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이상해서 책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영화로 보게 되었다. 그냥 뜨개질거리를 들고 TV 앞에 앉아 뭘로 백그라운드를 깔지? 돌리다가 이 영화를 발견, 어떤 내용인지 한번 보기나 해볼까, 이런 심정으로 보기 시작했던 것. 다 보고나서 든 생각은, 흠.. 이거 일본판 <소나기> 구만.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그런 맥락의 이야기. 순수하고 또 순수한 이야기.

 

발랄하고 인기많고 수다스럽기까지 한 사쿠라라는 여학생과 말없고 반에서 존재감없이 항상 혼자인 히카리라는 남학생. 이 둘이 우연히 (사쿠라는 우연이 아니라고 말했었지) 병원에서 마주치고 그 곳에서 그저 건강할 것 같은 사쿠라가 사실은 췌장에 이상이 생겨 곧 죽을 거라는 사실 같지 않은 사실을 히카리가 알게 되면서 인연은 시작된다. 

 

죽음을 앞에 둔 자신을 보면서도 담담함을 유지하는 히카리와 남은 생의 일상을 평범하게 영위할 수 있겠다 라며 죽기 전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이루어가려고 하는 사쿠라. 그녀를 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사람과 함께 하며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히카리. 당돌한 사쿠라에게 당황하면서도 같이 있음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히카리의 변화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아주 잔잔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결국은 저 세상으로 떠난 친구의 어머니 앞에서 오열하는 히카리의 모습에서는 애잔함마저 느끼게 되고. 쌓아두었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느낌.

 

왜 제목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인가는, 보면서 알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이 아픈 장기와 같은 것을 먹으면 낫는다는 미신을 얘기하는 사쿠라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지만, 사실 그것은 내가 너가 되고 싶다는 마음, 네 속에 늘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담긴 말이었다.

 

"감사 인사로 내가 죽으면 내 췌장을 먹게 해줄게. 옛날 사람들은 누군가의 신체를 먹으면 영혼이 그 사람 안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고 했었대. 네가 싫어할 지도 모르지만."

 

참 맑은 영화였다. 나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오늘 하루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그런 영화. 일본 영화 특유의 담담함과 잔잔함이 잘 드러나는 영화. 그리고 무엇보다... 강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참, 너무나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책까지 읽지는 않아도 될 듯 하지만, 애니메이션으로는 다시한번 볼까 싶기도 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18-12-07 0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원래 원작이 만화인데 참 서글프면서도 싱그러운 청춘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전 개인적으로 영화보다는 원작 만화를 추천합니다.영화에선 남주의 성인모습이 나오면서 과거를 회상하는데 실제 원작 만화에선 남녀 주인공 모두 현재 고등학생으로만 나오기에 영화는 좀 사족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비연 2018-12-07 08:42   좋아요 0 | URL
아 그런 거군요. 원작이 만화라는 건 몰랐어요... 영화랑 만화가 다르다니.
사실 어른이 회상하는 형태는 좀 흔한 거라 식상하다 생각하긴 했었는데... 만화로 봐야겠네요^^