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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테일러스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7
도로시 L. 세이어스 지음, 허문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제목부터가 참 낯선 책이어서 많은 분들이 추천을 해주셨음에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다. 읽고 나니 왜 알라디너들이 이 책에 대해 많이들 언급했는 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점이 나를 매료시켰다. 일단 지은이의 '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다. 전좌명종술이라는 영국 고유의 종치는 기법을 그렇게 깊이있게 그러면서도 사건의 분위기와 어울리게 묘사했다는 자체가 놀라왔다. 작품 전반적으로 계속해서 나오는 종에 대한 설명과 그 비유들, 한 chapter 마다 붙인 전좌명종술과 관련한 부제들...이 작품이 과연 추리소설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절묘했다.
또 하나는 작품의 바탕을 이루는 분위기다. 사실 어찌 보면 기묘한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내용보다는 작은 영국의 마을, 그 속에 있는 사람들, 도난사건, 그리고 고통받는 선량한 사람들, 그 속에 있는 8개 종의 존재와 의미 등등이 뭐랄까...처연함마저 안겨주는 어떤 면이 있었다. 나중에 역자도 설명에 장문으로 이러한 감상들을 적어두고 있기는 했지만. 마지막 대목에 가서는, 그것이 억지가 아니라 아, 그렇구나..하며 무릎을 치게 만들고 그래서 선과 악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누군가는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읽는 내내 묘한 흥분에 사로잡혀 손에서 놓을 수 없으리만치 푹 빠져 읽게 만든 작품이었고 그래서 추천하고 싶다. 세이어스라는 추리소설 작가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고. 어떤 지식을 사건 해결의 과정과 그리 절묘하게 융합한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