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故 장영희 교수 1주기


작년에는 정말 아까운 분들이 많이 돌아가셨고..그래서 올해는 아마도 일년 내내 '1주기'임을 기억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글이나 삶이나 귀감이 되는 그런 분들이 돌아가시는 건, 영생이 있고 저세상이 있다고 내게 100% 장담한다고 해도 일단 너무나 슬픈 일이다. 그저 육신의 얼굴을 보고 육성을 듣고 환하게 퍼지는 그분들의 웃음을 내 귀로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비연인지라. 



1. 김수환 추기경, 2월 16일. 


  

 

 




세상에 어른이 없는 요즘.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이 있고 정의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으나 약자에게 약하고 한없이 자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너무나 드문데. 작년 2월에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는 가톨릭신자는 아니지만, 항상 마음에 존경심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내 탓이오'를 외치던 분. 끝까지 편안한 모습으로, 끝까지 남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사셨던 분.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으셨던 분.

2. 김점선 서양화가, 3월 22일.

 

 

 

 


많은 책들에 삽화를 그렸었던 서양화가 김점선.  절친했던 장영희 교수도 이 해에 세상을 떠나고 이해인 수녀는 지금도 투병 중이시다. 뭐랄까. 보고 있으면 소박하지만 큰 힘이 느껴지던 분이었고, 서양화라고 하나 마치 우리의 그림같은 느낌을 주는 화풍이었다. 꾸미지 않는 삶이, 그래서 그 책들이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선사했었을텐데. 이제 그 분은 가고 그림만 남았다.



3. 장영희 교수. 5월 9일. 



  

 

 

벌써 이렇게 되었는가. 작년에 참 너무나 괴로왔던 시절에 이 분의 글들이 내게 얼마나 위안을 주었는가를 생각하면...정말 가슴 한구석이 찡해지고 아파온다. 알라딘 도서팀에서도 6권의 책들을 추천하고 있다. 많은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되 그것이 억지로 지어낸 것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힘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진실로 바닥까지 가보았던 사람, 그래서 그걸 박차고 올라오고자 심정적으로 육체적으로 한없이 노력했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장영희 교수의 글들이 우리에게 와닿는 건 아마도 그런 느낌들이 진하게 전해져서가 아닐까.



4. 노무현 대통령, 5월 23일. 

 

 

 




작년 그 때가 기억난다....그 때의 충격은 참 오래 갔었다. 이제 1주기가 다가오니 더 커지는 것 같다. 내가 생전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자였다거나 했던 것도 아닌데 이렇게 감상적이 되는 건, 아마도..억울해서겠지. 도대체 이런 식으로 마무리를 지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원망감이겠지. 노무현이 꿈꾸었던 나라의 발치에도 아직 못 갔는데 허망하게 혼자 갈 길을 재촉한 데에 대한 상실감이겠지...그 이후 많은 책들이 나왔다. 읽은 것도 있고 안 읽은 것도 있지만..그래. 어쩌면 이론가였을 수도 있고 어쩌면 시대의 흐름을 잘못 타고 났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언제 이런 생각을 가진 대통령을 또 만날 수 있겠는가 라는 슬픔은 남는다. 



5. 김대중 대통령, 8월 18일.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나서 가장 허망하게 느껴졌던 건 그의 큰 아들 모습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남보다 앞선 사상과 실천으로 살아간 사람의 자식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망가져 있었고 그를 바라보던 아버지의 심정은 어떠했겠는가를 생각하니 나마저도 가슴 한 구석에 몽둥이가 내리쳐지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가 민주화가 되었다면...이 분을 빼놓고 뭔가를 말할 수 있겠는가. 더이상의 말이 필요없는 인생이었고 죽음이었다.

...............


누구나 태어나서 죽는다. 사람이 겸손할 수 있다면 바로 이 점 때문일 것이다. 그 어떤 인생을 산다고 해도 누구나 딱 한번 태어나고 딱 한번 죽는 것. 그렇게 딱 한번 태어나서 딱 한번 죽은 분들 중에서 작년 내 가슴을 서럽게 했던 분들을 모아보았다. 그 인생들을 얘기하자면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겠는가마는, 죽음은 그 모든 것을 덮는다. 하지만, 영향력이 있는 인생이라는 것, 그 여파까지는 죽음이 덮지 못하는 법. 이야기는 실종되어도 그 느낌, 그 생각들은 어느 틈엔가 번져져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드물게 추웠던 며칠이 지나고 4월의 마지막날, 봄을 느끼게 해주는 이 날.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말했던 어느 시인의 글이 생각나는 날, 장영희 교수의 1주기를 맞아 한번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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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5-0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1년이군요. 지난 한해 참 안타까운 죽음이 많았어요.
내년 이맘 때 우린 또 어떤이의 죽음을 기억하게 될까요?

비연 2010-05-03 08:17   좋아요 0 | URL
아..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참 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