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겠지만, 나도 어디 1박이라도 하는 일이 있으면 짐 싸면서 무슨 책을 가져갈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하는게 큰 즐거움이자 기쁨이다.
내일부터 2박 3일간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합숙교육을 들어가게 되었고 지금 짐을 싼 후 읽고 싶은 책을 뭘 가져갈까 고심 고심하다가 한 권 집어 넣었다..ㅎㅎ 두세 권 가져가고 싶으나 (다른 데 여행가는 거였으면 그랬을터) 교육이 대부분 8시에 시작해서 9시쯤 끝나도록 스케줄링이 되어 있어서 괜히 무게만 나갈 것 같아 과감히 포기.
요 책을 넣었다. 시인이자 비평가, 그리고 독서광이라는 장석주. 도대체 직업과 병렬로 이어진 이 '독서광' 이라는 명칭이 주는 무게감이란. 그가 서른 명의 철학자들과 서른 개의 사물을 절묘하게 연결하여 쓴 에세이이다. 이미 읽기 시작했는데 오. 재미있구나. 라는 생각이 몽실몽실. 보나마나 지루할 교육 일정에 한 줄기 빛을 더해줄 책이라는 확신이 든다.
<마흔의 서재> 정도 알고 있었는데 장석주씨가 쓴 책이 꽤 많았다. '독서광'임과 동시에 '다작가'라는 생각을 문득 한다. 하긴, 많이 읽으면 쓰고 싶어진다. 하물며 시인인데.
주말의 장르소설 한편으로는 (불행히도) 두껍기 그지없는 요 네스뵈의 <레오파드>를 골라버렸다. 물론 고르고 나서 후회했다. 75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인데 읽으니까 너무 재미있다. 이거 밤 홀랑 새가며 읽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이다.
해리 홀레 반장의 이야기를 근래 <레드브레스트>를 통해 읽고 나니 내용 까먹기 전에 바로 남은 책도 읽어야지 싶었다... 고 변명해 본다. <스노우맨>은 읽은 지가 너무 오래 되어 내용이 가물가물. 이제 <레오파드>를 읽다보니 (이 책은 <스노우맨> 후속작이다) 라켈이나 올레그 모자에게 있었던 일들, 그래서 해리 반장과 헤어진 일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레드브레스트>에서 처음 만났던 라켈이 여기까지 나온다니, 꽤 감동이다. 요 네스뵈라는 작가가 해리 반장의 세계를 하나 창조해내고 있다는 감동. 근데 우리 해리 반장... 갈수록 피폐해진다. <레오파드>에서는 오른쪽 턱뼈가 튀어나왔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와서 마음이 아파질 정도. 암튼 내일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나는 얼른 이걸 읽을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우짭니까....
요 네스뵈로 검색해보니 해리 홀레 시리즈 외에도 <헤드헌터>라는 책이 검색된다. 워낙 해리 홀레 반장에게 반해 있다보니 이 책을 읽을 생각은 별로 나지 않지만, 또 문장력이 워낙 좋은 작가이다 보니 이 책도 살까? 라는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다만, 표지가 마음에 안 든다. 굉장히 수준이 낮은 책으로 보이는 표지 디자인이랄까. 비채의 해리 홀레 반장 시리즈 표지를 보렴. 뭔가 우아하지 않나? 흠. 표지 디자인도 책 고를 때 꽤 영향을 받는 나로서는 문득, 망설여지게 되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이 책, <오늘날의 토테미즘>은 요즘 출퇴근 길에 읽는 책이다. 출퇴근 길에 읽기에는 좀 난해하지 않나요? 라고 묻는다면...끄덕끄덕이다. 이 저자. 천재니까. 그리고 내가 토템이라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미약하니까... 아주 근본부터 흔들리는 책이다. 그래도 놓지 않는 이유는 150페이지의 짧은 글 탓에 매우 가볍다는 것, 그리고 출퇴근 길에 두뇌 훈련을 좀 하고 싶다는 것. 그런 매우 단순하고 턱도 없는 이유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 저자는, 토템이라는 것을 결국 부정할 모양이다. 토템은 어디 멀리에 원주민들에게나 존재하는 것이라고 터부시할 게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계속적으로 존재하고 작용하는 진행형의 개념이다. 이런 얘길 하고 싶은 느낌이 든다. 더 읽어봐야겠지만서도.
일단 여기까지. 교육 들어가면 한동안 여기 못 들어올려나. 암튼. 잘 다녀오겠습니다요. 고작 3일 다녀오면서 온갖 폼은 다 잡네 그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