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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로는 세번째로 읽는 작품이다. 원래 한번 좋은 작가를 발견하면 그의 작품 세계를 탐구한다는 명목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다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라 급기야 고른 책이다.
베로니카라는, 젊고 예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부모가 있고 경제적으로도 나쁘지 않고 배울 만큼 배운 한 아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수면제를 과다복용하고 나서 깬 곳은 정신병원이었고 그 곳에서 일주일밖에 못 산다는 일종의 사형선고를 받는다. 내 의지가 아닌 죽음에 임박해지면서 자기의감정에 충실하게 된 베로니카는 불현듯 살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게 되고...그렇게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진 한 아가씨를 바라보며 정신병원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병원에서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누렸던 보호막을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파울로 코엘료는 이 책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해서, 그리고 세상에 큰 발자취를 남겼던 숱한 사람들이 그 시대에는 기인이었으며 사회로부터 냉대를 받기도 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결국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에 따라 사는 사람은 사회에서 용인받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미친' 거지만 인간은 그렇게 살 때에야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진정한 자아라는 게 도대체 뭐죠?" 베로니카가 그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남자는 느닷없는 질문에 놀란 것 같았지만 곧 대답했다. "사람들이 당신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죠."
실제로 파울로 코엘료는 정신병원에 세차례나 입원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에뒤아르라는 인물이 아마도 그의 모델이리라 생각되는데, 부모님이 원하는 엘리트 코스를 마다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용기있게 얘기했을 때 그(혹은 에뒤아르)는 정신병자로 몰릴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사회가 원하는 인간상이 되기 위해 교육과 지원을 받고 그러한 과정을 순응하며 따라갈 때에야 '정상인'으로 간주되곤 한다. 만약 일탈이나 반항이 있을 때는 사회 부적응아 내지는 실패자로 낙인찍히게 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쩌면 그것이 무서워 그냥 주어진 길을 따라가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극단적으로 정신병원이라는 곳에 끌려 들어가는 것을 설정했다 뿐이지 이 사회 내에서도 보이지 않는 감옥이 얼마나 많은가. 그 속에 사람들을 가두어 두고 정죄하고 외면하는 일들이 다반사이다.
아마도 요즘 기라든가 명상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대두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 아닌가 싶다.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의 시스템 속에서 '자아'를 잃고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세상에서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이제는 지쳐 이렇게 자신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 붐처럼 일어나는 거라고 감히 말한다. 남과 '다르기' 보다는 '닮기'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의 몸부림.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 그리고 지금의 생활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이 흐름이 맞는 건가에 대해서, 내가 나 자신에게 순종하여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많이,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