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무려 7시에 눈이 떠졌다. 휴일이면 10시가 다 되어 허리 아플 때까지 자는 나인데... 아마 원래는 출근하는 날이라는 긴장감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생체시계라는 건가. 흠. 침대에서 쳐다보는 커다란 창으로 초록빛 잎들이 무성한 걸 보면서, 아 일찍 일어나니 좋구나. 일찍 일어났음에도 오늘 하루가 온전히 내 것이라니, 정말 좋구나. 그러고는 벌떡 일어났다.
아침 식사라지만, 있는 반찬 다 꺼내고 계란도 하나 굽고 스프도 하나 끓이고, 심지어 새송이 버섯을 참기름에 돌돌 구워서 하얀 쌀밥과 같이 차려서는 먹었더니 속이 따뜻해졌다. 그리고는 커피 한잔 내려서 (이탈리아에서 사온 일리 커피.. 아 향긋) 편안한 마음으로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데... 행복이 막 차오르는 것이다. 막, 막...
읽은 책은 이거, <데드키, Dead Key)>. 이 행복감에 딱 어울리는 책은 아니지만, 며칠 흥미진진하게 보기는 했다. 은행의 대여금고를 둘러싼 음모와 사람들, 그 사람들간의 얽힌 관계들, 그 속에서 커나가는 사람들. 뭐 그런 얘기. 일종의 스릴러인데, 흥미진진하긴 했으나 워낙 복잡하게 얽혀서 중간부터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대충 읽어내려간 것 같다. 마지막은 조금 아뜩했고.
매번 말하지만, 내가 이런 책을 너무 읽어댄 거다. 왠만해서는 재미가 썩 있지 않다는 건, 정말 불행(!) 이다. 예전에는 이런 책을 들고 읽노라면 속에서 벅차오르는 기대감과 행복감이 있었는데.. 그 때의 느낌이 좀 그립다. 최근에 읽은 것 중에는, 스릴러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미미여사의 <금빛 눈의 고양이>라는 에도 소설이 좋았다. 귀신얘기임에도 왠지 즐거운 책이다. 미미여사가 에도소설을 계속 내길 바라는 건, 나만이 아니겠지. 책장에 쭈욱 꽂힌 그녀의 책들을 보며, 슬쩍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다. 흡족.
책을 다시 고르는데, 왜 매번 책을 사면서도 읽으려고 막상 책장을 쳐다보면 골라지질 않는 건지. 출퇴근 시간에 읽기에는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이 좋은 것 같다. 가볍고 책 모양도 작고, 그리고 무엇보다 번역도 괜챦은 고전들이라 출퇴근 시간의 짜증을 많이 가라앉혀 주는 듯 해서 말이다.
As I lay dying. 포크너의 이 소설을 읽고 싶어서 사둔 지 꽤 되었는데 이제 낙점이다. 포크너의 소설은 뭘 읽었더라. 헉? 읽은 게 없네. 어멋... 이번 소설을 제대로 읽어야겠네 그려. 독립할 때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류는 다 두고 나왔는데 - 엄마가 좋아하셔서 - 이제 하나둘씩 다시 모아볼까 싶다. 요즘 들어 고전에 계속 관심이 가고 있으니 적당한 면도 있고.
집에서 읽는 건 가벼운 걸로 택하자.. 하다가 마이클 로보텀의 <나를 쳐다보지마>를 골랐다. 아 이 시리즈, 사실 읽을 때마다 그다지 좋은 느낌 없었는데, 이상하게 시리즈물이라는 게 읽다보면 계속 읽게 되는 중독성이란 게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읽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정말 다음부터 나와도 사지 말아야겠다. 읽을 책도 많은데 아닌 걸 읽는 건 내 눈과 내 시간과 내 감정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테니. 그래도 이왕 집어든 거 재미있었으면 싶은데. 수리수리 마수리, 재밌어라 얍!
좀 이따가 약속이 있어서 씻고 나가야 하고, 저녁에는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모여서 고기를 먹기로 했다. 내 돈으로..ㅎㅎ;;; 나 혼자 여행 여기저기 다니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휴일이나 되어야 부모님 모시고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같이 시간을 맞춰보자. 이런 것이다. 이왕 먹기로 한 거 맛나게 마아~니 먹어주리라. 그리고 내일부터는 다욧. 지금 샐러드를 하나가득 주문했다. 이제 비연은, 아침 저녁으로 샐러드로 때워서... 두달 내에 5키로 이상 빼기로... 결심. 지금 생각없이 너무 먹어댄 나머지, 체중계의 숫자가 하늘로 계속 치솟고 있는 터라, 아.. 싫지만 (싫다 이제) 다욧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