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 12월 중순이 넘어가고 있다.

 

젠장 ... 이라는 욕같은 말이 입에서 흘러나온다. 나의 11월은 그냥 실종되었고 12월은 ... 인식도 못한 채 그냥 지나가고 있다. 12월을 인식 못한다는 게 서러운 건, 이 해, 을미년이 간다는 걸 인식 못하는 것과 동급으로 느껴져 더 그렇다.

 

바쁜가. 다 바쁘지 뭐. 다 바쁜데 자꾸 바쁘다고 말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내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다. 물론 안다. 직장도 다니고 있고 중딩 아들과 초딩 딸이 있고 별로 도와주지 않는 남편이 있고 가사도 해야 하고 애들도 챙겨야 하고 뭐 등등등.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그러고 사는데 말만 하면 바쁘다고 그럴 시간 없다고 투덜거린다. 언제 한번 볼까 언니 그러면 ... 된다 안된다 만 말하면 되는데 바빠서 안 돼.. 그리고는 궁시렁거린다. 지금 바쁘니 담에 보자든가 뭐이렇게 얘기하면 되지 않나. 여러번 참다가 지난 번에 결국 폭발하여 메신저로... 그렇게 바쁘면 될 때 연락하세요. 다 바쁘니까 약속 잡는 거지. 뭘 자꾸 바쁘다고 자꾸 그러심까... 라고 말해버리고는 다시 연락 안 하고 있다.

 

버릇없는 후배라는 거 아는데. 순간 넘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이들수록 관대해져야 한다고 다른 언니는 나무랬지만... 아마 내가 팍팍하게 나이들고 있는 것도 맞는 것 같지만... 그 때 당시에는 정말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 징징거림. 왜 자꾸 징징거리냐 는 거다. 암튼 그랬다.

 

그래서 나도 내가 바쁘다고 말하기 싫다. 피곤하고 시간에 좇기고... 그런데도 왠지 외롭다.. 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 머리 할 시간도 없어서 산발로 다니고 옷 골라 입기 귀찮아서 맨날 같은 옷만 입고 다니고... 그런데도 외롭다. 이게 나의 정확한 심정이다.

 

 

 

그래서 이 책을 들었다. 좀 유치한 발단이긴 하지만 말이다. 외로우니까 외로움이 제목으로 들어간 책을 골랐어요... 라는 게 참으로 졸렬하게 느껴져서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에잇.

 

책은 .. 아직 초입이라 뭐라 말하긴 뭣하지만, 인간은 외로움을 느끼는 역치가 달라서 다 같은 경우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게 아니다. 유전적으로 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향이 있을 수는 있으나 환경에 의해 많이 좌지우지된다... 이 정도까지 공감하고 있다.

 

나는 왜 외로운가. 만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 취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런 게 있다고 외롭지 않은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외로움이라는 건 보다 근원적인 저 깊숙한 곳에서 뭉쳐 올라오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 소중한 벗이 곁에서 사라져서인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인가. 날도 춥고 일도 짜증나고 해서 오는 길 따뜻한 정종에 오꼬노미야끼가 먹고 싶어졌다. 집앞에 가는 곳이 있다. 그런데 가기 싫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안 들었다. 그럴 떄 전화 한통으로 볼까? 하면 그래요 언니 집앞에 갈까요? 라는 후배가 있었는데... 이제 없네. 사람이 없으니 술맛도 안 돈다. .. 이게 외로움인가 싶다. 그 때 정말 강렬하게 외로왔다.

 

.... 퇴근버스를 놓쳤고 그래서 우두커니 앉아서 일하려고 하니 일하기는 싫고 해서 도닥거리고 있다. 지난 주에 감기가 엄청 걸렸었다. 일요일에 몸져 누웠는데 월요일에 억지로 회사를 왔더랬다. 그날 9시에 퇴근했고 화요일 아침. 일어나는데 아 미치겠다 못 가겠다 싶었다. 그래서 화장하고 억지로 나왔으나 걸을 수가 없어서 결국 바로 병원에를 갔다. 병원 가서 링겔 맞고 약을 한다발 받아오니 아 쉬어야겠다 싶었다. 집에서 하루종일 잤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수 개월 동안 어디 제대로 가보지도 못하고 일만 하고 내가 이럴 필요가 있나.

 

그래서, 그 와중에 전화를 들었다. 으하하하. 검색을 했다. 으하하하. 여행사 앱을 뒤졌다. (세상에 아직 하나도 안 깔고 있었다. 웁스) 다운받고 검색해서 바로 예약... 평소의 2배나 드는 돈을 들이며 연말여행을 잡았다. 돈 들어도 좋다. 가야겠다. 생각하니 그냥 일사천리였다.

 

결론은, 연말연시에 난 여행을 간다는 거다. 그러고나니 지금 너무나 눈치가 보이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감행할 거다. 무조건. 아프고 외롭고 그럴 때는... 여행이 힐링이다.

 

... 쓴거 다시 읽으니 나 너무 불쌍한 거 같다. 눈물 찔끔.. 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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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2-15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주에 크리스마스가 있습니다... 젠장!

비연 2015-12-16 07:54   좋아요 0 | URL
크리스마스가 뭔가요. 먹는건가요.. 젠장! 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