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알리바이
로맹 사르두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로맹 사르두. 프랑스의 신진 소설가 중 한 사람이며 우리가 흔히 접하는 기욤 뮈소, 막심 샤탐 등과 같은 프랑스 현대 소설가들과 어깨를 겨루는 사람이라고 한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 형식의 작품들에서 중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묘사로 각광을 받았다고 하는데, 지금 이 소설은 철저하게 현재가 중심이며 배경도 미국의 뉴햄프셔주이다.

2007년 겨울, 뉴햄프셔의 어느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스물네구의 시체가 차곡차곡 쌓인 채 똑같이 총에 맞아 죽은 현장이 목격된다. 뉴햄프셔주의 경찰총경인 스튜어트 셰리든과 부하 형사 가르시아는 이 사건을 수사하고 싶어하나, 무슨 일인지 FBI에서 사건 일체를 가져가고 어디에도 공개하지 않은 채 그들만의 수사를 하게 된다. 뒤이어 발견된 여러가지 증거들 덕에 셰리든은 개인적으로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되고 우연히 이 죽은 사람들 중 일부가 벤 O. 보즈라는 추리소설작가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 지역의 유서깊은 대학인 듀리스디어 대학의 젊은 교수 프랭크 프랭클린에게 이 사건의 협조를 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인 흐름을 타게 된다...이 벤 O. 보즈의 소설은 그닥 유명하지는 않으나 살인장면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묘사로 현실과 환상이 상존하는 류였기 때문에 더욱 의심을 샀던 것이고.

이야기는 상당히 짜임새 있게 진행된다. 프랭크 프랭클린과 벤 O. 보즈, 그리고 셰리든의 3자 대결 구조가 볼 만 하고, 거기에 FBI 요원인 멜란치턴이나 듀리스디어 대학 학장의 딸인 메리의 이야기들이 가미되어 한번 손에 들면 놓지 않게 하는 매력이 있다. 게다가, 결말 부분에 가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갑자기 들이닥치고 속도감이 붙어서 어어어~ 하다가 이런! 하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어쩌면 현실에 있을 법한 일을 종이 위에 옮기는 소설가나 문학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현실과 상상력의 모호한 경계에 놓이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누구는 상상을 뛰어넘어 현실을 직접 반영하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고. 그럼에도 우리에게 더 흡인력을 가지게 하는 것은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 가상의 세계인지도 모르겠고. 지은이가 이번 작품을 통해서 <상상력, 결국 허구가 인간에게 현실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헀다시피 말이다.

특히, 로맹 사르두라는 소설가를 알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옮긴이가 역자 후기에 적었다시피 프랑스의 추리소설과 요즘 많이 나오는 일본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일본의 소설들에 비해 무게감이 있고 마치 화선지에 먹이 스며들듯이 처음에는 그냥 그렇게 시작했던 이야기들이 갈수록 좋아지는 디테일과 이야기로 사람을 은근히 매력시키는 점이 있는 것 같다. 좀 담담하다고나 할까. 현대 작가라 프랑스의 예전의 작가들에 비해서는 요즘 세대의 소설적인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적인 글솜씨는 엿보이는 작품이었다. (이 시점에서 프랑스 문학을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노파심에 말하지만, 이 책은 많이 재밌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제목 '최후의 알리바이'로 다 요약된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의문스러워하지만, 끝에 가서는 정말 경악스럽게 그 의미를 파악하게 되는 것도 이 책의 좋은점이라고나 할까. 일본 추리소설에 조금 식상해있던 내게 꽤 멋진 의미로 다가온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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