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문도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 시공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단숨에 읽었다. 최근에 일본 추리소설에 열을 올려 몇 가지 작품들을 읽었는데, 급기야 이 작품을 대하면서 일본 추리소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된다. 요코미조 세이시, 그리고 그가 창조해낸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가히 일본 추리소설을 대표한다 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12년 전 '혼징 살인사건'을 해결했던 긴다이치 코스케가 이번에는 옥문도라는 섬으로 향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그는 그간 전쟁에 끌려갔었고 숱한 경험을 하다가 기토 치마타라는 전우를 만나게 된다. 서로 호흡이 매우 맞았던 그들은 전쟁의 와중에서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았으나 불행히도 돌아오는  배 안에서 치마타가 죽게 된다. 그 때 남긴 유언, "죽고 싶지 않아. 나는...나는...죽고 싶지 않아.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세 누이동생들이 살해당할 거야...긴다이치군, 나 대신에...나 대신에 옥문도에 가 주게.." 라는 말에 의해 코스케는 그 섬으로 가게 된 것이다.

옥문도는 해적과 유형수의 자손들이 있는 곳으로 섬이라는 특성과 역사적인  한계로 인해 매우 폐쇄적인 지역이다. 치마타는 이 곳 제일의 선주 집안인 기토 본가의 상속자였고 그에게는 배다른 세 누이동생이 있다. 사촌인 히토시도 전쟁에 나갔으나 살아서 귀환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본가에는 히토시의 여동생인 사나에가 중추적인 역할로 집안을 건사하고 있다. 코스케가 도착하고 기토 본가와 그 대립구도인 기토 분가 사람들, 섬의 정신적 지주인 료넨 스님, 촌장 아라키 마키헤이, 한의사 무라세 코안 등을 차례로 만나게 되고 음험한 분위기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치마타의 세 누이동생들은 유언대로 하나씩 살해당하게 된다.

결국 코스케가 해결해낸 사건의 전말은 무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연하게 한다. 사실 그 트릭이 아주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겠으나(약간의 헛점들이 보이기도 한다) 세 살인사건들의 배경과 그 범인이 드러났을 때의 느낌은 아하~ 이런 후련함보다는 왠지 모를 막막함과 처연함을 자아내게 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마지막의 반전(?)은 그 느낌에 무거움을 더한다.

섬이라는 밀폐된 공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흔히 쓰이는 추리소설의 장치이다. 하지만, 이 작품 '옥문도'에서는 그냥 그런 폐쇄성만을 도구로 삼은 것이 아니라 일본이 그 시절 겪어야 했던 전쟁을 배경으로 여전히 남아있던 봉건적 구습과 그 폐해의 집약체로서 섬이라는 공간을 활용하였고 그 안에 속한 다양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인간군상들을 통해 확연히 드러내고자 한다.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그 무엇인가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어찌보면 섬뜩하기까지 한 그 집착이 왠지 무섭기도 하지만 오히려 처절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지 전통이라든가 구습이라든가 하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일면을 잘 드러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본 전통의상과 옛 싯구, 관습들이 때론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영국 추리소설처럼 자신들이 기억하고 있는 시나 습관들을 토대로 현재의 나와 연결시키는 그 묘사와 정교한 짜임새가 매우 뛰어나서 감탄을 금치 못하며 읽어나갔다. 또한 소년탐정 김전일이 긴다이치 코스케의 손자임을 늘 내세우는 이유가 당연하게 느껴질만치 긴다이치 코스케는 매우 인상적이고 특출한 탐정으로, 요코미조 세이시가 일본인의 이름을 가진 잊지 못할 캐릭터의 탐정을 창조해냈음을 인정한다.

항상 가지고 있던 일본 추리소설에 대한 편견을 다소 물리치게 만든 이 소설을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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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27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죠^^

비연 2005-11-27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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