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좀 일찍 시작하게 된다. 일요일 아침, 7시 출근. 아하. 이런. 새벽 5시에 일어나면서 생각했다. 넘 우울하게 생각하지 말자. 남들보다 하루 일찍 일주일을 시작하는 거지 뭐. 끙.. 일어나 씻고 아침도 잘 챙겨먹고 와서 어두운 사무실에 불을 켠 후 커피를 한 잔 끓였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향기는 마음까지 따뜻하게 한다.
요즘은 넷플릭스로 'Grey's Anatomy'를 다시 정주행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하고 있는 전설의 의학 미드인데 시즌 15까지 진행되고 있는 이 미드는 전부 다 꼼꼼히 본 적은 없고 띄엄띄엄 대충 내용 이해할 정도로 봤던 것 같다. 시즌 1부터 제대로 보니 그 재미도 좀 괜챦은 편이다.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뭐랄까. 보고 있으면, 아 주인공들, 참 매번 힘들고 매번 여러가지 일들이 있지만 잘 버티고 잘 넘기고. 인생이라는 게 그렇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장점이 있다고나 할까. 특별히 교훈을 주겠다고 애쓰는 구석이 없어도 사람 사는 게 다 비슷비슷하고 그 고민의 형태들도 한번쯤 가졌을 만한 것들이 나오니 괜히 위안이 된다. 내 신세(!)가 그렇게 비관적인 게 아니야. 다들 그렇게 사는 거야. 그래,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이런 약간은 느슨한 마음을 가지게 해준다. 어제는 와인 한 잔 그득 붓고 보는데 그것도 회사 근무하고 나서 10시가 넘어서 피곤한 몸을 말미잘처럼 늘어뜨린 채 보는데, 아 그렇구나, 그래.. 잘 지내보자 이런 우스운 결심 같은 걸 하게 되더라 이거다. 인생... 사람...;;;;
지하철 타고 오가는 길에, 저녁에 자기 전에 보는 책 중 하나이다. 재미있다고 해서 보고 있고, 상권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재미있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하고... 거대기업이라는 것, 그 존재 의미에 대해서,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오타 아이라는 작가는 이런 류의 일드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라 그런지, 드라마의 호흡으로 책을 쓰는 것 같다.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내달려 읽고 있다. 사실 피곤해서 한두 장 보고 곯아떨어지거나 지하철에서도 졸기 일쑤지만, 그래도 진도가 나가는 걸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책을 더 열심히 읽고 싶은데 그게 안되는 세월이다. 다다음 주에는 부모님과 여행도 계획하고 있어서 여러가지로 마음이 바쁘다. 일단 오늘은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차근차근히 하나씩 풀어나가야 겠다. .. 어른이 된다는 건, 참 유쾌하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어릴 땐 어른이 되면 뭔가 완성된 모습으로 뭔가 쫓기지 않으면서 여유롭게 지낼 수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은데, 살면 살수록 어렵고 불완전하고 혼돈스럽고 힘들고 그렇다. 이렇게 살다가 늙고 죽고... 인생이 참 허무하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