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표적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2
로스 맥도날드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오래 전에 나왔던 책을 그냥 조금 손봐서 내놓은 책인지라 요즘 책 같지 않게 활자며 편집 상태며 여러가지로 열악한 이 책을 그래도 놓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루 아처'라는 매력적인 탐정 덕분이다. '소름'에서 처음 만나 반해버린 이 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을 섭렵하리라 마음 먹고 고른 책이었는데 보니까 이 소설이 아처 탐정이 나온 첫 장편소설이었다!

어느 백만장자가 갑자기 사라졌다. 애정이 남아있으리라 여겨지지 않는 불구의 부인이 아처 탐정을 고용하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백만장자의 하나 남은 딸과 그 딸이 좋아하는 비행기 조종사. 그리고 그 딸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변호사. 그 밖에 이전엔 몰랐었던 백만장자 주위의 사람들. 이러한 관계들이 하나하나 파헤쳐지면서 미국 사회의 부조리와 비뚤어진 가치관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변호사의 캐릭터에 있다. 가난했고 자수성가로 법률공부를 하여 변호사가 되었으며 바빠서 결혼조차 하지 못했던 40세의 그 변호사는, 마음 깊이 늘 석유재벌과 같은 백만장자의 딸과 결혼하여 신분상승을 완결하기를 꿈꾸어 왔다. 아마도 그 당시 미국 사회에 만연되어 있었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

납치된 백만장자를 찾기까지 만나게 되는 많은 인물 군상들 또한 마찬가지다. 한때는 헐리우드에서 얼굴이 조금이나마 알려졌으나 이제는 퇴물인 여배우, 마약을 하는 피아노 치는 여자, 외국인들의 불법체류를 도와주는 브로커 등등. 미국 사회의 어두운 뒷면을 설명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너무나 적절하게, 또한 지나치지 않게 묘사된다. 로스 맥도널드라는 작가는 추리소설 속에 사회를 담고 있어 읽노라면 감탄하게 된다. 결말도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다. 뜻하지 않은 그 결말이 너무나 많은 것들을 담보하고 있기에.

루 아처 탐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고 이제까지 몰랐다면 알기 위해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원제가 'The Moving Target'이라는데 잘 음미하면 매우 적절한 제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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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4-08-09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도널드 참 좋지요. 이 작품은 데뷔작이라 그런지 저에게는 좀 밍밍했어요. 필립 말로하고 그다지 큰 차별성이 없어보였다고나 할까.. <위철리 여자>에 이르러서 맥도널드가 왜 하드보일드 삼위일체의 하나인줄 알았지요.

비연 2004-08-10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철리 여자'도 읽어보아야 겠네요^^ 저는 최근 만나게 되는(물론 알라디너들 덕분이지요^^) 멋진 탐정들 덕분에 아주아주 신나게 지내고 있슴다...맥도널드 작품도 전권 번역되었으면 좋겠다는 강렬한 바램을 가지며...

하이드 2005-01-05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위철리 여자, 소름 , 그리고 이 작품, 움직이는 표적 중에서 '움직이는 표적'이 가장 좋았어요. 루 아처는 이 작품에서 가장 우울하고 가장 바닥이지만, 그런 점이 훨씬 더 매력이었다고 하면 절 변태라고 하실껀가요? ^^;;

비연 2005-01-07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태라니요....^^;; 저도 이 작품을 읽으면서 루 아처라는 탐정에게 더 끌렸었답니다. 아직 위철리 여자를 못 읽은 게 마음에 많이 걸릴 만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