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오양 비디오'라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에 인터넷이나 컴퓨터가 지금처럼 보급이 되지 않았던 터라 남자들은 그걸 CD로 구워와서 서로 돌려보기 바빴고, 제대로 보기 위해서 컴퓨터 사용법을 여기저기 물어서 습득하느라 애썼었다. 난 사실 그런 비디오 (그 이후에도 여러 다른 비디오들이 나왔었다. 물론 다 여성 대상이었다) 를 본 적이 없다. 구해서 보려면 볼 수 있었을 거다. 주변에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훨씬 많은 환경이었고, 그래서 요청하면 키득거리면서 보라고 던져줄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난 그게 싫었다.

 

도대체, 그런 개인적인 영역의 영상물을 전 국민이 돌려보면서 품평회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특히나 '오양 비디오'는 여자가 모르게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녹화했다가 자기가 여건이 안 좋아지니 슬쩍 흘린 거였고 그런 질나쁜 놀음에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 관음증도 아니고, 남의 성생활을 보면서 그렇게나 좋아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지어 테크닉이 어떻다느니, 어린 여자애가 능숙하다느니 이런 말을 들으면 도대체 그게 당신들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소리지르고 싶은 심정이 되었더랬다. 그건 명백히 인권침해였는데, 그 당시 사람들은 그런 것도 몰랐던 것 같다. IMF 직후였던가 그 즈음이었던가.. 여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그렇게 표출하는 거라느니 하는 말같지도 않은 분석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었으니. 참 할 짓도 없고 할 이야기도 없나 보다 했었던 기억이 있다.

 

오늘 김학의 별장접대 동영상을 YTN에서 내보냈다는 기사가 떴다. 그걸 보면서, 물론, 그 사람이 했다고 추정되는 행위가 범죄행위이긴 하지만 아직 죄를 선고받은 것도 아닌 사람에 대한 동영상을 그렇게 방송으로 내보내도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 알권리 운운하던데 난 그렇게 그런 내용 알고 싶지 않고 더더군다나 동영상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 사람에게도 가족이 있을텐데 그런 영상을 내보내서 그 사람이 거기 있었던 게 맞아 라고 전 국민 대상으로 얘기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여론 재판도 아니고. 어차피 확실해지면 그만한 죄값을 받을 것인데 말이다. 경찰도 봤을 거고 검찰도 봤을 거고 관련자들 다 봤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불특정 다수에게 영상을 내보내는 건, 인권침해가 아닌가 싶다.

 

역시 난 그 영상을 보지는 않을 거다. 그 동영상이 그 별장에서 찍은 게 맞고 감식결과 김학의가 맞다면 그에 맞는 처벌을 하길 바란다. 그런 영상을 보면서, 그런 짓도 했대, 라는 류의 선정적인 대응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나저나 김학의라는 사람. 평생 떠받쳐만 살다가 이런 굴욕들을 당하니, 죽고 싶겠다 라는 생각이 드니 겁도 난다. 요즘 하도 나쁜 일들이 많아서인지... 이 사건이 진실로 밝혀진다면 이 사람 이름이 적어도 몇 백년은 역사에 회자될 느낌이고. 심지어 영상까지. 아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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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4-12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털 사이트 실검 1위로 ‘김학의 동영상‘이 올라간 걸 보고 참... 이 나라 사람들은 정말 답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정준영이 아니고 뭐란 말인지. 에휴...

비연 2019-04-12 16:26   좋아요 0 | URL
정말... 실망이에요. 언론도 그렇고 그거 보고 좋아라고 떠드는 사람들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