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27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쏟아진 커피보다 노트북이 너무 아깝습니다. ㅠㅠ

비연 2016-06-28 09:19   좋아요 0 | URL
지금도 조마조마해요.. 언제 이상한 반응이 나올 지.. 겨우 쓰고 있슴다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