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다.

 

어제 2시간밖에 못 잤다. 그것도 새우잠. 개인적으로 할 일이 있었는데 기한이 정해진 거라 마쳐야만 했고 그래서 3시에 자서 5시쯤 일어나 일했고 오전 6시에 메일 발송 후 바로 샤워하고 회사로 나왔다. 그러니 졸린다. 주말에 못 쉬어서 월요일이 천근만근이다. 이래 가지고 일주일을 어떻게 버티나. 아 참 일하기 싫네. 회사 안 다니고 살 방법 없을까 또 궁리하게 된다. 매번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근데 참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다 보면 등산옷 입은 50대 후반에서 60대 초중반의 아저씨들을 많이 보게 된다. 색깔 튀지 않는 등산복을 갖춰 입고 등산배낭을 맨 채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 아마도 은퇴를 했을 게고,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산에 갈 채비를 서둘렀을 게다. 지금의 내 세대는 좀 다르지만, 조금만 앞 세대를 가면 은퇴 이후의 삶이 너무나 길게 남아 있음에 당황하고, 준비가 안 되어 있음에 다시한번 당황하는 사람들이 많지 싶다. 회사 죽자고 다니며 다니기 싫다를 매일 아침 외쳐 대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 은퇴를 하고 정기적으로 만날 사람도, 일상적으로 할 일도, 매일 똑같이 향하는 장소도 없어진 채 오롯이 몸뚱아리 하나만 남겨진 상태가 되면 아마 그 시절을 그리워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냥 무심하게 쳐다보던 광경이 이제 살짝씩 사무치게 다가오는 걸 보면 나도 나이를 먹은 모양이다. 사람 인생이 그리 길지 않은 게, 특히나 노동을 하며 살 수 있는 날들이 짧은 게 좀더 절실하게 느껴져서인지도 모른다. 주위의 좀 나이많은 선배들이 이제 슬슬 은퇴나 퇴직을 하고, 별다른 할일 없이 시간죽이기로 아까운 시간을 보내는 걸 보면서 아 나도 어쩌면 얼마 안 남았는 지도 몰라. 아니, 진짜 얼마 안 남았어 싶은 것이, 순간 소름이 끼칠 때가 있다. 그러니, 일하기 싫어 회사 그만두고 싶어 이런 얘기들, 어쩌면 사치겠지 싶기도 하다.

 

아침부터 졸려서 커피를 두 잔이나 연거푸 마셨더니 정신이 아릿하네. 밥먹고 기운내서 오후에는 일을 좀 해야지. 매일매일 스스로를 다잡으며 지내는 게 스트레스이긴 하지만, 이 시절을 그리워할 날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좀더 소중하게 지내야겠다 라는 기특한 마음이 든다. 졸려서 그런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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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5-27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름 내년에는 은퇴하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꾸 돈 쓸 일이 생겨서, 내년만 더 버텨볼까 싶기도 하고 그래요. 은퇴의 욕망은 매일 찾아드는데, 그러나 그 다음을 생각하면 갑갑하고요... ㅠㅠ

비연 2019-05-27 11:1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ㅠㅠ 돈 쓸 일은 많은데 은퇴(!) 혹은 퇴사는 하고 싶고. 참 어려운 일 같아요 ㅠ 오늘도 퇴사의 욕구에 시달리게 하는 메일들이 날아오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