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책 함께 읽기 2월의 책, <여자들의 무질서>. 무질서(disorder)라는 단어가 좋아, 으헝, 하면서 딱 펼쳐드니.. 역시나 다른 여성주의 책 함께 읽기 선정도서들과 마찬가지로 서론이 내 앞을 가로 막는다. 다행히 33페이지까지 밖에 되지 않아서, 그래, 서론인데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흠. 어렵네? 허허.  


책날개의 저자 소개를 보니, 역시. 캐롤 페이트먼은 정치학자였던 거다. 사회학자나, 법학자나, 여성학자나, 역사학자나.. 가 아니라, 이제껏 잘 접하지 못했던 정치학계의 거두였던 것이다. 그러니 시각은 정치학적인 시각. 같은 사안이라도 풀어내는 것이 새로울 것이라는 기대와 불안감(!)을 함께 느끼게 된다.



...복지국가의 경우에 아이러니는 여자들이 복지에 기여하라고 요구받는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복지는 여자들이 가정에서 아이, 노인, 병약자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제공하는 사적인 무급의 '복지'다. 더 일반적으로 말해, 국가가 여자들에게 한 요구들은 고유한 사적 책무를 갖는다고 간주되며 따라서 시민으로서의 지위가 애매하고 모순적인 자들에게 적합한 형식을 항상 취해왔다. 여자들의 '기여'는 그들 시민권의 일부로 혹은 시민권과 유관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고, 그들의 성에 고유한 사적 책무의 필수적 부분으로 간주된다. (p 24)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에서, 남성은 공적이며 여성은 사적이다. 따라서 시민은 남성이고, 여성은 남성의 피부양자의 자격만 있을 뿐이며, 그에게 요구하는 것은 성별 자체를 기반으로 한 사적인 책임 뿐이다. 오. 명료하게 정리되네. 이렇게 돌봄노동의 문제도 나오고, 성적 동의라든가 하는 문제도 나오고... 시민이 아니니 노동자의 범주에도 들어가기 힘들며, 그러니 어떤 권리를 얘기할 때 양성적인 측면을 고려하기 힘들게 된다. 그러니 여성의 급여는 작을 수 밖에 없고 직장에서의 위치는 애매하다. 시민의 범주에 못 들어가고 노동자의 범주에 못 들어가고, 그냥 남성에게 종속된 상태로 남게 된다... 아니, 이 책이 1989년에 나온 책인데도 왜 이렇게 절렬하게 느껴지는 거지. 왜 아직도 이런 걸 현실로 느끼게 되는 거지. 갑자기 분노스러워지는. (활활)


서론까지 읽고, 일단 덮고, 일요일의 마무리를 위해(흠?) 와인과 영화를 누릴 생각이지만... 역시나 서론밖에 읽지 않았음에도 여성주의 책 함께 읽기 선정도서는 '놀랍다' 싶다. 어려워도 흥미롭고 쉽지 않아도 읽고 싶어지는 책들 뿐이다. 부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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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2-07 2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역시 비연님~^^♡ 부라보!!

비연 2021-02-07 20:38   좋아요 2 | URL
^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