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왔고 어제까지 일정이 끝났고... 오늘은 보고 한다고 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다. 베트남 시간으로 11시니까, 한국 시간으로는 13시. 뭐 출장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고... (정말, 정말...) 그냥 매일밤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어서 발도 땡땡 손도 땡땡 얼굴도 땡땡 부었더라.. 라는 결론만. 결국 나만 손해다. ㅜㅜ
가지고 온 책은 두 개. <가재가 노래하는 곳>과 <길 잃기 안내서>. <가재가...>는 읽다가 가지고 와서 다 읽었고 (비행기 안에서 눈물 주룩주룩 흘리며 다 읽었...;;;) <길 잃기 안내서>는 호텔에서 자기 전에 몇 장씩 보는 걸로 내 고된 출장의 위안을 삼고 있다.
리베카 솔닛은 글을 어쩜 이리 잘 쓰는 지. 아니, 글을 잘 쓰기도 하지만, 참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남다르다 싶다. 알랭 드 보통과 비슷한 느낌인데 감정적으로는 더 밀착된 느낌이랄까.
<월든>에서 소로는 이렇게 말했다. "숲에서 길을 잃는 경험은 언제나 놀랍고 기억에 남고 더군다나 값진 경험이다. 우리는 길을 완전히 잃은 뒤에야, 더 간단히는 뒤로 돌아선 뒤에야(이런 세상에서는 눈을 질끈 감고 한 바퀴만 뒤로 돌아도 쉽게 길을 잃으니까) 자연의 방대함과 이상함을 진정으로 음미할 수 있다. 우리는 길을 잃고 세상을 잃은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찾기 시작한다. 자신이 있는 곳을 깨우치고, 자신과 세상이 무한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깨닫는다." 소로의 말은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영혼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성경 말씀을 빗댄 것이다. 소로는 말한다. 온 세상을 잃으라. 그 속에서 길을 잃으라. 그리하여 네 영혼을 찾으라.
길을 잃으라. 영혼을 찾으라. ... 그저 단정하게 정리된 평탄 대로를 한 번의 일탈도 없이 그냥 가는 것을 인생의 성공이라 믿는 이 세상에서.. 길을 잃으라고 하고 있다. 근데 이걸 읽는 순간, 소로도 그러고, 솔닛도 그러는데, 길을 잃어보면 어떻겠어. 영혼을 제대로 만날 수 있을 지 모르쟎아.. 라는 생각이 설핏 들어버렸다. 출장 보고를 앞두고..ㅎㅎㅎ 길 잃을 생각을 하는 비연이다. 자 이제, 보고 준비나 해볼까나... (귀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