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너무 인상적이고, 포크너의 책을 한 번도 읽어 보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들게 된 책이다. 예상보다 난해했고 예상보다 재미있었다. 한 여자(엄마이기도 한)의 죽음으로 빚어진 긴 장례여행 길에서의 그 가족들. 그리고 그 심경들. 행위들... 한 번 나오는 죽은 여자의 독백. 뭐 하나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지만 어렴풋이 알게 하는 전개들.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 놀라운 책이다.
하느님이 길을 땅바닥에 납작하게 만든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느님이 무엇인가를 계속 움직일 목적으로 만든다면 그것은 길이나, 말, 혹은 마차처럼 앞뒤로 길게 뻗어야 한다. 그런데 한자리에 머물도록 만든 것이라면, 나무나 사람처럼 위아래로 뻗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위아래로 쭉 뻗은 사람이 길에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길과 집 중에서 어떤 것이 먼저 만들어졌는 지 새각해 보면 된다. 집이 먼저 세워져 있는데 그 옆에 길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결코 그럴 수 없다. 절대로. 마차를 타고 길을 지나는 사람들마다 현관에 침을 뱉는다면 집 안에 사는 사람들이 마음 놓고 편히 살 수 있겠는가? 사람이란 나무나 옥수수처럼 한곳에 머무르도록 만들어졌다. 만약 사람이 계속 움직여야 하고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면 하느님은 사람을 뱀처럼 길바닥에 쭉 뻗어 기어다니는 모양으로 만들었어야 한다. 분명히 그렇다. (p44)
아버지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그냥 기억났을 뿐이었다. 우리가 살아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죽어 있을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p195)
가끔씩 난 확신할 수가 없다. 누가 미치고 누가 정상인지 알게 뭐란 말인가. 어느 누구도 완전히 미치거나, 완전히 정상일 수는 없을 거다. 마음의 균형이 제대로 잡히는 것이 쉽진 않으니까. 중요한 것은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p268)
포크너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고 싶다. 제일 먼저 보고 싶은 건 <소리와 분노>. 그리고 <팔월의 빛>이다. 사실 미국 작가들을 썩 좋아하지 않는데 포크너의 글은 좀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한다. 아 그러고보니.. 책을 또 사야 하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