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헤리엇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개 이야기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가끔 우리나라 책 제목이 원서의 제목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랬다. 찾아보니 원저의 제목은 "James Harriot's Dog Stories"라는 매우 평범한 것인데 반해 우리나라 책 제목은 "수의사 해리엇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개 이야기"라니. 내용과 너무나 딱 들어맞는 제목에 고마움마저 느낀다.

사실, 신문에서 많이 선전하는 걸 보았었지만 그다지 흥미가 끌리지 않아 그저 지나치기만 했던 책이었다. 하지만 마태우스님의 리뷰를 읽고 충동적으로 구매를 했더랬다. 왠지 이 쌀쌀한 겨울날에 마음에 난로 하나 지펴줄 책인 것만 같아서 말이다. 그리고 참 잘한 선택이었노라고 읽는 내내 흐뭇했음을 고백한다.

제임스 해리엇이라는 수의사가 영국의 요크셔라는 곳에서 한평생을 보내면서 만나게 된 동물들과 그 동물들을 가족처럼 여기는 순박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쓴 이 책은, 사랑이라는 게 뭔가 인연이라는 게 뭔가 라는 아주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더없이 편안한 답을 들려주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그 개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해서, 거칠고 투박하기도 하고 멋지고 으리으리하기도 하고 외롭고 적적하기도 하고 바글바글한 가족 틈새에서 정신없이 지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다르지 않은 점이 있다면 마음에 품고 있는 동물에 대한 속깊은 애정과 더불어 삶에 대한 따스함에 있다.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들이 돌이켜보면 큰 사건이라기보다는 정말 소소한 일상 중의 작은 파문과도 같은 일들이지만 수의사 해리엇은 그 속에서 정을 발견하고 사람들의 잘 드러나지 않은 깊은 속을 느끼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내곤 한다. 따뜻한 시선이라는 것이 이런 거로구나 느껴질 정도로 그의 글 마디마디마다 배여있는 애정과 진실은, 읽는 사람에게까지 그대로 전해져 한번도 보지 않은 그 먼먼 나라의 작은 시골 사람들을 곁에 사는 사람인 양 가까이 느끼게 하고 그들과 수의사 해리엇이 어우러져 이루어내는 작은 행복들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삶이란, 결국 그렇게 모나지도 또 그렇게 뭉툭하지도 않은 긴긴 길이라는 생각을 한다. 충격적이고 뭔가 번쩍이는 그 무엇이 삶의 곳곳에 도사리기 보다는 평범한 일상들이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지리만치 반복되면서 한 세상 살아가는 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결국 나를 풍요롭게 하고 따스하게 하는 것은 그런 인생을 살아가는 친구, 친지, 이웃들과 함께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멀게 느껴지지 않고 마치 나의 이웃인 듯 친근하고 정감있어서 좋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개'와 삶을 같이 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 이야기라는 면에서도 추천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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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11-2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어요, 비연님. 따뜻한 책 한 권 들고 오셨군요 ^^
추천합니다.

비연 2005-11-2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모~ 플레져님..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죠? ~.~

panda78 2005-11-29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을 전하는 개 이야기도 보셨어요? 저는 첨 나왔을 때 한권 사면 한권 끼워주는 행사해서 그 때 장만했거든요. 넘넘 좋아해서 마땅히 끌리는 책 없을 때면 집어드는 책이에요. ^^ 저도 추천하고 가요. ^ㅂ^

비연 2005-11-29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보셨군요?^^ 정말...곁에 두고 간간히 들춰보고 싶은 따뜻한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