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의 경우 끝내는 여러가지 양상을 보이곤 하는데, 가장 짜증나는 건 끝없는 자기 비하型이다. 우울해서 잠적해버리는 유형도 있고 오히려 오바해서 스스로를 자꾸 내세우려고 하는 유형도 있고 뭐 여러가지가 있어서 그 경계를 가늠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서로를 넘나든다고나 할까. 조울증 비스므레하게) 뭘 얘기해도 삐딱하고 꼬여있고 나는 안돼 하면서 비하하는 유형은 정말 지친다.

 

처음에는 안된 마음에 연락하고 위로하고 다른 방법이 없는 지 찾아주곤 하지만, 그 원인이 스스로에게 있는데 해결하지 못하면서 (뻔한 데 말이다) 동정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나보고 어쩌라고 자꾸만 그러는 지. 이젠 좀 지치고 짜증이 나고 그래서 대하기가 싫어진다.

 

사실 이러면 안되지. 잘 아는 사람이고, 또 친하기도 하고 아끼기도 하니까 내가 참아야 해..이런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으아...나이드니까 정말 못 참겠다. 누구나 다 바쁘고 힘들고 여러 장벽에 부딪혀 허우적거리지만, 어쨌거나 해결하고 다독이면서 사는 거 아니겠는가. 으으. 오늘도 궁금해서 카톡으로 물어봤다가 ... 열폭했다. 그랬더니 나보고 삐졌냐는 둥..이런 소리를.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 당분간 연락을 삼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사람이 미워서도 아니고 한심해서도 아니다. 그냥 내가 그걸 다 받아주기에는 내 자신의 생활도 버겁고 그래서 자꾸 뾰족하게 굴게 되어 상처를 줄까 겁이 나서이다... 라는 건 좋으라고 하는 소리고, 사실은 짜증이 나서이다. 그 상황 자체도 이해가 안된다. 말하기는 좀 뭣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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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터넷에 도배된 얘기는 김형태라는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자가 '성추행'의 혐의로 확인을 받고 있다는 거다. 정말 내용 자체가 너무 더러워서 말하고 싶지도 않지만... 무엇보다 이런 얘기들이 나왔는데 이 사람을 국회의원이라는 자리에 뽑은 자체가 화가 난다. 그 지역구에 화가 난다. 차라리 바람을 피웠다거나 다른 데에서 애를 낳았다는 게 낫겠다 (얼마나 화가 나면 이런 극단적인 예를..ㅜ ).. 이건 뭐 동물보다도 못한 짓을 저지르고 대명천지에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다니니. 화가 나도 이만저만 나는 게 아니다. 아 정말 뭐 이런..경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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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저쨌거나 오늘 용인으로 플젝 때문에 이사를 했고, 정리가 안되어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시간들은 아까왔다. 좀더 사전에 준비를 했더라면 훨씬 효율적으로 일이 되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 오늘따라 좀 화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용인에 통근버스 타고 왔다리 갔다리 하려면 가벼운 책 (무게면으로나 내용면으로나) 한 권 골라서 챙겨야겠다. 스맛폰으로 계속 영드나 미드를 봤더니 눈이 뻑뻑하고 흐릿해지는 게.. 눈 건강에 영 안 좋은 기분이라서 다시금 책으로 돌아가고자 한다..크.

 

화난 마음을 책 고르는 재미로 환원시켜봐야겠다. 잘 자야 내일 또 기운차게 잘 일어나 일하지. 내일은 화나지 않는 하루였으면 좋겠다... 라지만, 워낙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지라 그럴 수 있을랑가 싶다. (철푸닥)

 

'디퍼런트'를 보니 리처드 파인만의 책을 매우 좋게 평가하던데 한번 사서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데 그의 책을 한번도 읽지 않았다는 게 좀 신기하기까지 하고. (근데 이게 왠 내용의 반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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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2-04-17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마트폰으로 영드와 미드를...^^

자기비하 하는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어하는 부류죠. 난 못할거야..라고 했을 때 아니야, 넌 잘 할 수 있어.. 라고 해 주길 바라는.. 힘들죠 아무래도.

농촌 어르신들이 FTA 적극 찬성하는 당을 뽑아준 것도 이해 안 되고, 표절 의혹이 가득한 사람 뽑아준 것도 이해 안 되고, 말씀하신 김형태도 이해 안 돼요..ㅜㅜ 막말보다 성추행이 나은가봐요.ㅜㅜ

비연 2012-04-17 13:44   좋아요 0 | URL
오오...꼬마요정님도 스맛폰을! +_+
전 이제 자기비하하는 사람까지 다독이며 지내기에는 넘 나이를 먹었나봐요ㅜ
잘 해줘야 하는데..쩝. 선거결과는..뭐라 말하기 힘들 정도로...씁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