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닷! 하고 좋아하려고 달력을 보니.. 아 3월이 끝나가는 거구나 라는 걸 깨닫고 흠칫, 멈춰섰다. 회사에서 하는 말로 따지면 1사분기가 휘릭 지나간 것이다. 이제 봄.. 이다. 바야흐로. 그래, 봄. 4월.
집에서 자꾸 혼술을 하고 일교차가 심해서인지 3월 내내 몸이 아팠다. 전반적으로 기력이 떨어져서인지 약을 한웅큼씩 먹고도 늘 희미한 상태로 다니고 술도 보름 정도 끊은 것 같다. (기적이다) 오늘도 아침에 십분만 더 자야지 하다가 40분 더 자는 바람에 헐레벌떡 회사에 왔는데, 몸이 영 찌뿌뚱하다. 환절기에 몸이 이리 안 좋은 건 나이 탓이겠지. (이힝)
스가 아쓰코의 책은 올해로 두번 째다. 첫번 째 책과 마찬가지로 차분하면서도 섬세한 분위기의 책이다. 사실 예전 사람이라, 그 당시만 해도 아시아의 젊은 여자가 이탈리아에 건너가 거기서 만난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하여 십년 넘게 살았다는 경험 자체가 희귀했던 때였다. 그런 측면에서는 어쩌면 이 글들은 요즘에는 안 맞는 지도 모른다. 워낙 많이들 다니고 워낙 많이들 알고... 하지만 그럼에도 이 글들이 가슴에 박히는 건, 이탈리아라는 곳에 머물면서 스가 아쓰코라는 사람의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과 그 풍경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일 것이다. 여행을 다니고 어쩌면 체류를 하고 그런다고 해서 그 곳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리 많이 다녀도 시선이 남다르지 않으면 그냥 관광만 하고 오는 것이니... 예전의 일을 담았다 해도 지금까지 나에게 따스함이 전달되어지는 것인가 싶다.
이탈리아라는 곳이, 지역마다 말이 많이 다르다는 것 (예상만 하고 있었던 일), 집안의 높고 낮음이 있고 결혼은 비슷한 부류끼리 한다는 것 (귀족이 있었던 곳이라 그럴까)... 도 새삼 알았다. 서점이라는 공간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의 사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사회를 바꾸기 위한 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열심을 다하다가 저 안개 너머로 사라지기도 하고, 실망하여 타지에 나가 그냥 그렇게 살기도 한다. 스가 아쓰코가 이탈리아에서 남편과 있을 때 주위를 등불처럼 밝혀주던 사람들은, 세월이 흘러 많이들 저 세상으로 갔고 드문드문 전해오는 소식 속에 쓸쓸함이 배이기도 한다. 사는 건 뭘까.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좋은 에세이이다. 번역되어 나온 것 중 두 권을 읽었고 이제 한 권이 남았는데, 이건 좀 남겨두었다가 하반기 가을녘에 읽으련다. 그 때 어울릴 듯 싶어서. 역시, 에세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좋구나. 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빠진 에세이는, 뭔가 허전하다.
3월말의 금요일에, 지인들과 만나 맥주 한잔 하기로 했다. 그 중 한 선배가 올해를 끝으로 아이 둘을 전부 대학을 보냈기에 한 턱을 낸다고 해서 모이는 거다. 나는 아이가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내고 나면 이제 내 할 일은 다 했다 라는 안도감이 드는 모양이다. 자유, 나는 자유, 라고 쓴 언니의 글귀에서조차 후련함이 느껴졌다. 보름 정도 술을 안 먹다가 오늘 드디어 맥주 한잔 하기로 했다는 것에, 아침부터 괜히 마음이 들뜬다. 오늘도 잘 지내보자. 아니, 잘 버티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