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르메르트의 책은 <알렉스>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별로다 싶어서 이 책 <실업자>를 살 때는 많이 망설였었다. 이런 톤은 나한테 잘 안 맞는다 해서 사실 사놓고도 계속 외면하고 있었던 책이다. 간략한 내용을 읽어봐도 뭐 그럭저럭 버틸 수야 있겠지만 재미는 담보할 수 없을 지도.. 그러다가 올해의 첫 책으로 고른 건.... 뭥미. 그냥 아무 생각없이 골랐다고 보여지는..;;;;

 

새해부터 <실업자>라는 제목의 책을 읽다니. 쩝. 암튼 주인공 알랭 들랑브르는 57세의 가장으로 마음 잘맞고 사랑스러운 부인과 선생님, 변호사인 두 딸을 둔 사람이다. 대기업체의 인사부장으로 꿈을 키우다가 회사가 합병되면서 젊은 사람에게 밀려나 실직한 지 4년째. 이젠 어디 공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취직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지원서를 내던 중, 어느 회사에서 지원서에 대한 답을 받으면서부터 인생이 바뀌게 된 것. 나이가 많은데도 1차 면접을 통과시켜주고 결국 최종까지 올라간 데 마음껏 고무되었으나 최종심사라는 것이 가상 인질극에서 그 회사의 임원들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 나중에 해고를 담당하게 될 최종 사람을 뽑는 데 참여하는 것이라니. 가족이 다 반대하는데도 알랭은 신들린 것처럼 이 일에 통과해야겠다고 갖은 무리수를 다 두게 된다. 그렇게 준비를 나름 하고 있는데, 이 채용의 승자는 정해져있다는 얘길 전해듣고 목숨을 건 전략을 짜게 된다는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의 연속이기도 하지만, 50대에 실업자가 된다는 것. 그 감정의 추이. 변화해가는 세세한 부분들. 가족간의 관계. 떨어진 위신. 끝없이 초라해져가는 자신에 대한 반항감. 현실에 대한 분노 혹은 체념. 그러다가 기회를 만났고 그 기회가 내 것이 아님을 알았을 때 바뀌어가는 모습.. 등이 참으로 구체적으로 신랄하게 묘사되고 있다. 이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가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었는데... 정말 씁쓸한 결말이라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날 정도다.

 

사람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내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현재의 것들을 충족시켰을 때 과연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소중한 것들은 보존될 수 있는가. 무엇을 위해 우리는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끔 하는 책이었다. '실업'이라는, 일하는 사람에겐 정말 절대절명의 위기 속에서 각자의 상이한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행동들... 에 대해 이해해보기도 했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것들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좀더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나이가 원수처럼 느껴지는 시기가 누구에게나 온다는 거고 사실 생각할수록 쭈뼛한 것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소설의 내용들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괜챦은 소설이고..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이다. 새해에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제목이었지만 (실업자라니.. 생각할수록..ㅜㅜ)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 첫 소설로 부족함이 없었다.

 

 

 

 

 

 

 

 

 

 

 

 

<알렉스> 이외에도 두 권 정도 더 번역되어 나와 있다. 척 보니 <알렉스> 류라 선듯 손은 안 가지만. 일단은 보관함에 넣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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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0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원이 되는 분들은... 고작 60도 안 된 나이부터
'일자리 없어서 헤매야 하는' 삶이란
참 어찌 할 길 없는 모습이곤 해요.

스스로 삶길을 여는 능력을
스스로 잃은 셈이라 할까요...
소설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 삶과 사회 이야기라서..

비연 2014-01-09 18:04   좋아요 0 | URL
대부분이 회사에 얽매여 있고 회사를 나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나이만 먹어 있으니 참 난감하죠.

울보 2014-01-09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십대가 지나가면 더 실업이란 말이 더 절실하게 들리지요.
참 많은 생각을하게 하네요
그 나이에 드는 부담감이 너 따르지는 친구 신랑들 이야기를 들으면 갑갑하지요.

비연 2014-01-10 15:38   좋아요 0 | URL
그런 것 같아요. 다가올 미래가 지나온 과거보다 길지 않을 때
사람들은 불안해지는 것 같구요.
이 책의 여러 문구들이 이런 심정을 잘 대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