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 꽤 긴 글인데 전혀 지루하지 않은 액자소설이다. 고전적인 탐정소설을 좋아한다면 더욱 흥미를 가질 만한 책이다. 특히 이 구절이 마음에 든다.
탐정 소설을 읽는 것과 탐정이 되어 보려고 애를 쓰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나는 예전부터 탐정 소설을 좋아했다. 지금까지 탐정 소설을 그냥 편집만 한 게 아니라 평생 걸신들린 듯이 읽어 치웠다고 보면 된다. 밖에서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난로를 틀어 놓고 책 속으로 푹 빠져들 때의 기분을 여러분도 알 것이다.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가는 책장을 느끼며 읽고 또 읽다 보면 어느덧 왼쪽으로 넘어간 책장이 오른쪽에 남은 책장보다 많아지고 속도를 늦추고 싶지만 그래도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결말을 향해 돌진하는 기분. 나는 그것이 탐정 소설의 남다른 매력이고, 문학이라는 보편적인 카테고리 안에 탐정 소설만의 특별한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등장인물 중에서도 탐정이야말로 독자와 사실상 독특한 관계를 맺지 않는가 말이다. (p223)
이건 정말, 추리소설, 탐정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며, 따라서 앤서니 호로비츠라는 작가는 분명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다 읽고 나니 엄청 허탈한 것이... 아 계속 읽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