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엔 내 후배의 큰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뭐.. 후배의 큰아버지까지 챙기냐? 가 아니라 그 큰아버지 연세가 우리 아빠랑 동갑이라는 게 주안점이다. 그러니까 큰 병도 아니고 그냥 다리가 아팠고 그래서 좀더 편해보겠다고 수술을 받으셨고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 덧이 났고.. 그래서 중환자실에 들어가 몇 주 계시다가 덧없이 돌아가셨다 한다.
어제는 우리 아빠의 절친이 돌아가셨다. 암을 두 개나 이겨낸 분이라 며칠 전만 해도 아빠가 그 친구 대단하다고 그러셨더랬다. 그래서 혹시 암 후유증으로 돌아가신걸까. 라고 추측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폐렴 예방주사를 맞았었는데... 그러다 몸이 안 좋아졌고 그래서 병원에 입원해서 몇 가지 검사를 받으셨고 그렇게 3주를 지내다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한다.
아빠 연세는... 요즘 같은 세상엔 정말 돌아가실 연세는 아닌데... 겨울이 되고 날이 추워져서 그런가.. 간간히 돌아가셨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일들이 있으면 아빠의 심란함은 하늘을 찌르게 된다. 백퍼 이해. 그 친구분은 아빠의 대학 동창이신데, 엄마랑 결혼하기 전에 유일하게 인사시킨 친구였다 한다. 좋은 분이었고 (과거형이 되어버린..) 아이들을 아직 하나도 시집장가를 못 보내서 아마 마음에 한이 져서 돌아가지 않으셨을까 싶다... 아마 병원에 입원할 때는 본인이 여기서 그냥 하늘나라로 갈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겠지만...
점심을 먹는데 아빠가 그러셨다. 우리 식구는 그 때, 선물로 들어온 꽃게로 탕을 끓이고 새우를 삶아 한 상 가득히 펼쳐놓고 먹고 있었더랬다. 입으로 손으로 쩝쩝쩝 먹고 있는데 아빠가 슬쩍 한마디 하셨다... 참 사는 게 덧없어... 입으로 손으로 여전히 게랑 새우랑 들고 씨름을 하고 있었지만, 마음엔 차가운 바람이 지나갔다. 연세드신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면 왠지 무게감이 실리는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이겠지...
최근에 아빠 때문에 화가 많이 나서 무례한 언사들을 솔챦게 했었는데, 급격히 후회가 된다. 연세 드신 부모에게 그게 무슨 짓이냐. 화가 나면 얼마나 나고 잘못을 했으면 얼마나 했겠느냐... 자식이라고 있는 게 마음에 구멍 뚫려 스산해하는 부모를 옆에 두고 살면서 나 잘났다 큰소리 질렀구나 생각하니 아직도 마음이 짠하다.
노인들은 겨울을 조심해야 하는 것 같다. 작은 병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되면 그게 큰 일로 번지기 일쑤인 듯 해서 초긴장이다. 감기 안 걸리게 폐렴 안 걸리게 조심 또 조심시켜드려야 겠다... 하긴, 딸자식인 내가 늘 골골 거려서 부모님 속을 끓게 하니 나부터도 건강을 조심해야 겠고.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밤이다. 사는 게 뭘까...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