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이 참 좋다... 싶었다. 승효상이라는 이름보다는 책 제목 보고 고른 책.
책 첫장을 여니 이런 시가 담겨져 있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박노해
시간은 모든 것을 쓸어가는 비바람
젊은 미인의 살결도 젊은 열정의 가슴도
무자비하게 쓸어내리는 심판자이지만
시간은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거장의 손길
하늘은 자신이 특별히 사랑하는 자를
시련의 시간을 통해 단련시키듯
시간을 견뎌낸 것들은 빛나는 얼굴이 살아난다
오랜 시간을 순명하며 살아나온 것
시류를 거슬러 정직하게 낡아진 것
낡아짐으로 꾸준히 새로워지는 것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저기 낡은 벽돌과 갈라진 시멘트는
어디선가 날아온 풀씨와 이끼의 집이 되고
빛바래고 삭아진 저 플라스틱마저
은은한 색감으로 깊어지고 있다
해와 달의 손길로 닦아지고
비바람과 눈보라가 쓸어내려준
순해지고 겸손해지고 깊어진 것들은
자기 안의 숨은 얼굴을 드러내는
치열한 묵언정진 중
자기 시대의 풍상을 온몸에 새겨가며
옳은 길을 오래오래 걸어나가는 사람
숱한 시련과 고군분투를 통해
걷다가 쓰러져 새로운 꿈이 되는 사람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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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릿함이 가슴에 퍼진다. 오랜만에 만나게 된 박노해의 시. 그의 시 중에 이런 시가 있었던가. 이런 좋은 시를, 마음을 평화하게 하는 시라 명하며 책 서문에 넣은 승효상이라는 사람의 안목도 부럽고, 좋다.
글도 정갈하고 담백하다. 그저 건축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글을 참 잘 쓴다. 혜안이 있고 철학이 있어 인문학적 감성을 느끼게 한다. 요즘처럼 전쟁같은 생활을 매일 해나가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