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는 일이 있었다고 세네카의 <화에 대하여>라는 책을 읽고 있는 나는, 정말 단순한 뇨자. 이천년도 전의 사람이 쓴 글을 읽겠다고 나설 때는 뭔가 좀 의구심을 가지고 시작할 수 밖에 없는데, 역시 사람들이 많이 읽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이 느낌. 화 잘 내는 동생이 화 다스리는 법을 글로 써달라고 했다고 쓰기 시작한 이 글은, 아 .... '화'라는 것에 대해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내용들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의 본성이란 정말 수천년이 지나도 그닥 달라지는 바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

 

어쨌든,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좋아라 하며 재미나게 읽고 있다. 삶 자체가 드라마틱한 세네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아철학을 고수하며 마음의 평온에 대해 이야기했었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로마의 폭군 네로 황제의 어릴 적 스승이었고 네로가 황제가 되고 나서도 한동안 그의 자문역할을 했으나 나중에 황제 시해 음모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쓴 채, 네로에 의해 죽음을 명령받게 된 철학자. 그 명령에 전혀 반항하지 않고 처음엔 혈관을 끊고 다음에 독물을 먹고 그래도 죽지 않자 증기탕에 들어가 서서히 죽음을 맞은 세네카. 그래서 소크라테스와 비교되기도 하는 이 사람은, 아마도 자신의 철학에 철저했기에 그리 처신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가볍게 읽고 있는 책이다. 한동안 와인에 빠져서 와인만 마시고 와인 책을 보고 와인 코르크마개 모으는 게 낙이었던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게는 아니지만 여전히 와인이라는 대상에 관심은 있다. 와인은, 와인으로만 끝나지 않은 그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 때문. 이 책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와인에 쉽게 다가가게 하는 책이다. 다들 호평인데... 나도 이걸 읽고 다시 한번 와인에 애정을 쏟아볼까 싶다.

 

최근엔 술자리에 가급적 가지 않기도 하지만, 소주에 막걸리에 드립다 부어 마시는 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견디기가 힘들어서, 좀더 조용하고 은은하고 가볍게 술자리를 가지기 위해서라도 와인에 대한 상식을 좀더 넓힐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요즘 소믈리에 따는 사람들도 많던데 그것도 한번 해볼까 싶고.

 

 

 

최근에 회사가 정신없이 바빠져서, 저녁에 집에 가면 콕 고꾸라지기 일쑤인지라 책을 제대로 읽기가 힘들어졌다. 곧 용인으로 프로젝트하러 나가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아 걱정이고. 그래도 올해는 '나'에게 집중하는 한 해. 나의 체력과 나의 정신과 나의 실력에 집중하는 한 해로 삼았기에 좀 규칙적으로 생활을 해볼 작정이라 오히려 작년보단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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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2-20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에 대하여'는 아무래도 제가 읽어야겠어요. ^^
소믈리에 비연님을 상상하며, 멋있어요.
저는 와인에 대한 책에서 경제적개념으로 들어가면 오리무중 눈에 잘 안 들어와요.
와인잔에 혹~하구요.

비연 2013-02-20 09:07   좋아요 0 | URL
ㅎㅎㅎ '화'에 대하여는 정말 유용할 것 같아요..
저도 이 화를 다스릴 방법을 찾다가..^^;;;;;
소믈리에가 되는 길은 쉽진 않겠죠? 그래도 한번 도전할 맘이 나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