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갖은 스트레스로 마음이 강팍해지는 것 같아서 손에 든 책은 이거다.

 

 

 

 

 

 

 

 

 

 

 

 

 

 

 

 

 

 

 

문태준 시인의 詩를 진지하게 본 적이 있던가. 읽긴 읽었으되 시집을 사서 보거나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시인이 쓴 산문집이니 곱고 정갈한 글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집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아니나 다를까. 서문부터 청량감이 감도는 글귀가 나온다.

 

 

그러나 살아오면서 내가 사랑했던 시간은 누군가의 말을 가만히 들을 때였다. 뒤로 물러설 때였다. 작은 자연이 되어 자연의 속도로 천천히 걸어갈 때였다. 나뭇가지에 앉은 새처럼 혼자 오도카니 앉아 있는 떄였다. 잘못 살았다고 엎드려 눈물을 삼킬 때였다. 내가 나를 거울로 들여다볼 때였다.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노라고 용서를 빌 때였다. 그럴 때마다 이 세계가 한층 맑아지는 것 같았다. 이제 나는 더 청량한 곳으로 갈까 한다.

- p5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내가 사랑했던 시간은 언제였는 지. 그 시간들을 하나하나 열거하긴 어려울 지 몰라도, 아마 남을 욕할 때 분노할 때 화를 낼 때... 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내가 사랑하지 않을만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반성.

 

한장 한장 넘기며 본문을 보는 데... 마음에 고요함을 가져다는 글들이 가득이다.

 

 

휴식을 위해 꼭 어딘가를 찾아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아침 저수지에 산오리들이 내려와 천천히 수면에 미끄러지는 풍경을 상상해 보라. 시원한 폭포 아래 앉아 있는 나를 상상해 보라. 제주도 오름들을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우리의 마음은 어디든 갈 수 있고, 그곳이 어디든 내가 원한다면 돌아오지 않고 오래 머무를 수 있다. 이것이 마음의 놀라운 능력이다.

- p31

 

 

요즘 정말 떠나고 싶다. 어딘가로 가서 나를 숨기고 내 마음을 숨기고 그렇게 한동안 지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 주위를 맴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거다. 휴식은, 내 마음 안에서도 누릴 수 있는데 자꾸만 몸을 옮기려고 하니 더 스트레스가 쌓이는 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내 마음 속 여행을 한번 떠나볼까... 라는 마음이 먹어지는 글귀였다.

 

회사 오고가는 길, 한구절 한구절 읽어 내려가보려 한다. 마음에 강팍함을 덜도록, 분노와 화를 잠재우도록. 이 책이 만병통치약이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되리라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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