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을 갈까... 하다가 에잇. 귀챦아 하면서 산발인 머리를 쓰다듬는다. 며칠은 더 버틸 수 있을거야 라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저녁이 되니, 흠... 이 머리 가지고 내일부터 출근하면 좀 그렇겠는걸 하는 후회가 슬며시 올라온다. 일요일이라고 집에서 데굴데굴 한 게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 이라는 단어를 마음 속에 새기며 그저 침대와 식탁만 오고가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몸은 편한 게 맞는데 마음은 가끔 불편해지곤 한다. 이것도 병인 게지. 어제까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나가서 온종일 뭘 하고 들어왔으면 일요일 하루 정도는 집에서 쉴 수도 있는 것이지. 쯧.

 

역시 일요일에는 쟝르소설. 주중에 보지 않고 그간 사두었던 미스터리물들을 하나씩 열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엔 많이 사두지도 않아서 고르려면 꽤 시간이 걸리곤 하지만.

 

 

 

작년에 나왔던 책인데 이제야 집어들었다. 열한살짜리 플라비아 들루스의 탐정기?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책인데, 제목이 참 재미나다. 책에 보면 어느 다른 책에서 가져온 문구인데 왜 이 제목을 붙였는 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는... (갸우뚱)

 

암튼, 내용은 그냥 재미있다. 상당히 위트있는 문장들을 구사하고 어린 소녀의 심정이랄까 이런 것들이 잘 담겨있어서 좀 두껍긴 해도 술술 넘어간다. 잘 몰랐는데, 이게 플라비아 들루스 시리즈 3번째 거라고 하고 1, 2편도 번역되어 나와있었다. 가볍지만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시리즈라 다 사서 봐야겠다 싶어서 일단 보관함에 푱..

 


 

 

그나저나 이 책을 번역한 윤미나님은 <굴라쉬 브런치>의 작가였다! 너무나 재미나게 읽었던 <굴라쉬 브런치>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문득 즐거워졌더랬다. 여행을 가게 되면 글을 이렇게 써보고 싶다... 는 생각을 가지게 했었는데.

 

다시 플라비아 들루스 시리즈에 대해 코멘트 하면... 일단 표지가 예쁘다는 것도 덧붙이고 싶다. 상큼발랄한 느낌이고 책이 두께에 비해 가벼워서 암튼, 여러가지로 나쁘지 않다.

 

 

 

 

 

실제 법조인인 작가가 시릴 헤어라는 필명으로 낸 몇 권의 추리소설 중 하나이다. 영국식 건물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의 얘기인데, 영국이라는 나라의 특성들이 잘 녹아들어가 있는 소설이다. 그러니까, 영국이니까 발생 가능한 얘기라고나 할까. 결말까지 읽어가면서 영국이라는 나라가 재미나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나 의원세습이나 집사의 풍습이나.. 등등.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영국만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은 책이다.

 

사실, 아주 재미있다고 보기는 힘들고... 잘 짜여진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랄까. 쓰는 문장이나 이런 것들이 아무래도 약간은 진부할 수밖엔 없지만, 쉬리릭 읽을 만은 한 책이다.

 

 

 

 

그리고 이 밤, 추리소설을 2권 다 읽어내리고 이제 주중에 읽으려고 고른 책은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다. 이제 초반에 들어갔는데, 오오. 느낌이 좋다. 이 책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번 자세히 쓸 일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책을 일어로 읽어낼 수 있다면 좋겠으나.. 흠 아직까지는 소설이나 에세이 정도 수준인지라 안타까울 뿐이다. 일어는 한문이 있어서 읽기는 훨씬 쉬워서 소설이나 에세이는 원서로 읽어도 아주 큰 불편은 없는데... (그렇다고 자주 읽는 건 아니지만서도..ㅎ) 사상서를 읽기에는 아직 미흡하지 않나 싶다. 쩝쩝.

 

나는 이런 신진 사상가나 철학가, 평론가들의 책이 좋다. 우리나라 같으면 <피로사회>를 지은 한병철이나 <몰락의 에티카>를 지은 신형철이나... 현 세대를 반영하면서 나와 같은 고민의 바닥을 지닌 것 같아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책들은 많이, 많이 발굴되기를 희망. 읽고 쓰는 것이 혁명이며 문학이 혁명의 본질이라 말하는 사사키 아타루. 그의 데뷔작이자 히트작인 <야전과 영원 - 라캉, 르장드르, 푸코>도 곧 번역되어 나오길.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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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5-26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책과 보낸 일요일을 떠올리며
새로운 한 주도
씩씩하고 힘차게 누리셔요

비연 2013-05-27 12:24   좋아요 0 | URL
네, 함께살기님도 좋은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